50억 시리즈B 투자 유치 성공한 에이팀벤처스, 제조업계 네이버로 거듭날까
제조업체 매칭 플랫폼 ‘캐파’ 운영, 제조 고객과 제조업체 모두 만족시켰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후보 출신 고산 대표, AC·메이커스페이스 세우기도 많은 경쟁사 제치고 살아남으려면 캐파만의 확실한 강점 갈고닦아야
제조업체 매칭 플랫폼 ‘캐파(CAPA)’를 운영하는 에이팀벤처스가 5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LX그룹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이 전략적 투자자(SI)로, 하나증권과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특히 알토스벤처스는 기존 투자자로, 이번에 세 번째 투자를 결정했다.
에이팀벤처스는 이번 투자금을 신규 고객 확보와 인공지능(AI) 기반 견적 자동화 등 연구개발(R&D)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LX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글로벌 사업 역량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사업 기회를 찾고 해외 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국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파트너들을 모으고 오프라인에 익숙한 잠재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온라인 제조를 인터넷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제조, 물류 분야는 최근 블록화 경향에 따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될 유망한 분야다. 에이팀벤처스는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제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업 디지털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 우주인 후보 고산, 벤처 창업가로 변신하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잘 알려져 있는 고산 대표는 미국 항공우주국과 구글이 만든 학교인 싱귤래리티(Singularity) 대학의 창업 캠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기술 기반 창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합격한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대학원을 중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기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AC) 타이드인스티튜트, 스타트업 창업자와 메이커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 ‘팹랩 서울’ 그리고 이번 투자 소식의 주인공인 에이팀벤처스를 설립했다.
에이팀벤처스는 설립 초기 3D 프린터 제조·판매, 고객 주문을 받아 컨설팅·외주 제조를 진행하는 온디맨드(On-Demand) 제조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이후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제조를 원하는 고객과 제조 업체를 직접 연결해 주는 제조업체 매칭 플랫폼 캐파를 런칭했다. 고객이 카파에 도면을 올리면서 제조를 의뢰하면 캐파 파트너 제조업체들이 견적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이를 보고 원하는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에이팀벤처스는 2017년 이번 투자에도 참여한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총 2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년 뒤인 2019년에는 알토스벤처스·새한창업투자·엘엔에스벤처캐피탈·케이런벤처스·동문파트너즈·대주디앤드씨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금 87억원을 기록했다.
제조 의뢰 고객과 제조업체 모두를 만족시킨 온라인 제조 플랫폼 캐파
에이팀벤처스의 캐파는 새로운 업체를 찾을 땐 주변 추천 등에 의존하고 기존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비용 부담 때문에 다른 업체를 찾기가 힘들었던 고객과, 마땅한 마케팅 채널이 없었던 제조업체의 고민을 모두 해결했다. 고객은 신뢰할 수 있는 제조업체를 편리하게 찾고, 제조업체는 신규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객과 제조업체는 ‘캐파 커넥트(CAPA Connect)’를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 도면을 공유하며 쉽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고객이 올린 도면 중 실제로 제작하기 힘든 부분을 미리 걸러주는 것은 덤이다.
캐파는 현재 3D프린팅·금형사출·판금가공·주조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파트너 제조업체 약 2200곳, 가입 고객사 약 1만 곳을 확보했다. 캐파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사들은 “도면만 올리면 업체들이 먼저 연락”을 하고,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하며, “도면 뷰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을 남겼다.
각기 다른 장점 내세우는 유사 플랫폼 시장에 여럿 있어
사실 캐파와 유사한 제조업체 매칭 플랫폼은 여럿 존재한다. ‘크렐로(CREALLO)’는 AI 자동 견적·AI 생산 가능성 검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디맨드 제조 서비스 플랫폼이다. 고객이 올린 3D 설계 파일에 문제가 없다면 5분 안에 견적 산출·결제·발주 전 과정이 마무리된다는 신속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샤플(SHAPL)’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단계부터 생산 준비·완료,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고객은 제조업체뿐 아니라 디자이너, 3D 모델링 전문가를 찾을 수 있고, 크라우드 펀딩 지원과 해외 바이어 매칭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공장 없는 제조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기획·디자인·설계·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고, 생산은 아웃소싱 방식으로 진행하는 제조기업이다. 지난 2021년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제조 서비스 플랫폼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 “ICT 기술을 활용한 제조 서비스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여 한정된 경영 자원의 효율화를 통해 공장 없는 제조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정부 역시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 지원 사업’ 등을 통해 공장 없는 제조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공장 없는 제조기업에게 캐파와 같은 온라인 제조업체 매칭 플랫폼은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캐파가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그들만의 강점을 찾아 제조업계의 네이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