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구독 플랫폼 운영 ‘지오벤처스’, 아슬아슬 구독경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 생활 패턴 파악, 자사 브랜드 생필품 정기 배송 구독 서비스로만 평균 월 4만원 소비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시장 과열 추세 독점 문제 및 기업이 피해 떠안을 가능성 있는 구독경제, ‘가성비’로 부딪혀야
초기 기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생필품 제조·유통 플랫폼 ‘구독몰’을 구축·운영하는 지오벤처스에 투자했다고 13일 밝혔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작년 11월 와이앤아처에서 초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뒤 2개월 만이다.
구독몰은 반복 구매하는 생필품을 구독 형태로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플랫폼이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 이력 빅데이터 및 AI(인공지능) 분석을 기반으로 주기적인 생필품 소비 패턴을 알려주고, 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몰은 매달 반복적으로 수십 개의 상품을 재구매해야 하는 생필품 시장 불편함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구독경제 시장은 현재 전 세계 620조, 국내 40조원 규모로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지오벤처스는 구독몰을 통해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 식품, 화장품을 시작으로 점차 구독이 가능한 모든 카테고리 영역으로 확장하며, 점차 구독경제 포털 사이트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이번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생필품 제조부터 유통, 구독 서비스까지
전 세계 시장 휩쓴 ‘구독경제’
최근 구독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연평균 구독 서비스 이용 금액은 2019년 기준 640달러(약 75만원)에 달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21년 영국의 연평균 구독 서비스 이용이 620파운드(약 10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국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구독경제는 이미 소비자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에 관해 설문조사(성인 807명 대상·2021년 9월 기준)를 진행한 결과, 68.5%가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매달 정기구독에 쓰는 비용은 평균 4만원에 달했다.
특히 스타트업 중심이었던 구독경제 시장에 대기업이 속속 진출하기 시작, 그 규모가 한층 방대해졌다. 구독 서비스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쿠팡이 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월 2,900원에 무료배송·무료 반품·새벽 배송 등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로켓와우(2018년 론칭)’를 통해 충성 소비자를 다수 유치했다. 네이버의 경우, 2020년 6월 ‘네이버플러스’를 론칭해 출시 6개월 만에 25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했다. 네이버플러스 회원은 네이버페이로 쇼핑 결제 시 최대 5%를 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네이버와 연계된 무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구독 서비스를 다수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바 있다. 신선식품부터 가전제품까지 정기 배송해주는 ‘구독ON’,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플러스’, 카카오톡 내 대화·사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관·백업할 수 있는 ‘톡서랍 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너도나도 구독경제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독 서비스가 선불 결제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안정적 매출의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품 하나를 판매할 때보다, 구독 서비스로 반복적인 결제가 발생할 때 마케팅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가성비로 무장한 ‘구독경제’의 이면
하지만, 구독경제에는 명백한 이면이 존재한다. 구독 서비스는 보통 가격 장벽이 낮아 고민 없이 이용하게 되는데, 정작 가입 이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음에도 요금을 납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성비’를 이유로 가입했다가, 오히려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에 돈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앞선 인크루트의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9.1%)은 “가입 후 휴면 중인 구독 서비스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구독을 해지하지 않는 이유로 “언젠가 한 번쯤은 활용할 것 같아서(78.4%)”라고 답했다.
구독경제가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히고, 시장 경쟁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구독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독점적 시장’을 확보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분야의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업체가 다른 시장으로 진출해 독점을 꾀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은 자연스럽게 좁아지게 된다. 구독경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 2억 명에 달하는 유료 구독자를 기반으로 게임,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무분별한 구독 서비스 도입은 기업에도 위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체리피커’로 인한 피해다. 체리피커란 ‘케이크 위에 얹은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벤트를 통해 기업이 주는 서비스나 혜택만 누리고 정작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를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무비패스(MoviePass)’가 있다.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만 납부하면 영화관에서 매일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약 30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이들은 소비자가 영화를 매일 같이 보지는 않을 것이며, 소비자가 가입 사실을 망각해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회원의 개인 ID를 통해 고객 선호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영화 제작사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후 무비패스는 한 달에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구독자들, 예매 이후 실제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됐다. 가짜 손님이 늘며 영화관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영화 제작사 측에서 무비패스의 고객 선호 조사 데이터 자료를 의심하는 등 금전적 피해를 떠안게 된 것이다.
국내 구독 서비스 시장은 40조원 규모에 달하며, 매년 5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구독경제를 떠나는 소비자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오벤처스가 아슬아슬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 가성비 좋은 ‘리필형 반제품’ 판매를 뛰어넘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붙잡아둘 만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