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C ‘좀비화’ 가속화될 것”,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아

美 “VC ‘좀비화’ 가속화될 것”,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아 ‘좀비 스타트업’에 이은 ‘좀비 VC’ 증가 예상되는 美 벤처 시장 빠르게 악화되는 국내 벤처 시장 “올 1월 벤처 투자액 작년 동기 대비 85% 감소” ‘자본잠식, 구조조정 바람’ 등 ‘좀비 VC’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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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선 ‘좀비 VC(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늘어날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벤처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른바 ‘좀비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이들에 투자한 VC들도 ‘좀비화’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벤처 시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왓챠, 메쉬코리아 등 과거 높은 벨류에이션을 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도 최근 시장의 ‘돈맥경화’로 인한 자금조달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의 존속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美 벤처 시장 ‘좀비 VC’ 증가 예상하는 외신들

지난해에 이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이달 초 모두 정책금리를 재차 상향함에 따라 좀비 기업과 VC가 늘고 있다. 좀비 기업이란 사업을 영위하며 여전히 현금을 창출해내지만, 기존의 많은 부채로 인해 차입 이자를 포함한 고정비용에 허덕이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좀비 VC’ 또한 이들 기업에 투자 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추가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VC들을 말한다. 

미국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악화될 거라고 보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스(Techstars)’의 최고경영자 마엘 개버트(Maelle Gavet)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 안에 좀비 VC가 최대 50%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벤처 투자 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다음 펀드를 조달할 수 없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VC 회사의 마이클 잭슨 심사관도 “모든 침체기에는 분명히 좀비 VC들이 존재한다”며 “현재는 VC에 대한 자금 조달 환경마저 상당히 얼어붙은 상황이라 많은 VC가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VC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자율의 상승으로 시정 전반의 유동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VC들은 흔히 연기금 등의 LP(유한책임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기존 벤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이 회수되지 않거나, 투자에 대한 이익이 나지 않으면서 LP들의 추가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CNBC는 LP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에 따라 향후 신규 VC 펀드들에 조달되는 자금도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르게 악화되는 국내 벤처 시장

국내 벤처 시장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1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2,5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1조6,406억원 대비 84.8%나 감소했고 작년 12월의 7,681억원 대비로도 66.4%가 감소한 결과다. 총투자 건수도 작년 1월 176건, 12월 119건에 비해 올 1월에는 83건으로 큰 폭 감소했다.

VC들이 자발적으로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조직 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을 발굴했던 국내 1세대 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매물로 나오며 이목을 끌었다. 또 카카오는 작년부터 그룹 내 VC 조직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본사로 흡수, 카카오벤처스는 CVC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KB인베스트먼트도 4개로 세분돼 있던 VC 투자조직을 2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벤처 시장이 악화되는 데는 정부의 벤처투자 지원이 줄어든 탓도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벤처부의 정책자금 예산이 19.6%, 모태펀드 예산은 39.7%가량 감소함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역시 보수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금융기관들도 예금, 회사채 등 안전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편 벤처캐피털 업계의 구조조정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없으니 자연스레 심사역 인원 비중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기존 투자에 대한 엄청난 손실 때문에 관리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을 정도로 업계 상황이 매우 어둡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좀비 VC’ 늘어날 거란 지적도

지난해 코로나19 기저 효과에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기업들이 늘었지만, 5개 기업 가운데 2곳은 이자 비용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자 비용이 0인 곳을 제외한 기업 44만5,456개 가운데 좀비기업 수는 18만410개(40.5%)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 이자 비용이 0인 42만625개 기업의 40.9%인 17만2,036개보다 4.9% 증가한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얼마나 더 많은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통상 100% 미만이면 부실기업으로 보는 만큼, 현재 악화된 시장 상황에 따라 지난해 부실기업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VC들도 좀비화를 면치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가 펀드를 조성해 신규 투자를 이어가야 하지만,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거나 신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시장 상황뿐 아니라 국내 VC 업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VC들 대다수가 내부 분석 역량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특정 VC가 언론 띄우기에 나서며 투자를 이끌면 다른 쪽에서도 ‘너도나도’ 하는 식으로 부리나케 투자가 이어지는 식이다”며 “VC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해외 벤처 투자 문화에 비해 한국은 언론 홍보 등의 기초적인 내용 전달이 전부인 이류 VC가 태반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