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인수하면 IP쫓던 중동 국부펀드가 카카오에서 발 뺀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에 뒤통수를 맞은 이수만 총괄이 하이브에 경영권을 넘기는 선택을 했다. 10일 SM은 공시를 통해 이수만 총괄이 보유한 지분 중 14.8%를 약 4,228억원에 하이브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이어져 온 이수만 총괄의 지분 매각 협상이 가격 문제로 어려워지자 지난 8일 카카오는 기습적으로 SM의 유상증자 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9.05%의 지분을 확보하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SM에서 이수만 총괄이 퇴진하고, 카카오가 2대 주주로 등장하면서 굳이 이수만 총괄이 보유한 18.46%의 지분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지분 일괄 매각 기준 최대 1조원의 매각 가격을 예상하고 있던 이수만 총괄은 유상증자의 법적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즉각 반발했으나,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카카오와의 경영권 분쟁에 하이브를 끌어들이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수만 총괄, 1조원 바라보다 6천억원으로 타협한 이유는?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의 지분 14.8%를 인수한데 이어,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대 주주인 카카오의 경영권 간섭을 일절 배제시켜버리겠다는 것이다.

그간 이수만 총괄이 18.46%의 지분을 1조원에 매각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아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이 총괄은 이번 매각을 통해 사실상 6천억원 상당에 보유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타협을 택했다. 카카오에게 뒷통수를 맞은만큼, 차라리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SM을 이끌어가는 편이 덜 불편하다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난 1월에 중동과 싱가포르 국부 펀드들에게서 1조2천억원의 투자를 받기로 예정됐던만큼, 큰 욕심을 내지않고 이수만 총괄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었으나 무리한 결정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에 상장 후 여전히 조 단위의 여유 자금을 갖고 있어 카카오가 ‘쩐의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브가 이끄는 SM의 모습은? 중국 시장 포기하나?

하이브가 카카오의 경영 개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경우, 결국 SM의 경영 방식도 하이브와 같은 철학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하이브는 중국 시장 진출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영어권과 일본어권 시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이수만 총괄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인 멤버를 아이돌 그룹에 항상 배치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춘 아이돌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던 점이 사뭇 다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aespa (에스파)’의 경우 4명의 멤버 중 막내 멤버인 닝닝이 중국인이다. 2012년에 데뷔한 그룹 ‘EXO(엑소)’는 9명의 멤버 중 8명이 한국인, 1명이 중국인이다. 데뷔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했고, K-POP의 주요 시장 중 하나였던 일본 시장 데뷔는 3년이 지난 2015년에야 이뤄졌다.

중국 시장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SM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쏘스 뮤직을 인수한 하이브가 걸그룹 여자친구를 해제한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SM 콘서트인 슴콘, 버블SM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어 SM의 상징과도 같았던 광야 세계관과 NCT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하이브가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하이브가 ‘자컨(자체 콘텐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성향이 강한 기업인만큼, ‘자컨’에 대한 선호가 강한 일부 K-POP 팬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IP 욕심내던 해외 국부펀드들, 카카오 엔터 유상증자마저도 취소될지도

IB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공개매수 전에 함께 뛰어들고 싶어도 현재는 자금 부족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동과 싱가포르 국부펀드들로부터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로 유입될 예정인 유상증자 분 1조2천억원의 최종 납기일이 올 6월로 정해져 있어 지난 8일의 유상증자도 카카오 그룹 본사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유상증자 관련 이면 계약서에는 유상증자로 인수한 SM의 지분을 카카오에서 자회사인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로 이전할 수도 있음을 정해놓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카카오의 SM 인수가 불발로 끝날 경우, 국부펀드들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번 1조2천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SM 인수에 투입될 것을 예측하고 진행했고, SM의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