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닷, 134억 시리즈 B 투자 유치 “장애인용 손목시계와 태블릿으로 글로벌 간다”

시각장애인용 시계, 디스플레이, 키오스크 등 기기 개발, 누적투자금 300억원 김윤 전 SKT CTO, 김유식 인터베스트 상무 사외이사 선임, “세계 시장 진출 가속화” 사회문제 해결 ‘소셜벤처’로 글로벌 ‘러브콜’, 미국 장애인학교에도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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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닷

소셜벤처기업 닷이 134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로써 닷의 누적 투자금은 총 300억원이 됐다.

닷은 시각 장애인들에게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촉각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한 기업이다. 장애인들이 정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국내 최초로 공공기관과 교통시설 등에 공급한 바있다. 또 닷이 개발한 촉각 디스플레이인 ‘닷패드’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IT) 박람회 ‘CES 2023′에서 접근성(Accessibility)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닷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새한창업투자의 김윤 박사와 김유식 인터베스트 상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윤 박사는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2년 TTS(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합성기술) 소프트웨어 개발사 네오스피치를 창업하고, 2004년 영국 음성인식 스타트업 노바리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이와 더불어 2013년 애플이 노바리스를 인수한 뒤에는 시리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고 알려졌다. 김윤 박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들과 손잡고 장애인용 서비스는 물론 차세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촉각 기술 상용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식 상무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엠파트너스 투자본부에서 기업금융 투자와 인수합병(M&A), 재무, 벤처투자 전반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베스트 상무를 맡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식 상무는 “닷은 닷 패드를 기반으로 세계 시각장애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시장의 생태계 전반을 지배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목시계, 태블릿, 키오스크… 애플과도 협력

닷 워치/사진=닷

지난 2015년 설립된 닷은 “누구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barrier-free)’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시각장애인용 기기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닷 워치’는 지난 2016년 닷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촉각 점자 스마트 워치다. 6개의 핀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에 점자로 정보를 나타내줘서 시각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한편 ‘닷 워치’는 미국 시각 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가 사용하는 시계로도 주목을 받았다. 제품 무게가 2~4kg 정도에 가격도 200만~500만원이던 기존 점자 단말기와 달리, 닷 워치의 무게는 27g에 가격은 30만원 선이다.

닷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닷 셀’ 기술로 무게와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며 “기계 장치가 전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점자를 표시하는 돌기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촉각 패널 부품을 비롯해 텍스트를 점자로 자동 번역하는 소프트웨어, 그래픽 번역 기술 등 닷이 국내외 출원·등록한 특허 건수만 110여 건에 달한다. 닷 워치는 미국 등 세계 20여 개국에 3,000여 대 수출되며 시각 장애인용 제품의 시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닷 패드/사진=닷

닷 워치에 이어 내놓은 ‘닷 패드’는 디지털 점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촉각 디스플레이로, 태블릿 PC와 유사한 모습이다. 2,400여 개의 점자 핀이 글자와 그림, 그래프, 지도와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타내준다. 또 기존 점자 단말기가 한 줄로만 글을 표시한 것에 비해 닷 패드는 도형이나 사진, 웹툰, 지도와 같은 여러 그림 요소가 들어있는 그래픽들을 글자와 함께 표시해 준다.

닷 패드는 미국 교육부와 2021년 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4년간 미국 내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디지털 촉각 제품을 공급한다.

한편 닷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에서 점자 키오스크를 선보인 데 이어 비슷한 기능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출시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로 국내 박물관과 구청, 시청, 지하철 등에 설치되고 있다. 이처럼 닷은 장애인용 소프트웨어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에는 닷과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용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사회 문제 해결하는 ‘소셜벤처’, 국내 1,000여 곳 활동

닷이 속한 소셜벤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가 지속가능한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사회 복지 서비스를 기업 활동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영 모델”이라며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부와 민간 기업에서도 예비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거나 지원하면서 소셜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벤처는 흔히 불리는 ‘사회적기업’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기업 형태 모두 목적과 운영원리는 유사하지만,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기업에 비해 소셜벤처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 의한 설립 기준에 구애받지 않는다.

예컨대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평균 3년 동안 5~10명의 인건비를 지급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셜벤처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른 사회적 기업인증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신, 다양한 방식과 형태를 통해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셜벤처 생태계는 약 1,000여 개의 소셜벤처와 이를 지원하는 임팩트 투자 펀드, 그리고 자금을 소셜벤처에 중개하고 각종 지원사업을 제공하는 중개지원기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천연 비누를 제작해 판매하고, ‘모어댄’은 경력단절여성이나 새터민 등 취약계층을 고용해 폐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한 친환경 제품을 제작한다. ‘두손컴퍼니’는 노숙인에게 창고업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지난 2019년 매출 4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소셜벤처의 사회적 목적으로 ‘실업과 일자리 창출’이 48.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환경(9.8%)’, ‘문화(9%)’ 순이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20개 소셜벤처 근로자 가운데 만 39세 미만 청년 종사자는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며 “업체당 평균 종사자는 19.1명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