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기업들의 벤처투자 확대…”시너지” vs “끼워 팔기” 논란도

자율주행 물류로봇 스타트업 모비어스앤밸류체인, 200억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앤드, 커니코리아 투자 참여 두고 설왕설래 “물류 컨설팅과 시너지” 의견에 “자사 서비스나 솔루션 끼워팔기 아니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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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비스앤밸류체인

컨설팅 기업들이 기존 관행과 다르게 벤처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떠오르는 신사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넘어 아예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업무 간 시너지를 내고 사업 영역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PwC컨설팅의 전략부문유닛 스트래티지앤드와 커니코리아는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스타트업 모비어스앤밸류체인에 시리즈 A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유치 규모는 2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스트래티지앤드와 커니코리아의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컨설팅 기업들이 과거와 다르게 자기자본투자(PI)로 직접 투자에 참여한 것을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동안 컨설팅 기업이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던 데다, 두 곳이 동시에 투자를 집행한 것도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컨설팅업체들의 벤처 투자는 기업공개(IPO)를 현실적인 목표로 둔 시리즈 C 투자에 집중됐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업체의 직접 투자가 초기 기업 투자인 시리즈 A 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앤드 관계자는 “두 컨설팅 회사가 사전에 투자를 논의하진 않았고 우연히 같은 곳에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자율주행 물류로봇 시장, 글로벌 완성차 공장과 협력 늘어

자율주행물류로봇/사진=모비스앤밸류체인

업계에선 우선 모비어스앤밸류체인의 성장성과 투자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비어스앤밸류체인은 자율주행 지게차 등 하드웨어와 SCM(공급망관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이마트 등의 공장과 창고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모비스앤밸류체인은 실제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자율주행이동로봇(AMR) 핵심 기술과 하드웨어, 통합 관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자동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과 표준 무인 지게차 플랫폼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외 협력을 통해 AMR 도입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AMR 양산 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앤밸류체인 관계자는 “투자금을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술업계에 따르면 모비어스앤밸류체인은 물류와 자율주행로봇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다양한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할 수 있다”며 “컨설팅업체들도 회사의 미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직접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단순한 투자목적을 넘어 본업인 컨설팅 업무와의 시너지를 고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고객사에 모비어스앤밸류체인 서비스를 추천하거나, 모비어스밸류체인에서 산업과 시장 정보를 제공받아 고객사를 늘리는 식의 협업도 가능해진다. 스트래티지앤드 관계자는 “기업 공급망 등 물류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솔루션 추천과 같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자율주행 물류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컨설팅 회사들이 관련 사업을 컨설팅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실질적인 서비스나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식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PwC나 커니코리아 양사가 당분간 물류업계 컨설팅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만큼 물류업계 컨설팅 프로젝트가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성장성 높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컨설팅사 늘어나…벤처업계 영향력 확장

컨설팅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최근 컨설팅업체들은 기존 컨설팅 업무에서 벗어나 중소벤처기업 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투자도 늘려 스타트업 육성 투자회사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스트래티지앤드의 경우 PwC컨설팅 차원에서 내부에 벤처 지원 부서를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기능을 도입했고, Pcw컨설팅 파트너사인 삼일회게법인도 정부가 주도하는 중소벤처 M&A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직접 투자를 늘리는 컨설팅업체들에 대한 고객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 벤처업체 관계자는 “컨설팅업체가 벤처기업 지분을 보유한 뒤 컨설팅 범위 바깥의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한다면 ‘끼워팔기’나 ‘자사 서비스 우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업무의 본연인 컨설팅 서비스가 얼마나 경쟁력 있게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