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바로고, 딜버와 합병 “1위 입지 다진다” 춘추전국 배달시장 재편 신호탄되나
배달업계의 오랜 악습 깨고 배달원 처우 높일 것 기술력 인정받은 딜버 품으며 시장 선두 유지 전략 “실속 없이 투자금으로 성장하던 배달 업계 한계 봉착” 인수합병 본격화
배달대행 건수 1위 업체 바로고가 같은 배달대행 서비스 ‘딜버’를 운영하는 더원인터내셔널과 지분 100%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 계약을 체결해 올해 상반기 합병한다고 1일 발표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상생을 통한 발전’이라는 경영 이념에 뜻을 모은 만큼, 합병 이후에도 브랜드와 플랫폼은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며 “각 회사가 보유한 노하우와 개발력은 적극 공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배달대행 시장 1위 업체 바로고가 딜버 인수에 나선 데에는 딜버의 사용성과 기술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나온다. 딜버는 업계 최초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iOS 버전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또 경로와 배차 추천 시스템도 최적화하여 배달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딜버는 현재 전국 200여 개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프로그램 사용 계약을 맺고, 2만 4,000여 배달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딜버의 지난해 12월 배달 건수는 약 300만 건을 기록했다.
인스타 사들인 페이스북처럼, 인수 전략 세워 1등 지위 공고히
바로고는 이번 합병 계약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업계 1위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특히 현금성 리베이트를 통해 영업이 이뤄졌던 기존 악습을 깨겠다”고 말했다. 기존 배달대행 업체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수의 배달원을 확보한 점주들에게 업체들이 대출을 해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확보한 바있다. 딜버는 이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아예 배달원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배달료를 올리고, 1인당 배달 건수도 다른 업체들보다 많이 배정하여 배달원들 사이에서 높은 평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딜버는 배달원의 현재 위치나 접수된 호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배달원이 가장 배달하기 좋은 위치에서 배달콜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배달원이 취소한 배달콜도 주변에 있는 배달원이 바로 이어서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며 “업계 1위 바로고에게 이러한 기술력이 눈에 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고의 딜버 합병 배경에는 경쟁력을 갖춘 신생 업체를 시장 선두 업체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전략도 깔려있다. 신생 산업에서 1위의 자리에 오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대거 인수하며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없애는 전략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기업인 왓츠앱과 신흥 소셜미디어 강자로 떠오르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했고, 구글 역시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모바일과 콘텐츠 시장을 장악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기술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딜버는 배달콜을 배달원들에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동선도 똑똑하게 짜는 것으로 배달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문자를 주고받는 서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왓츠앱의 기술력을 부러워해 결국 인수를 단행했다”며 “배달 업계 1위 바로고 역시 신생 업체 달리와 기술력 경쟁을 하기보다는 회사를 인수해 장점을 흡수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금 유치 못 하는 배달 업체들 폐업할 것” 배달업 옥석 가려지나
중소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배달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신호탄으로 “M&A(인수·합병)가 일어나면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매출 1위를 기록하던 메쉬코리아(부릉)는 최근 자금난에 빠지면서 물류 서비스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hy(옛 한국야쿠르트)로의 인수가 임박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달 업체들은 이익을 올리지 못 하고 투자금으로 외형 성장에만 몰두해 왔다”며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올해 추가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업체들의 폐업이나 인수 합병이 속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로고가 지난해 초 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이후 업체들의 투자 유치 실적은 ‘제로’를 기록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더원인터내셔널과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배달 인프라 통합은 물론 플랫폼 서비스 만족도까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배달 시장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