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 냉기 가득 OTT 시장, 돌파구는 어디에?

2월 일제히 하락한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팬데믹 수혜’가 ‘엔데믹 악재’로 3월 오리지널로 돌파구 찾는 OTT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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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애타게 ‘미디어 강국’을 외치는데 현실은 흐리기만 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냉기가 가득하다.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OTT 플랫폼들이 지난 2월 일제히 구독자 감소를 맞으면서다. 굴지의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잃었으며, 가장 선방한 디즈니+도 8만명의 가입자가 ‘구독 해지’를 누르고 떠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올해 2월 주요 OTT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넷플릭스(1,150만) ▲티빙(475만) ▲쿠팡플레이(401만) ▲웨이브(376만) ▲디즈니+(208만) ▲왓챠(71만)의 성적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자랑하는 넷플릭스가 전월 대비 107만명의 이용자를 잃은 가운데 티빙은 40만명, 쿠팡플레이 38만명, 웨이브 25만명, 디즈니+와 왓챠는 각각 8만명과 10만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이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봄날을 꿈꾸던 OTT 업계에 매서운 꽃샘추위가 들이닥쳤음을 의미한다.

연말 특수와 명절 특수를 노린 다수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쏟아졌던 지난해 12월, 올해 1월과 달리 2월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오늘의 OTT 통합 랭킹] 최상위를 경험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유일하다. 영화는 2월 17일 공개 후 단 나흘간 해당 차트 1위에 머물렀다. 2월 차트의 최상단을 장식한 작품들은 tvN <일타 스캔들>, JTBC <대행사>, SBS <모범택시2>, 영화 <자백>, <탑건: 매버릭> 등 TV 방영 또는 극장 상영 후 OTT로 무대를 옮긴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본방 사수에 성공하거나 “영화는 대형 스크린으로!”를 외치는 이들에게 OTT는 별다른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역대급 폭설과 매서운 혹한이 불어닥쳤던 한겨울을 벗어나 포근해진 날씨와 실내 마스크 해제로 대변되는 팬데믹의 종식 또한 사람들을 실내에서 실외로 불러냈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활동이 증가하며 온라인 시장 성장률 전망은 8.8%로 전년 대비 2.6% 하락했다. OTT 산업이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만큼 종식으로 인한 타격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주요 OTT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한 쿠팡플레이를 제외하면 다소 평이한 흐름을 보였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와 동시에 일제히 MAU 하락을 기록한 후 티빙과 웨이브는 꾸준히 400만명 안팎의 MAU를 유지했다. 전반기 내내 ‘잠룡’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쿠팡플레이는 6월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와 7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인기 구단 토트넘의 방한 경기를 기획하며 반짝 특수를 노렸다. 단기 이벤트였던 만큼 곧바로 구독자 감소를 맞이했지만, 콘텐츠 구독과 함께 제공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혜택을 내세워 가입자를 붙잡아두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하반기 쿠팡플레이는 꾸준히 350만명 이상의 MAU를 기록, ‘웨이브-티빙-왓챠’로 정리되던 ‘국내 3대 OTT’에서 왓챠를 밀어내고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했다.

12월에는 대혼란의 시기가 왔다. 티빙은 시즌 흡수를 통한 방대한 콘텐츠 라인업으로 급성장을 기록했고, 쿠팡플레이 역시 웨이브가 주춤한 틈을 타 오리지널 쇼 <SNL 코리아3>의 호스트 섭외에 총력을 기울이고 단건 결제 최신 영화 할인 이벤트 등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렸다. 올해 1월 쿠팡플레이는 장근석-허성태 주연의 오리지널 콘텐츠 <미끼>를 공개하며 지난해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웨이브를 추월했다.

단순 ‘웨이브의 부진’으로 보였던 시장 재편은 2월을 지나며 시장 전체의 부진임이 드러났다. 40만 MAU 하락을 기록한 티빙은 8.4%, 쿠팡플레이는 9.4%, 웨이브는 6.6%의 가입자를 잃으면서다. 넷플릭스 역시 이 기간 8.5%의 가입자 이탈에 직면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OTT 업계는 3월 개강을 맞이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암울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티빙

OTT가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게 됐다. 과거 지상파 3사(KBS·MBC·SBS)의 프로그램을 독점 공개하던 웨이브도 이제 그 힘을 잃었다. 최근 가장 화제작으로 꼽히는 <모범택시2>의 경우 본방송 후 웨이브가 독점 공개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쿠팡플레이와 판권을 나눠 가졌다. 자연스럽게 OTT의 경쟁력은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보유에 따라 갈리게 됐다.

더 큰 위기를 우려하는 시장에서 각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넷플릭스는 3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공개 직후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더 글로리>의 파트2를 오는 10일 공개한다. “단언컨대 시즌1보다 시즌2가 훨씬 재밌을 것”이라는 배우들의 자신감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드라마는 3월 들어 [데일리 OTT 랭킹] 차트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다시 영광의 날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웨이브는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통해 오리지널 다양화를 꿈꾸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이끈 배정훈 PD를 영입해 지상파에서 전할 수 없는 100% 리얼스토리로 시청자 공략에 나선 것. 순차 공개를 적용한 탓에 아직 OTT 차트 내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남은 이야기가 많은 만큼 다소 가라앉아 있는 웨이브에 새로운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티빙은 지난해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가 국내에서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3월에는 각종 예능과 다큐멘터리, BL물 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예능 <더 타임 호텔>을 비롯해 웹툰 원작 BL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야구 다큐멘터리 <아워게임 : LG트윈스> 등을 잇따라 계획한 것.

하지만 티빙은 야심 차게 준비한 신작들을 제대로 선보이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오늘(8일) 공개 예정이었던 <더 타임 호텔>은 출연자 주언규의 ‘영상 무단복제’ 논란으로 공개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아워게임 : LG트윈스> 역시 스토리텔러로 배우 하정우를 내세워 비판에 직면했다. 금지 약물 남용으로 공영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은 배우가 OTT를 통해 슬그머니 대중의 앞에 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이미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에 하정우를 등장시키며 한 차례 논란을 겪은 티빙은 이번에도 출연자 검증에 실패한 모양새다.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국내 OTT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되며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