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핑계로 직원 상여금 줄여놓고, 대표 상여금은 100억? 엔씨소프트 직원들 ‘불만 폭발’
4분기 실적 악화·주가 급락으로 직원 상여금 급감, 김택진 대표 상여금은 ‘100억원’ 연간 기준 역대 최고 매출 기록한 반면 4분기에는 모바일 부문 매출 감소로 ‘휘청’ IT 업계에 불어닥친 ‘긴축경영’ 바람 속 정반대 행보, 터져 나오는 불만 잠재울 수 있을까
엔씨소프트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4분기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직원 상여가 줄어든 반면,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상여는 인상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넷마블 등 다른 국내 IT 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여금을 축소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줄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추세다.
임원진 고액 연봉에 직원들 불만 터져 나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2022년 연봉은 전년 대비 16.7% 늘어난 123억8,100만원이다. 급여는 23억3,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0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상여금은 100억3,1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0억원 가까이 늘었다. ‘특별 장기기여 인센티브’가 2021년 10억5,000만원에서 2022년도 71억원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리니지W의 연속적·성공적 출시에 따라 보상위원회에서 지급 기준, 수준 등을 검토·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외에도 다수의 엔씨소프트 임원진이 고액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구 부사장이 65억3,100만원(상여 55억2,300만원),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57억3,800만원(상여 46억7,600만원), 정진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9억4,800만원(퇴직소득 25억9,600만원), 우원식 전 부사장이 25억4,000만원(퇴직소득 24억6,000만원)을 받았다.
반면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지난해 상여금은 대폭 삭감됐다. 엔씨소프트의 2022년 연간 매출은 2조5,718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57%로 급감함에 따라 내부에서 ‘경영 위기’가 닥쳤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기존 ‘연봉’ 기준이던 직원 상여가 ‘월급’ 기준으로 삭감됐다. 2022년 직원 기본급 인상률은 6~7%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줄어든 상여와 기본급을 합하면 대부분 직원의 연봉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른 국내 IT 기업들이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고,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불만을 키웠다. 네이버는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15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80억원으로 축소했으며,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전체 보수의 절반에 달하는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를 수령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120억원에서 80억원까지 하향 조정할 예정이며,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상여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상여금을 아예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역대 최고 매출 기록, 분위기는 ‘싸늘’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조5,71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9% 증가한 5,59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1조6,246억원, 아시아 6,252억원, 북미·유럽에서 1,65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로열티 매출은 1,57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부문은 1조9,343억원의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20% 급성장한 수준이다. 특히 인기작인 ‘리니지’ 시리즈가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1월 출시한 리니지W가 9,7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어 리니지M 5,165억원, 리니지2M 3,915억원, 블레이드&소울 2 55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PC 온라인 게임 매출은 3,904억원으로 모바일 게임 대비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리니지가 1,0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어 리니지2 941억원, 아이온 683억원, 블레이드&소울 263억원, 길드워2 95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PC 온라인 게임 길드워2는 신규 확장팩 출시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연간 매출만 보면 엔씨소프트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5,479억원,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4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 매출액 5,610억원, 영업이익 77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 관련 영업 외 손실로 인해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이라는 영광은 주가를 부양하지 못했다. 악화한 4분기 실적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줄줄이 등을 돌린 것이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모바일 부문의 매출이 감소하며 하락 폭도 한층 컸다. 지난달 24일 45만2,500원 수준에 형성되어 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다 실적 발표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꼭 한 달 만인 24일 37만8,000원까지 미끄러졌다.
카카오에서도 ‘대표 고액 연봉’ 관련 불만 제기돼
한편 최근 카카오에서도 조수용, 여민수 전 대표의 고액 연봉과 관련한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20일 카카오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홍은택 대표는 급여 7억100만원, 상여 19억9,700만원, 스톡옵션 행사 차익 2억7,700만원 등 총 29억7,5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상여금은 홍 대표가 사내이사에 취임하기 전인 재작년 10월 체결한 장기인센티브 보상에 따라 지급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급여 1억2,500만원, 상여 5억원 등 총보수로 6억600만원을 수령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 공동 수장이었던 조수용, 여민수 전 대표의 연봉이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364억4,700만원, 334억1,700만원의 고액 연봉을 수령했다. 조 전 대표는 급여 6억8,500만원에 상여 13억원, 퇴직소득 7,700만원, 여기에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평가이익 337억5,000만원 등 364억4,7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여 대표의 경우 급여 4억5,600만원, 상여 9억원, 퇴직소득 2억3,300만원, 스톡옵션 행사 차익 318억2,400만원 등을 총보수로 받았다.
카카오 직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의 CEO 지지율은 지난해 69%에서 올해는 51%까지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배경에 카카오의 ‘인사평가’ 논란 또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카카오의 한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왕따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죽음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게재했다. 이후 해당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으며, 카카오가 동료를 상대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가’를 질문한 뒤 조사 결과를 당사자에게 통보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 직원들은 “직원이 부조리한 인사평가와 낮은 임금 상승률 등으로 고통받는 동안 임원들은 뒤에서 ‘몰아주기식’으로 보수를 챙겨갔다”고 지적한다.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으로 판교·분당 지역의 IT 기업 중에서는 가장 높았지만, 이는 ‘평균의 함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 전·현직자들은 “보상은 임원에게 돌아가고, 책임은 직원에게 돌아온다”며 카카오의 ‘몰아주기식’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28일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120억원에서 80억원까지 하향 조정하고, 국내 IT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흐름에 동참할 예정이다. 차후 엔씨소프트가 IT업계의 ‘긴축 경영’ 풍조와 터져 나오는 직원들의 불만 속 어떤 조치를 취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