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과징금 421억 철퇴 내린 공정위, “앱마켓 경쟁 구조 망가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 ‘앱마켓 갑질’ 구글에 421억 과징금 부과 거대 플랫폼 구글플레이, 지배력 이용해 시장 ‘좌지우지’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단 “독점력 유지 행위에 대한 제동은 고무적”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4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의 앱마켓(이하 구글플레이)이 모바일 게임사들에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어 앱마켓 시장의 경쟁을 저하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구글의 압박은 94%에 달하는 대형 게임의 원스토어 출시를 원천 차단해 원스토어를 몰락시켰다. 반면 구글은 반사이익을 가져옴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구글, 시장 지배력 이용해 ‘원스토어 죽이기’ 시행
공정위 조사 결과 구글은 지난 2016년 원스토어의 등장으로 국내 사업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게임사들의 원스토어 출시를 막는 전략을 세웠다. 구글플레이가 원스토어의 입구를 가로막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구글플레이는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협박’은 3N이라 불리는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 게임사까지 포함해 모바일 게임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원스토어는 신규 게임을 유치하지 못하게 되어 매출이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원스토어의 앱마켓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수직 하락했다. 한편 구글은 이를 통해 앱마켓 시장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원스토어 의식해 ‘배타조건부 전략’까지 수립
앱마켓이란 앱 개발자와 소비자 간 앱 거래를 중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그런 만큼 앱마켓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게이트키퍼’인 구글플레이에 앱을 내놓지 못할 경우 게임사들은 사실상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 자체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모바일 게임사들이 구글의 협박 아닌 협박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구글은 ‘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수단 등을 동원해 게임 개발사들을 더욱 강력하게 구속했다. 피처링이란 소비자가 구글플레이를 오픈했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첫 페이지 상단이나 별도의 구역을 만들어 게임을 노출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앱마켓에 매년 수십만 개에 달하는 게임이 출시되는 만큼, 구글의 피처링은 게임을 소비자에게 노출시키고 다운로드 및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즉 피처링 제한은 중소 게임사에 있어 사형 선고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대형 게임사라 해서 구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 게임사 A는 지난 2016년 구글 독점 출시 조건 하에 피처링, 해외 진출, 마케팅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포기했다. 원스토어에 헤비유저(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고과금 유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독점 계약 조건’이 매출 증진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의 최종 목표가 해외 시장 진출인 만큼, 구글의 해외 피처링과 같은 지원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형 게임사 A를 대상으로 독점 확보에 성공하자 구글은 ‘독점 출시 조건부 지원 전략’을 수립,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독점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구글은 우선 게임사 등급별 전략을 세워 매출 비중, 원스토어 동시 출시 가능성 등에 따라 게임사의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별로 독점 출시 확보를 위한 대응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신규 출시 게임 중 ‘중요 게임’을 선정, 구글플레이에 독점 출시할 수 있도록 특별 관리하는 등 배타조건부 전략도 수립했다. 유력 경쟁사업자인 원스토어를 배제하려는 목표가 명백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압박 방법도 치밀했다. 구글은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인식해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독점 출시 조건을 게임사들에 전달했다. 심지어는 회사 내부에서조차 배타조건부 독점 전략 관련 메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한 것이다.
원스토어 점유율 5~10%까지 추락
배타조건부 전략의 결과는 가시적이었다. 주요 한국 게임사 11개의 대형 게임 중 94%가 구글에 게임을 독점 출시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독점 출시 비율은 50% 남짓에 불과했으나, 배타조건부 전략을 시행한 이후 독점 출시 비중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점 관리한 게임들은 모두 구글에만 독점 출시됐다. 사실상 한국 신규 대형 게임은 모두 구글플레이에 종속된 셈이다.
구글의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원스토어는 출범 직후부터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주요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앱마켓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원스토어에 신규 게임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으니 원스토어를 이용하는 유료 구매자는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이는 원스토어의 게임 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2016년 15~20%에서 2018년 5~10%대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같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여러 앱마켓을 통해 출시될 경우 콘텐츠와 소비자 혜택이 차별화되는 등 경쟁이 활성화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권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은 원스토어를 통한 게임 출시를 철저히 가로막음으로써 앱마켓과 모바일 게임 분야의 발전을 저해했다. 이번 사건으로 구글은 국내에 납부하는 법인세의 3배가 넘는 421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으나, 일각에선 너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거대 플랫폼사업자의 독점력 유지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방침인 만큼, 향후 경쟁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됨으로써 이용자가 더 많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현명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앱마켓 시장이 형성되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