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넷플릭스 폭풍 속 웨이브 생존 전략은?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 이태현 웨이브 대표 “넷플릭스 3.3조 투자 환영할 일” 웨이브 적자 지속에 투자 재검토+콘텐츠 차별성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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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이브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3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소식은 환영할 일이다. 토종 OTT 육성 때문에 넷플릭스의 투자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건 반대다. 자본이 들어와야 작품이 만들어지고 경쟁이 가능하다.”

이태현 웨이브(Wavve)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넷플릭스(Netflix)의 3조원대 K-콘텐츠 투자에 대해 말했다.

24일(현지시간) 태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대표는 미국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를 약속했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넷플릭스 투자를 반기면서도 글로벌 OTT와 국내 OTT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웨이브는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169억원)과 2021년(558억원)에도 적자가 발생했다. 원인은 콘텐츠 투자액의 증가다. 제작비는 늘었는데, 투자만큼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와 함께 올해 MAU(월간 활성화사용자수)도 줄어들며 30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토종 OTT 1위 타이틀은 티빙(TVING)에 뺏겼고, 쿠팡플레이(Coupang Play)에 추월당해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 대표는 ‘토종 OTT의 위축’이 아닌 ‘OTT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자금 흐름이 오히려 창작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 판단했다. “해외 OTT와 경쟁을 시작하며 적자는 감수한 부분이지만, 예상보다 적자가 많이 났다. 국내 시장에서 1~2년 안에 턴어라운드를 생각하지 않는다. 길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미주 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COCOWA) 인수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코코와는 북미 시장 기준 1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인 커뮤니티 외에도 백인, 히스패닉,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입자 층이 유지되고 있다. 코코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기업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이질 것”이라며 미국 시장은 물론 남미, 유럽까지 규모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웨이브

웨이브는 출범 당시 1조원 규모로 매년 예산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투자 전면 재검토하고 선택과 집중해야 할 시기다. 모든 드라마가 편당 15억원, 20억원이 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다른 플랫폼과 제작사가 하지 않는 이야기, 소재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약한영웅 Class1>(이하 약한영웅)과 오는 28일 공개 예정인 <피의 게임2>가 좋은 예다. <약한영웅>은 송중기 주연작 tvN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에도 굴하지 않고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또 국내 인기가 글로벌 판매의 기회로 이어져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도 수출했다. 동종 장르 콘텐츠와 비교해 비용 대비 효율성 높은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웨이브는 오리지널 작품 개수가 많지는 않지만 타율이 좋은 편이다. <약한영웅>을 비롯해 <유레이즈미업><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피의 게임> 등 독보적 스토리를 우리만의 패키징으로 유통하는 게 웨이브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PD와의 협업도 이어간다. <국가수사본부> 이후 웨이브 범죄 장르물이 흥행했다고 밝힌 이 대표는 “지상파 PD의 OTT 진출을 환영한다. 어느 플랫폼이건 제작 역량을 발휘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플랫폼 간 경쟁이지만, 제작 커뮤니티의 상생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웨이브는 올해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2>를 비롯해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주연 이나영) <거래>(주연 유승호), 영화 <데드맨>(주연 조진웅-김희애) <용감한 시민>(주연 신혜선) 등을 선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근절을 호소했다. 올 상반기 OTT 업계는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로 골치를 앓았다. 드라마, 영화 등 공개 직후 불법 사이트에 복제 되면서 입은 손해액만 5조원으로 추산됐다. 법적 대응과 정부, 경찰의 적극 협조로 누누티비는 폐쇄됐지만, 여전히 불법 유통 채널은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 대표는 “누누티비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봤다. 누누티비가 국내 OTT 오리지널 작품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한 뒤 앱 설치가 늘어난 게 그 방증”이라며 “지속적인 단속과 이용자의 콘텐츠 합법 시청이 실질적 대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