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네이버제트와의 480억 합자회사로 VR이 차세대 엑스박스 되는 메타버스 게임 시장 연다

크래프톤-네이버제트, 지난해 출발한 메타버스 프로젝트 ‘미글루’ 위해 합자회사 설립 NFT·블록체인 기반 ‘C2E’ 서비스 제공, 크리에이터는 자체 콘텐츠로 수익 창출 가능 빅테크 하나둘 발 빼는 메타버스 시장, 넥슨·넷마블 등 ‘게임업계’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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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미글루’ 월드 콘셉트 아트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이 네이버제트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자회사(JV)를 설립한다. 17일 크래프톤은 미국 법인 미글루 코퍼레이션(가칭) 지분 85%를 총 408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네이버제트 역시 지분 15%를 72억원에 취득한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웹3.0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 ‘미글루'(Migaloo)를 추진해왔다. 이번 합자회사는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합자회사는 북미에 설립되며, 사명은 설립 시점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메타버스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등장하자 시장의 이목은 AI 사업으로 옮겨갔고, 빅테크 기업은 메타버스 사업에서 하나둘 발을 빼는 추세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글루는 단순히 게임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수준의 프로젝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사업을 향한 도전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겨냥한 메타버스 서비스, 모바일 유저부터 확보한다

미글루 프로젝트의 실루엣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는 당시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크리에이터를 위한 NFT(대체불가능토큰) 기반의 웹3.0 메타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의 공동 법인인 미글루 코퍼레이션(가칭) 설립 소식은 지난 3월 최초로 전해졌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의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진출이다. 이들은 먼저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시장의 블루오션인 모바일 시장을 겨냥, 모바일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모바일 구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는 아직 블록체인 관련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지 않다. 네이버제트의 경우 점프크립토, 솔라나 블록체인 등과 제휴해 웹3.0 특화 플랫폼 ‘제페토X’를 별도 출시했지만, 3억명 글로벌 이용자를 유치하며 인기를 끈 오리지널 플랫폼 ‘제페토’에는 블록체인 기능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유저 기반을 확보한 이후, PC 호환 버전을 내놓으며 사업을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유저 접근성을 제고하고, 보다 폭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저사양 기기에서도 문제 없이 구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후 합자회사에서 크래프톤은 프로그램 개발, 크리에이터 창작을 위한 샌드박스 도구 및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 등을 맡는다. 네이버제트는 서비스 기획 및 파트너십 확보를 맡을 예정이다. 특히 네이버제트의 경우 ‘제페토’를 개발·운영하며 크리에이터 중심 메타버스 생태계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온 만큼, 차후 미글루 개발 과정에서 크래프톤의 기술력과 충분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작자 날개 달아주는 ‘C2E’ 서비스에 중점

프로젝트 미글루는 NFT(대체불가토큰)와 블록체인 기반의 C2E(Create-to-Earn, 돈 버는 개발 환경)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된다. 미글루 내에는 창작자 중심 가상 공간인 ‘퍼시스턴트 월드’가 존재한다. 퍼시스턴트 월드는 도로와 차량이 구현되어 있어 실제 도시와 비슷한 풍경을 갖추고 있으며, 퍼시스턴트 월드 내에는 다양한 IP와 브랜드를 위한 랜드(땅) 및 건물들이 배치된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랜드를 구매해 다양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게임’ ‘콘서트’ ‘전시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미글루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유저와 함께 즐길 수 있다.

크리에이터, 브랜드, 지식재산권(IP) 창작자 등은 퍼시스턴트 월드 내에서 ▲아바타와 액세서리를 제작하기 위한 워크숍 툴 ▲가상 공간에서 실제 건물과 유사한 외형과 인테리어를 위한 빌딩빌더 툴 ▲초보자와 전문 창작자들을 위한 샌드박스 툴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글루는 창작자가 제작한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한 자체 코인,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등을 지원한다. 자체 코인의 경우 다수의 외부 블록체인과의 연동을 통해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크리에이터는 본인이 생산한 자체 제작 아이템, 각종 콘텐츠 파일 등을 NFT화해 거래할 수도 있고, 크래프톤은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IP에 가상공간 샌드박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메타버스 시장의 미래, ‘게임업계’에 달렸다? 

메타버스, 웹3.0,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은 지난해 테크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은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며, 실제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성 AI 챗봇인 챗GPT의 등장으로 시장의 관심이 AI 분야로 옮겨가면서 메타버스 시장은 점차 가라앉고 있다.

실제 빅테크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웹3.0 관련 사업을 축소하는 양상이다. 메타는 2021년 회사 이름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 사업 성장에 열의를 보였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이뤄진 대규모 감원에서 상당수의 메타버스 부문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밥 체이펙 전 최고경영자(CEO)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메타버스 부문을 폐쇄하며 직원 50명 전원을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인수한 가상현실(VR) 워크스페이스 프로젝트 ‘알트스페이스VR’을 폐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메타버스 사업에 아직 활로가 있으며, 대표적인 활로가 게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메타버스는 결국 게임 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실제 빅테크 기업의 메타버스 열기가 시들해지는 가운데,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오히려 메타버스 사업 계획을 점점 더 구체화하며 활발한 경쟁을 벌이는 추세다.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플레이 이미지/사진=넷마블

넷마블은 19일 전 세계 2억명이 즐긴 캐주얼 보드게임 ‘모두의마블’의 후속작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는 전작의 전략적인 보드게임성을 계승하는 한편, 실제 지적도 기반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월드’를 게임 내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넷마블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MARBLEX(마브렉스)가 운영하는 MBX 생태계에 온보딩된다.

넥슨 측은 지난해 PC-모바일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콘텐츠 제작 및 놀이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MapleStory Worlds)’ 서비스를 출시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넥슨의 대표 IP ‘메이플스토리’의 리소스를 활용해 누구나 본인만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 다른 이용자와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콘텐츠 창작자는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처럼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BM(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는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경제 등 메타버스의 구성 요소 대부분이 포함된다. 이에 점차 메타버스가 ‘게임’의 일종으로, 더 실감 나는 메타버스 월드 체험을 위한 VR 기기가 ‘엑스박스’와 같은 게임 콘솔 기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미글루 역시 순수 메타버스 플랫폼보다는 C2E, NFT 등 메타버스적 요소를 다수 탑재한 ‘게임’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글루 프로젝트를 기존의 사업 영역을 뛰어넘는 도전보다는 단순 게임 사업 영역의 확장으로 보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배틀그라운드 이후 이렇다 할 ‘대어’를 내놓지 못한 크래프톤이 이번 기회로 미래 먹거리 사업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