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POS) 내세운 ‘페이히어’ 200억 투자유치, 오프라인에 눈돌리는 핀테크 기업들
페이히어(Payhere)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 토스 투자했던 굿워터캐피털이 투자 리드, 페이히어 확장성 기대 오프라인 시장에서 결제와 금융 결합하려는 핀테크 기업들, 승자는?
지난 13일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히어(Payhere)가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금 350억원을 넘었다. 이번 투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밴처캐피탈인 굿워터캐피탈이 리드하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새롭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해시드벤처스도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완화 이후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되며 오프라인 매장의 이용 고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또 현금 대신 카드 및 모바일 페이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포스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비대면 시장에서 자리 잡은 핀테크 기업들이 포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페이히어: 원하는 하드웨어로 매장에 필요한 올인원 포스 서비스 제공
페이히어는 2019년 법인 설립 이후 2020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포스(POS,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휴대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 원하는 기기에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특히 음식점에 국한돼 있던 포스 기능이 도소매, 뷰티, 교육, 병의원 등 업종별 특성에 맞게 세분화되었으며, 합리적인 이용료로 태극당, 노량진형제상회, 롸버트치킨 등 전국 3만5,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사용 중이다.
현재 IC 카드, 마그네틱 카드, 컨택리스 카드, QR 간편결제.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대부분의 결제 수단을 전부 하나의 NFC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배달, 마케팅, 키오스크, 웨이팅, 테이블 오더, KDS(주방 디스플레이 시스템) 등 흩어져 있는 매장 관리 서비스와 모든 주문, 결제, 고객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제공해 창업자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편리하게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페이히어는 네이버 예약, 조리 로봇 등 타 서비스와 연동을 통해 업종과 규모에 따른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용성을 높이고 있으며, 2분기에는 의류, 문구, 식료품 등 도소매업을 위한 재고·옵션 관리 기능이 한층 더 고도화된 포스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선도한 오진석 굿워터캐피탈 파트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소비자의 행동과 기대가 바뀌고 있다”며 “이에 소상공인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관련 서비스가 파편화 되어 있어 오히려 매장 운영을 더 복잡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페이히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자영업자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몰입해 있어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벤치마크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성장을 이뤄왔다”고 투자 이유를 덧붙였다. 함께 투자한 강인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팀장 역시 “페이히어는 이미 많은 자영업자와 매장 현장에서 우수성과 안정성을 검증받았다”며 “창업과 매장 운영 전반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매장 관리 플랫폼으로 페이히어의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는 수십 년간 “포스는 ‘포스기’라는 하드웨어에 갇혀 있었고 이로 인한 물리적, 기능적, 비용적 불편함은 이용자의 몫이었다”고 지적하며 “페이히어에서 누구나 ‘본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 원하는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포스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업계 관행으로 진행되던 불합리한 약정과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어 박 대표는 “앞으로 구인난, 인건비, 홍보, 매출 등 사장님의 고민과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해결하고 매장을 더 쉽고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 시장의 재부흥? 핀테크 기업들이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이유
한편 국내 핀테크 유니콘 기업인 토스(Toss)에서도 포스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토스는 포스기를 제작하는 회사인 ‘토스플레이스’를 앞세워 포스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토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포스기 시장이 오래된 만큼 규모도 크지만, 여전히 포스기가 계산 위주로 된 경우가 많았다”며 “오프라인 가맹주에게 조금 더 나은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관점에서 2022년 3월 포스기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스플레이스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포스기를 공개하고 서울 약 3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초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토스 포스기 역시 페이히어처럼 QR코드뿐만 아니라 NFC 결제도 가능하며, 모든 VAN 사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어 신용카드, 모바일 페이를 포함한 모든 결제 수단을 통합해서 결제할 수 있다. 토스는 포스 산업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며 기존 계산기 중심의 단말기를 매출장부·세금계산서 관리 등이 가능하도록 진화시키고, 여기에 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자영업자를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토스가 포스기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며 “포스기 후발주자임에도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작년부터 포스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9월 29일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대 포스사인 ‘오케이포스’에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지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오케이포스는 현재 포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40%)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오케이포스 투자 이유에 대해 “데이터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금융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페이나 토스나 이 포스 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통한 금융 서비스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SME 대출·보험 등을 연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온라인에 적을 둔 핀테크 기업들이 오프라인 시장인 포스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전국 소매 판매액 46조원 중 오프라인 비중이 63%(약 29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2022년 7월 한국은행 통계 기준).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잡은 핀테크 기업들의 오프라인 영토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토스와 오케이포스, 페이히어 등에서 고민하며 간편결제 연동이 안 되는 페이히어에서 토스로 넘어가거나, PC에서만 지원되는 토스에서 페이히어로 넘어가는 등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어떤 기업이 최종 승자 자리를 차지할지, 어떻게 혁신을 이뤄내 소비자들을 모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번에 페이히어에 투자한 굿워터캐피털은 2016년 토스의 초기 투자가였으며 토스가 유니콘을 넘어서는 데 수차례 핵심적인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을 감당해왔다. 페이히어의 올해 행보가 포스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