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자금 지원의 새 패러다임,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융자연계 ‘BIRD 프로그램’
우수기업은 사업화자금 최대 100억원까지 보증 지원 중기부, 5차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계획 수립, 올해로 4차 계획 종료 정부출연 일변도 R&D, 투자·융자·후불제로 다각화, 중소기업 관심은 ‘융자형’
기술과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혁신 주도형 미래의 문턱에 서 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중소기업의 연구 개발(R&D)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핵심은 지난 3월 발표된 중소기업이 중기 R&D 성과를 상업적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계별 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BIRD(Bridge for Innovative R&D) 프로그램이다.
기술보증기금(KIBO·이하 기보)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KIIT·이하 기정원)이 함께 고안한 BIRD 프로그램은 혁신적인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 문제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기획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혁신기술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보다 지속 가능하고 활기찬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기보와 기정원이 협업을 통해 R&D 기획 단계부터 후속 사업화 보증까지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혁신성장기업의 효과적인 자금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협업사업을 확대하고 성장유망기업 지원을 강화하여 민간주도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원 자격 및 대상
BIRD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중소기업은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유능한 기업, 50억원 이상의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BIRD가 이미 성장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선별지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보증기금은 촘촘한 평가 과정을 거쳐 다양한 산업 분야의 총 48개 기업을 1기 프로그램 참여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업종별로는 기계 분야 12개사(25%), 전기·전자 분야 11개사(22%), 화학·소재·바이오 분야 12개사(25%), IT·통신 분야 13개사(28%)로 기술 분야별 균등한 비율로 선정했다. 전략적 지원 분야인 반도체 팹리스와 바이오 분야도 각각 2개와 4개 기업을 우대해 선발했다.
단계별 접근 방식
기본적으로 BIRD 프로그램은 R&D 전 단계, 실제 R&D 단계, R&D 후 또는 상용화 단계의 세 가지 중요한 단계를 통해 운영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기보가 R&D 기획에 필요한 2억원 상당을 보증하고, 보증 비율을 85%에서 100%로 높인다. 이는 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기보가 전액 보전해 준다는 의미다. 특히 기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자금난을 감안해 1%의 고정 수수료를 책정했다.
두 번째 단계는 기정원이 R&D 수행을 위해 최대 16억원의 출연금을 지원하는 단계다. 이러한 금융 지원은 중소기업이 꿈꾸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개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사업화 관련 자금에 대한 보증 지원을 확대한다. 이 단계는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서 마케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R&D 노력이 성공적인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1단계(프리 R&D) 선정기업은 기정원의 6월 선정위원회를 거쳐, 7월 2단계(R&D) 출연금 지원 대상기업으로 최종 선정된다. 3단계(포스트 R&D)지원은 2단계 완료 기업을 대상으로 추후 개별 기업에 별도 일정이 통지된다.
자금 지원 그 이상
자금 지원은 BIRD 프로그램의 중요한 구성 요소지만, 비전은 단순한 재정 지원 그 이상이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이 비전의 핵심이다.
또한 기존 R&D 자금 지원 체계를 다각화하여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실질적인 R&D 자금을 빌려 성과를 창출한 뒤 상환할 수 있는 대출형 R&D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은 R&D 활동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선택의 폭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의 R&D 자금 조달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온 BIRD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에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혁신을 촉진하고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보장함으로써 시장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출형 R&D 시스템으로 판도를 바꾸다
현재 중소기업은 R&D 자금이 필요할 때 사업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넘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지분 투자’라고 하는데, 투자자가 회사의 일부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새로운 ‘대출형 R&D 제도’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출형 R&D 제도를 활용해 R&D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이자율로 빌릴 수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연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점과 사업의 어떤 부분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투자 시스템과 함께 대출 및 지불 연기 등 중소기업에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제5차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 계획
대출형 R&D 제도는 ‘제5차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계획’의 일환이다. 이 계획은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큰 전략으로 5년마다 업데이트된다. 현행 제4차 계획은 올해로 종료된다. 이번 계획에는 대부분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현행 R&D 지원 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재정 R&D’라고 불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첫 번째 안건이다. 이는 정부가 R&D 자금의 일부를 은행에 예치하고, 선정된 기업은 은행을 통해 자금을 받을 수 있다. 단, 기업은 연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재정 R&D는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에 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한 R&D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당국은 기업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연구 실패 시 상환 의무를 줄이거나 기술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어 정부는 융자형 R&D 외에도 투자형, 후불제 등 보다 다양한 지원 제도 도입에도 나설 계획이다. 투자형 R&D는 융자형 R&D와 달리 상환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은 지분 보유 기간 동안 수익의 일부를 출연하거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후불제는 기업이 먼저 자체 자금을 R&D에 사용한 후 성과를 달성하면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인 셈이다. 이는 기업이 선호도에 따라 최적의 R&D 자금 지원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장 친화적인 환경 조성
R&D 지원 제도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지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을 줄이고, 정부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실제로 그간 중소기업의 R&D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R&D 자금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친화적이고 기업 성장과 연계된 자금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위험군이나 기술혁신 과제에 민간과 시장 기능을 도입하면 기술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유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술 혁신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보다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