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OTT와 한류 콘텐츠의 전망
방송 콘텐츠 산업, OTT 중심으로 재편 OTT 산업 위기=한류 콘텐츠 불안요소 K-콘텐츠 고유의 독특함과 신선함 고민해야
방송 콘텐츠 산업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2 한류백서』에 따르면 방송영상 독립제작사(이하 독립제작사) 수출액이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pp)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독립 제작사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OTT 플랫폼에 직접 콘텐츠를 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방송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부추긴 모양새다.
지상파와 pp 수출액은 2021년 기준 각각 2억 1,333만 달러(약 2,775억원)와 2억 1,990만 달러(약 2,861억원)로 나타난 한편, 방송영상 독립제작사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1.5% 증가한 2억 8,477만 달러(약 3,705억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콘텐츠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디즈니+ <파친코> 등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 세계를 아우르게 된 한류 콘텐츠는 이제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연결과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영화 또한 팬데믹 동안 크게 위축됐던 2022년 대비 66% 증가한 7,144만 달러(약 932억 원)의 해외 매출을 달성하며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는 OTT가 영화 비즈니스에 주요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영화 수출 지역에는 의미심장한 변화가 포착됐는데, 전체 수출액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73.8%에서 48.2%로 대폭 감소하고 북미(13.3%)와 유럽(8.1%) 지역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방탄소년단(BTS) 다큐멘터리 흥행 및 칸국제영화제 수상(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감독상, 배우 송강호 <브로커> 남자연기상), 베를리국제영화제 홍상수 감독 <소설가의 영화> 심사위원대상 수상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K-팝과 게임, K-웹툰까지 한류 콘텐츠는 꾸준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왔다. 여전히 K-팝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아이브(IVE), 있지(ITZY), 에스파(aespa), 르세라핌(LE SSERAFIM) 등 ‘케이팝 4세대’로 불리는 신진급 아이돌들이 활약하고 있고, K-웹툰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단순히 웹툰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 서비스 제공, 본사의 해외 이전, 혹은 해당 국가의 웹툰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수출을 늘리고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OTT 산업의 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방송 한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 요소도 동시에 부각됐다. 독립 제작사가 방송 프로그램 수출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면서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 <연모>의 국제에미상 수상 등 ‘K-드라마’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도 등장했지만, 핵심 토대인 OTT 산업이 위기를 맞으며 한류 콘텐츠에도 위기가 예고된다. 영화 또한 OTT 부문으로의 수출 증가와 진출 확대 등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반면 극장 산업의 위축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4년간 3조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OTT 업체들은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에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작품 제작이 늘어나고 이는 동종 업계에 좋은 자극제가 되어 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자본으로 인해 업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초반의 실험적인 시도와 도전과는 달리 인지도 있는 작가, 감독, 배우들 위주의 캐스팅이 지속되면서 K-콘텐츠만의 색깔과 개성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K-콘텐츠만이 가진 독특함과 신선함 그리고 개성 덕분이다. 팬데믹 상황 속에 OTT의 출현과 더불어 보장된 작품의 높은 퀄리티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이 맞물려 비주류로 여겨졌던 한류 콘텐츠는 다시 한번 큰 힘을 얻었다. 엔데믹을 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는 한류 콘텐츠가 균형을 잃지 않고 지속 가능한 흐름을 유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