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전기차 시장 손 떼나

버크셔 해서웨이, 지난 8일 BYD 대량 매도하며 전기차 시장서 빠져나와 일각에서는 고질적 전기차 인프라 문제에서 비롯된 행보 아니냐 예측 BYD의 높은 판매량 불구, 과도한 재투자 비율로 주주 돌아서게 만든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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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BYD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러한 행보가 느린 충전 속도, 충전소 부족 등의 전기차 인프라 문제와 함께 BYD의 과도한 재투자 비율로 인한 주주 관점에서의 기대 수익 저조에서 비롯됐다고 예측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BYD 대량 매각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5월 8일 중국 BYD 주식 196만 주(약 5,890만 달러 상당)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8월 매각을 시작하기 전까지 2억2,500만 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1억8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BYD 주식 지분의 1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 처음 BYD 주식을 2억2,500만 달러 규모로 매입했다. 이후 BYD는 세계 최대의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면서 현재 주가는 30.58달러까지 치솟았고, 작년 기준 순수 전기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를 포함해 약 19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매각을 처음 시작하기 전인 지난 7월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는 BYD에 대해 약 95억 달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BYD 지분 가치는 33억 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충전소 부족한데 충전 속도까지 느려

일각에서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워렌 버핏이 자동차 산업에서 BYD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속도에 비해 관련 인프라 구축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충전 속도 저하, 충전소 부족 등 관련 인프라 미비로 인해 전기차 시장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기차 문제 중 소비자들의 가장 큰 원성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충전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제조사들은 가뜩이나 바쁜 현대인들에게 완속 충전을 권장한다. 배터리 성능 및 수명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우리나라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급속 충전은 1시간을 넘기는 순간, 완속 충전은 14시간을 넘기는 순간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급속 충전의 경우 시간의 제약이 생겨 현실적으로 100% 충전이 어렵다.

최근 전기차를 구매한 최모(32세)씨는 “장거리 운행을 앞둔 상태에서 100% 충전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며 “내연기관 차량으로 중간에 연료를 보충해야한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이지만 전기차는 충전을 위해 40분가량은 발이 묶여있어야 한다”고 전기차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전기차 충전소 부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총 20만5,205기다. 이 중 급속 충전기가 2만737대(10.2%), 완충하는 데 6시간이 걸리는 완속 충전기가 18만4,468대(89.8%)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판매된 전기차 누적 대수가 38만 대인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1대당 충전기가 0.6기로 1기가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현재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급속 충전을 하기 위해서 한 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 데다, 완속 충전을 하자니 6시간은 족히 걸려 바쁜 운전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판매 실적은 좋지만 주주에게 돌아오는 건 ‘전무’

2009년 이후 10년간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해 왔던 BYD는 배터리 모듈을 없애고 배터리 셀을 혁신해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 ‘한(漢)’을 출시해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다. 아울러 완벽하게 기술이 갖춰지지 않은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부품을 하청을 주는 방식이 아닌, 기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기차의 거의 모든 주요 부품을 자체적으로 만들며 엄청난 배터리 효율을 달성했다. 이 결과 BYD는 2023년 1월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 187만 대를 기록하며 1위에 우뚝 올라섰다. 2021년에는 61만4천대를 인도해 브랜드별 연간 누적 전기차 인도량 4위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셈이다.

BYD는 이러한 혁신을 위해 그간 엄청난 돈을 기술 개발에 쏟아부었다. 레버리지 비율도 언제나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에 허덕이며 자본시장에서 빈번히 자금을 조달해 왔다. 즉 주주들에게 BYD는 소위 말하는 ‘나쁜 기업’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또한 BYD가 높은 전기차 판매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이를 모두 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는 데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 문제들이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주주 관점에서 BYD의 미래 기대 수익이 높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