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이나영·BTS→BL드라마, 극장으로 향하는 OTT 콘텐츠
OTT 콘텐츠, 극장으로 향한다 ‘박하경 여행기’부터 BTS 다큐까지 다양 BL드라마 영화화, 콘텐츠 생명력 연장 및 다양성 확장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극장이 손을 잡았다.
OTT 콘텐츠가 영화관으로 향한다. OTT는 폐쇄적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시청자를 만나고, 극장은 다양한 콘텐츠로 관객 발걸음을 유도하는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감독 이종필, 제작 더램프주식회사)가 오는 6월 7일 CGV에서 개봉한다. 배우 이나영 주연의 이 작품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다.
<박하경 여행기>는 회당 20~30분 내외 분량의 총 8부작 드라마로 ‘숏폼’에 익숙해진 시청자 니즈를 반영했다. 이와 함께 매회 각기 다른 캐릭터와의 만남을 통한 이야기로 다채로움까지 더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으로 호평받은 이종필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박인환, 서현우, 선우정아, 신현지,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 등이 특별출연하며 작품에 힘을 실었다.
영화관에서는 전체 8부 중 1~4화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은 100분. 에피소드가 독립적 주제를 지니고 있는 만큼 전체가 아닌 절반 분량 시청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서울부터 해남, 군산, 부산, 경주, 제주 등 전국 곳곳 여행하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어 OTT 앱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방탄소년단(BTS) 멤버 솔로 다큐멘터리도 극장 개봉한다. 올해 2월과 4월 디즈니+에서 공개된 <제이홉 인 더 박스>(j-hope IN THE BOX), <슈가: 로드 투 디데이>(SUGA: Road to D-DAY)를 ‘2023 BTS FESTA’를 맞이해 전 세계 관객들에 선보이는 것. 두 작품은 그룹 활동을 잠시 쉬고 각자 솔로로 나선 제이홉과 슈가의 앨범 제작기와 라이브 퍼포먼스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활동 뒷이야기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고, 미국·영국·일본 등 전 세계에서 순차 개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OTT 인기 콘텐츠로 급부상한 BL 드라마가 영화화된다. 티빙 독점 공개작 <비의도적 연애담>(연출 장의순, 기획·제작 넘버쓰리픽쳐스)과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신입사원>(연출 김조광수, 제작 청년필름)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제작사는 최근 영상등급위원회에 각각 <비의도적 연애담 스페셜> 영화 예고편 및 포스터, <신입사원 더 무비> 등급 분류를 신청했다.
차서원-공찬 주연의 <비의도적 연애담>은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비의도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된 윤태준과 지원영의 신뢰회복 심쿵로맨스를 그린다. 피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티빙에서도 전체 유료가입기여 8위, OTT-TV 통합 화제성 2위와 더불어 일본 라쿠텐TV 1위, 아이치이(iQIYI) 북미 지역 5위 등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12세~15세 이상 관람가로 BL 장르를 부각하지 않은 로맨스와 설렘이 느껴지는 연출 등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 그리고 작품을 향한 애정이 과몰입을 유도하며 탄탄한 팬층을 형성했다. 덕분에 방송 공개와 함께 진행한 유튜브 코멘터리 영상은 6만 뷰 이상, 굿즈 상품 판매는 순식간에 품절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을 맡은 7부작 <신입사원>도 영화로 탄생한다. 권혁-문지용 주연의 이 작품은 일상 오피스물에 가까운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모스카레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감독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 BL과 퀴어물 사이의 무게감으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았기에 영화 버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왓챠는 BL 히트작 <시맨틱 에러>를 영화 버전으로 제작하며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 드라마는 공개 직후 왓챠 콘텐츠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종영 후에도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출연자 단독 예능, 굿즈 등을 제작했다. OTT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영화 버전 <시맨틱 에러: 더 무비>를 만들어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극장 개봉으로 직접 팬들과 만나며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즌2 제작 가능성을 높였다.
이 시기 음지 문화로 여겨졌던 BL 웹툰과 웹소설이 단숨에 슈퍼 IP(지식재산권)로 급부상했고, 이후 BL 드라마 제작이 증가했다. 특히 소수 마니아만 즐기던 BL 드라마의 극장 개봉은 콘텐츠의 다양화 및 관객 확대, 동시에 OTT 콘텐츠 확장성을 증명했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침체기 늪에 빠져 ‘위기론’을 맞이했다. 영화관에는 대형 규모의 외화가 점령했고, 한국 영화산업은 투자가 끊기며 쪼그라들었다. 극장에서 OTT 콘텐츠는 아직까지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협업을 통해 향유자를 위한 다양성 확보 및 콘텐츠 생명력 연장, 확장성 증대 등 여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