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규모 투자 유치 성공한 대영채비, 전기차 미래에 ‘운명’ 달렸다
충전시설 보급 관심도↑, 덩달아 웃는 채비 낙관론·비관론 혼합된 전기차 시장 전망, 채비의 미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전문 기업 대영채비(이하 ‘채비’)가 글로벌 자본시장 경색 속에서도 총 1,2000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엔 기존 투자자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신규 투자자인 KB자산운용이 참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채비에 600억원을 추가 투자했으며, KB자산운용 또한 600억원을 신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진출에도 ‘굳건한’ 채비
2016년 설립된 채비는 전년도에 이어 2023년 환경부 브랜드사업 1, 2차에 선정되는 등 많은 사업 성과와 실수요가 큰 급속·초급속 충전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전국에 초급속 위주 6,000여 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이 충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채비는 국내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채비는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충전기의 제조, 설치, 유지보수, 운영 및 플랫폼이라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관련 모든 영역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나름의 특이성도 지니고 있다.
금년부턴 글로벌 사업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미국의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캘리포니아 전기자동차 인프라 프로젝트(CALeVIP)’에 충전 서비스 사업자 및 인프라 공급사로 동시 선정됐다. 일본에서도 채비의 급속 충전기가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차세대자동차진흥센터’ 보조금 대상에 등재되는 성과를 보였다. 최근엔 ‘원팀코리아’에 참여해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에 충전기 공급사로 선정돼 글로벌 상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채비는 포스트 밸류(Post Value) 기준 약 4,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2019년 11월 첫 외부 투자 유치 이후 약 3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9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특히 최근 간판급 스타트업들의 투자 조달 실패 및 기업가치 하락과 연기금·공제회는 물론 캐피탈과 증권 등 금융권마저 출자를 꺼리는 등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이목이 쏠린다.
국내 전기차 충전시설 보급률 떨어져
최근 ‘글로벌 녹색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차 보급 사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에 앞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개정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올 1월 27일까지 국가 지자체 등 공공이 소유·관리하는 시설 등은 모두 충전 인프라 의무 설치 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으로 갈수록 비율 충족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월 말까지 전북도청 및 14개 시·군은 의무 설치 대수 1,090대 중 513대,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의무 설치 대수 93대 중 7대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목표치의 절반을 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법 시행 이후 1년이란 유예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시설 설치에 공공기관이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특히 채비와 같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에 있어선 악재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에 전기차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시설 보급 선행이라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강동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핵심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필수 인프라 시설인 충전시설에 대한 보급률은 낮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보급에 있어 충전시설 보급은 매우 중요하다”며 “충전시설 의무 비율 충족을 위해 기관별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채비와 같은 충전 인프라 기업의 몸값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전기차 판매량 늘고 있는 추세지만
현재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자동차 산업시장 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802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완성차 판매량의 9.9%에 달하는 수치로, 즉 지난해 판매된 완성차 10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완성차 판매량이 2021년보다 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오히려 68% 늘었다.
이에 전기차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쏟아진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해 “2030년에 전기차가 3,950만 대 판매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선 2020년엔 “2030년에 2,580만 대가 판매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전망치를 1,370만 대인 53%나 상향 조정할 만큼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스턴컨설팅그룹도 2030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2022년 802만 대보다 5배가량 증가한 3,9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매해 22%가량 판매량이 증가해야 가능한 수치다. 딜로이트도 2020년에 ‘전기차 시장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20년 250만 대에서 연평균 29% 성장해 2030년에 3,1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그리 밝기만 한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KPMG가 발표한 ‘KPMG 글로벌 자동차산업동향 보고서(23rd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GAES)’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경영진의 83%는 자동차산업이 향후 5년간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영진들은 2030년까지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40%가량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70%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성장세는 이어가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란 의미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이 전망된 이유는 자동차 기업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전환됨에 따라 제조, 유통, 충전 및 서비스 등 전체 과정에서 복잡하고 총체적인 변화를 겪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