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벤처 업계에 우뚝, ‘K-콘텐츠’ 수천억원대 투자금 유치 성공
울상인 벤처투자 시장, K-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만 ‘활짝’ 전문가들, “최근 문화부 모태펀드 결성이 투자자 의사결정에 기여한 것” K-콘텐츠의 밝은 미래에 주목한 투자자들
최근 지속되는 경제 하방 압력에 벤처투자 업계가 ‘혹한기’를 맞은 가운데, K-콘텐츠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연달아 성공했다. 이는 최근 문화부가 대규모 모태펀드 결성에 성공하고, 정부 주도의 K-콘텐츠 사업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류 스타트업들
거시경제 불확실성, 수출 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가 맞물리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음원, 드라마·영화, 웹소설·웹툰 등 K-콘텐츠 기업들에 투자금이 대거 쏠리고 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오히려 한국 문화 관련 스타트업들에는 되레 수천억 규모의 대규모 자금이 쏠리고 있고,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기회를 틈타 엔터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압도적인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은 단연 ‘비욘드뮤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음원 지식재산권(IP) 전문 투자·관리 기업 ‘비욘드뮤직’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2021년 말에는 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등 유수 PEF들에게서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문가들은 비욘드뮤직의 기반 자산인 ‘음원 IP’가 거시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보유 자산을 ‘한류열풍’에 힘입어 높은 가치로 끌어올리는 수익성에 주목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비욘드뮤직은 NFT(대체불가토큰) 중심의 신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할 방침이다.
당일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도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콘텐츠 제작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14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미국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와 하나클럽 Club1 WM 센터가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원천 지식재산권(IP) 기획부터 제작·유통 등 다방면에 걸친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히트작’ 드라마를 만든 크리에이터를 대거 보유 중이다. 플레이리스트 관계자 A씨는 “이번 유치된 자금을 통해 일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국내외 협력 관계를 확장해 글로벌 시너지 창출을 노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K-콘텐츠의 마케팅·유통·기획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콘텐츠엑스’는 IBK중소기업은행을 필두로 130억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9년 설립된 콘텐츠엑스는 설립 3년 차인 2021년에 흑자 전환에 들어선 바 있다. 시리즈 A는 초기 투자 라운드로 통상 금액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콘텐츠엑스의 이번 투자금 유치는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IP 성장 전략에 공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화부의 모태펀드 대규모 결성으로 ‘K-콘텐츠’ 투자 활력 불어넣었다
전문가들은 벤처투자 혹한기에 K-콘텐츠 사업만 꽃 피운 이유를 최근 문화부가 모태펀드를 대규모로 확장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모태펀드 확정 금액이 2,150억원, 자펀드는 4,26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결성되면서, 이를 투자 ‘청신호’로 받아들인 투자 업계가 너도나도 할것없이 지갑 문을 활짝 열었다는 것이다.
실제 5월 1일 한국벤처투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출자 사업에서는 ▲K-콘텐츠 IP ▲K-문화 M&A ▲K-유니콘 ▲K-밸류 ▲K-문화상생 ▲K-문화일반 등 6개 출자 분야 모두 목표 결성액을 초과했다. ‘K-콘텐츠IP’ 분야는 9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1,750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될 예정이다. 또한 ‘K-유니콘’ 분야는 4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600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된다. 이 밖에도 ‘K-문화M&A’, ‘’K-문화일반’에도 각각 745억원, 7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가 결성될 방침이다.
K-콘텐츠의 수출 잠재력을 본 투자자들, ‘베팅’이 아닌 ‘확신’
한편 K-콘텐츠 시장 자체의 잠재력에 투자자들이 자금 베팅을 건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위상이 커진 K-콘텐츠가 반도체에 이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자료가 뒷받침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1월 4일 발표한 ‘2021년 기준 콘텐츠사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24억5,000만 달러로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가전(86억7,000만 달러), 전기차(69억9,000만 달러) 수출액을 크게 뛰어넘었다. 또한 지난해 K-팝 및 K-콘텐츠 확산으로 ‘한류 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입’은 17억200만 달러에, 관련 지출은 4억6,700만 달러에 불과해 무려 12억3,5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K-콘텐츠를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도 투자자들의 K-콘텐츠 투자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지난 2월 해외영토 확장(Expansion)과 산업영역 확대(Extension), 연관산업 프리미엄 효과(Effect) 확산의 3E전략으로 2027년까지 K-콘텐츠 수출 250억 달러와 세계 4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다짐했다. 이제는 정부 주도로 K-콘텐츠가 적신호가 켜진 수출 전선의 구원투수로 자리 잡게 될 만큼,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이 확신을 가지고 대규모 뭉칫돈을 유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