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예능도 ‘시즌제’ 열풍!

OTT 등에 업고 날개 단 시즌제 제작자-플랫폼-시청자의 욕구가 맞물린 결과 기존 작품 답습하지 않기 위한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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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tvN

인기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돌아온다.

2023년 상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SBS <모범택시2>와 최근 성황리에 종영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3>, tvN <구미호뎐1938>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제로 제작된 드라마라는 것.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드물게 세 시즌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시즌제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능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 전 여성판 <신서유기>로 불리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낳았던 tvN <뿅뿅 지구 오락실>은 각기 다른 멤버들의 매력과 케미가 폭발하며 시즌2 제작으로 이어졌고,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를 중심으로 날 것 그대로의 여행기를 보여줬던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도 지난 11일 시즌2로 돌아왔다.

OTT에서도 예외는 없다. ‘술’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세 여주인공의 우정과 일상을 공감 있게 그려내 인기를 끌었던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는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 수에 큰 공을 세우며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고, 다섯 명의 추리 반 학생들이 더욱 거대한 사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어드벤처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 시리즈도 확장된 스케일로 시즌제의 묘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지난 16일 비하인드 회차를 끝으로 뜨거운 화제 속에 종영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게임2> 역시 이전 시즌보다 더 강력해진 매운맛을 선보이며 4주 연속 웨이브 주간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종합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고, 지난 14일 공개된 유재석, 이광수, 권유리 인류 대표 3인방의 상상 초월 생존기를 그린 디즈니+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2>는 국내 디즈니+ TV 쇼 부문 1위(플릭스 패트롤)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시즌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시즌제는 주로 <그레이 아나토미>, <왕좌의 게임> 등과 같은 해외 콘텐츠의 전유물로만 치부돼 왔다. 방송사 편성에 따라 제작에 들어가는 한국 제작 방식의 특성상 사전 제작과 기획이 필요한 시즌제 작품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카드였다.

하지만 OTT의 등장은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켰다. 충분한 제작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제작사와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OTT 플랫폼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것. 여기에 변화된 시청자들의 인식과 콘텐츠 소비 패턴은 시즌제 제작의 유행을 불러왔고, 플랫폼의 확장이 가져온 다양한 기회는 꼭 스타가 출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흥행 공식을 깨뜨리며 시즌제 제작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비교적 심의에서 자유로운 OTT 플랫폼의 특성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양질의 콘텐츠를 대거 시장에 쏟아 내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높였고, 사전 제작을 통해 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냄으로써 극의 완성도를 견인했다. 이렇게 제작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은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 냈고, 이는 활발한 시즌제 제작으로 이어졌다.

사진=넷플릭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즌제 작품에는 기존에 구축해 놓은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스토리 변주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tvN <구미호뎐1938>의 경우 이야기의 배경을 1938년 경성으로 옮기고 다양한 인물을 추가로 투입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한편, 더욱 화려해진 액션과 풍부해진 사건들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사랑받았다.

시청률과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최근 시즌제 제작은 사실상 프로그램의 성공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한번 성공한 작품은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하게 되고 새롭게 신설된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자 유입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출연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깊은 관계성을 작품에 녹여내기가 쉽다. 서먹했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새 시즌을 시작하며 무르익는 멤버 간의 케미와 제작진과의 호흡이 인상적인 tvN <뿅뿅 지구오락실2>가 대표적이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는 시즌제 작품은 위험부담이 크다. 반복되는 구성과 내용으로 점철된 자기 복제식 이야기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시즌제를 내세웠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왜 시즌제여야만 했는지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시즌제 제작은 무의미하다. 배우 이동욱은 tvN <구미호뎐1938> 제작 발표회에서 “감독님과 가장 이야기를 많이 나눈 부분은 ‘시즌1보다 재미없으면, 하는 이유가 없지 않나?’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승하는 제작비도 부담이다. 작품의 성공은 배우들의 인지도와 출연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존 출연진과 제작진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그만큼 늘어난 제작비를 부담해야만 한다. 일정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유인식 감독은 “스타가 된 배우들이 시간을 조율해 한 병원으로 돌아온다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제 작품은 계속해서 시청자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세계 최대 OTT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최근 들어 K-콘텐츠 시즌제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넷플릭스의 글로벌 팬 이벤트인 ‘투둠(Tudum)’에서는 2021년 최대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2>의 캐스팅 라인업이 발표됐고,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의 이야기를 그린 <D.P.2>는 오는 7월 28일로 공개일이 확정했다.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 분)와 그린홈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위트홈 시즌2>는 올해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어 오는 7월 5일 공개 예정인 디즈니+ 범죄 스릴러물 <형사록 시즌2>와 7월 29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극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7월 공개를 확정 지은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마녀사냥 2023>과 쿠팡 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4>도 주목해 볼 만하다.

시즌제의 성공은 드라마와 예능을 가리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어느새 모두에게 익숙해진 시즌제 프로그램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작품을 답습하지 않는 판단력과 작품을 향한 진정성, 새로움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