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세이프티’ 파일러, 55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 ‘광고 모니터링 서비스 어디까지 왔나’

‘창업 3년 차’ 파일러 총 투적 투자 70억원↑ 月 1,200억원 규모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 ‘여전히 성장 중’ 난무하는 자극적 콘텐츠에 낭비되는 광고비 ‘최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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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일러

동영상 맥락 분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 솔루션을 제공 중인 파일러(PYLER)가 5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글로넷벤처파트너스, IBK기업은행, IBK캐피탈, 원앤파트너스가 참여했다.

2021년 설립된 파일러는 창업 당시 사업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드 투자를 유치한 후 곧바로 프리 A 시리즈를 완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지금까지 총 누적 투자액은 70억원을 상회한다.

소비자 겨냥 광고의 시대는 끝났다

파일러는 동영상 광고가 게재되는 각종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후 광고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를 자동 차단하는 브랜드 세이프티 솔루션 에이드(AiD)를 운영 중이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디지털 광고 기술 표준화 단체 ‘IAB Tech Lab'(이하 IAB)에 가입하는 등 브랜드 세이프티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준수에 앞장서고 있다.

파일러는 웹사이트 접속 기록, 검색 및 구매내역 등 행태정보를 파악해 소비자를 겨냥한 기존의 광고들이 상당 부분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현실에 주목했다. 시청자가 건강 관련 영상을 보기 직전 고급 위스키 광고가 나오는 식이다. 실제로 파일러가 기집행 광고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AB 기준 최소 16%에서 최대 37%의 광고비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통해 낭비되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개발된 에이드는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서비스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IAB가 제시한 브랜드 세이프티 기준을 바탕으로 음란, 이슈, 정치, 종교, 토크, 혐오 등 민감 영상을 필터링한 후 맥락에 맞는 동영상 광고를 배치해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고 비용의 낭비를 막겠다는 목표다. 

현재 파일러는 기존 민감 영상 카테고리 외에도 국내 정서에 민감한 콘텐츠를 판단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재호 파일러 대표는 “TV로 대표되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대형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있다”며 “이 무수한 콘텐츠에 실리는 광고들을 일일이 모니터링 할 수 없다 보니 광고주는 게재된 콘텐츠에 대한 관리와 통제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랜드의 가치를 위협하는 콘텐츠에 소모되는 광고 예산은 약 35%로 추산될 정도로 높은데, 우리의 브랜드 세이프티 솔루션이 효율적인 광고 집행과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급성장세 동영상 광고 시장, 그 이면엔?

동영상 광고 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애드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112개 매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5월 동영상 광고 현황’에 따르면 5월 동영상 광고 집행 금액은 1,288억원으로 전월(1,257억원)보다 약 2.5% 증가했다. 광고비 집행이 가장 많은 매체는 유튜브로 5월 한 달에만 약 74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했고, 인스타그램(약 227억원), 페이스북(약 167억원), 네이버(약 38억원), 티빙(약 1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광고 목적에 맞게 분석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마케팅 활동을 통칭하는 애드테크(Adtech) 시장은 훨씬 규모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연평균 13.7% 성장해 2030년에는 2조4,223억5,000만 달러(약 3,21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광고 업계 내에서만 사용되던 표현인 브랜드 세이프티는 디지털 광고는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안전한 콘텐츠 맥락 안에서만 진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들은 자동으로 건너뛰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며 미디어 업계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들 플랫폼이 강력한 광고 수단으로 떠오르며 동영상 광고 시장의 이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 편파적인 정치 성향을 보이는 자극적 콘텐츠에 노출된 광고주들의 불만이 줄을 이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광고주들의 쏟아지는 불만에 유튜브는 선정성폭력성혐오 조장정치적 편향성 등 운영 기준에 위배되는 콘텐츠 노란색 아이콘을 부착하고 광고를 제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콘텐츠 창작자들의 불만 또한 이어졌고, 하루에도 수십만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대형 플랫폼 특성상 모든 콘텐츠에 대한 검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며 보다 강력한 브랜드 세이프티 솔루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파일러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한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김효준 심사역은 “파일러의 에이드는 동영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역량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 소비자 정보보호 및 브랜드 세이프티 이슈가 중요해진 디지털 광고시장에 빠르게 침투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동영상 분야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파일러는 이 개발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iD 서비스 화면 예시/출처=파일러

텍스트보다 방대한 정보는 해결해야 할 과제

영상 광고 대부분이 특정 상품보다는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동영상 맥락 분석을 통한 브랜드 세이프티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영상 콘텐츠는 텍스트와 달리 제목부터 미리보기(섬네일), 영상과 자막, 소리에 이르기까지 포함하고 있는 정보가 많다. 짧게는 30초부터 길게는 12시간에 달하는 분량도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정복해야 할 과제다.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AI 모델을 앞세운 파일러의 솔루션이 광고주들에게는 최적의 광고효과를, 동영상 시청자들에게는 건전한 플랫폼 이용 환경을 제공하며 브랜드 세이프티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