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마을금고發 투자 업계 위축
새마을금고 수뇌부, 신생 PE 일부에 특혜 제공 정황 밝혀져 계속된 검찰 수사에 PE들 새마을금고와 친분 관계 부인하기도 금융 불안 확산 속 박차훈 회장 사퇴설도 불거지는 상황
지난 10일부터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실사가 진행되면서 지난 2019년부터 진행됐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사모펀드들은 당국의 실사에 불편함을 표하며 새마을금고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새마을금고중앙회 및 박차훈 회장 자택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가운데,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은 부동산PF, 기업금융, 사모펀드 출자 등의 투자 업무에서 박 회장 및 새마을금고 관계자들이 ‘리베이트(불법 수수료)’를 받았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특혜’를 받은 일부 투자기관들과 새마을금고 주요 경영진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여의도 일대에 만연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대란 원인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박차훈 현 중앙회장 취임 이후부터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금융(IB), 사모펀드 출자 등 대체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려왔다. 특히 신생·소형 운용사들에게도 수천억원대 출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거나, 인맥이 쌓인 일부 운용사들은 대형 프로젝트 펀드 건에 투자사 규모와 관계없이 진입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출자 우선권을 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 특례’라는 표현이 돌기도 했다.
업계에 ‘새마을금고 라인’으로 알려진 사모펀드(PE)는 ST리더스PE다. 기업은행 PE본부 팀장이었던 최원석 대표가 지난 2016년에 설립한 운용사로, 설립 초기에는 소형 딜 위주로 조직을 운영했으나, 2020년 새마을금고와 컨소시엄을 꾸려 중형급 금융사인 M캐피탈(전 효성캐피탈)을 인수하면서 ‘새마을금고 라인’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확산됐다.
이어 업계에서 ‘새마을금고 특례’라는 표현이 돌았던 상황도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ST리더스PE 출신 M캐피탈 부사장 A씨(44)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 3,370억원을 ST리더스PE에 출자하도록 알선했다. 이때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금융부 소속 B팀장(43)은 A부사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실제 출자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A부사장과 B팀장 모두 박차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한다. 특히 A부사장은 박 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금융권 재직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M캐피탈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둘은 지난달 19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중재와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알선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새마을금고 출자는 ‘독이 든 성배’다?
지난 3월부터 새마을금고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PE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새마을금고에서 출자를 받은 신생 운용사들은 A부사장 같은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2019년부터 출자가 이뤄진 PE 중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의 주요 PE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PE들이 신생 운용사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모종의 숨겨진 관계가 더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는 것이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S운용사의 경우 2022년 글로벌 에너지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에서 1,500억원의 자금을 출자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군인공제회가 참여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일 박차훈 회장 자택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업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꼬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이미 지난 6일에는 새마을금고 ‘2인자’로 불리는 류혁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에 대한 배임 혐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새마을금고 대란을 지방 금고들의 부동산PF 부실보다 경영 수뇌부의 도덕적 해이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현재 류혁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은 “범죄 혐의 일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된 상태다.
투자 업계 전반에 걸친 위축 상황 이어져
지난 7월 초부터 이어진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인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새마을금고가 이달 14일까지 5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6%를 넘어섰다. 동반 금리 상승에 투자처를 물색했던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대출 이자율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투자 결정을 다음 달로 미룰 방침이다. 금융시장 경색 중에도 투자를 결정했으나, 새마을금고發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데다 PF와 PE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해당 관계자는 ‘비는 피하고 보자’며 결정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주뿐만 아니라 PE 업계에까지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박차훈 회장의 사퇴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비위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박 회장이 사퇴해야 시장 불안이 잦아들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