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먹통’ 카카오, 손해배상 청구 절차 돌입 ‘257억원에서 시작’
유·무형 피해 입은 카카오 “손해배상 청구 규모 산출 단계” 쉽지 않은 무형자산 피해 규모 산출, 법적 공방 장기전 예고 “업계 경종 울리는 계기 됐으면”,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성 대두
지난해 10월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법정 공방이 곧 시작된다. 카카오는 서비스의 주체로서 이용자들에게 우선 보상을 마친 상태며, 현재 데이터센터의 운영자인 SK C&C에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원만히 합의할 가능성도 있지만, SK C&C가 배상해야 할 금액이 카카오가 지출한 275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한 공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카카오-SK C&C 손배 소송, “이미 지출한 금액만 257억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발생한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은 소비자 등에 대한 피해 보상을 지난 6월 30일 마쳤다. 2022년 10월 15일 발생한 해당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소재의 SK C&C 판교캠퍼스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버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겨 이곳 IDC에 입주한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 사태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T,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서비스가 해당 IDC를 이용 중이었고, 이는 막대한 피해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카카오가 소비자 등에게 보상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약 27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이미 막대한 지출을 감행한 만큼 SK C&C에 청구하는 손해 배상은 최소 275억원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이 275억원에는 소비자가 아닌 카카오가 입은 피해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청구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해당 사건으로 사내 임직원의 업무 차질을 비롯해 브랜드 가치 하락, IDC 복구를 위해 들어간 비용 등 여러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산출된 금액 275억원은 카카오톡 등 서비스 이용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보상 금액만 집계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제 막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을 마친 시점이고, IDC 관리 주체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준비 단계에 있는 만큼 최종 청구 금액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용자는 비난, 시민단체는 소송 제기 ‘카카오 수난 시대’
IDC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 사고에서 카카오는 명백한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난을 겪었다.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소통 채널로 활용하는 카카오톡의 서비스 장애는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한 시민단체는 카카오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카카오톡 이용자 5명은 카카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는 화재 등 각종 장애로부터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해 이용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는 주장과 함께 총 6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등 서비스 장애는 카카오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법원은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이달 22일 서울남부지법 소액32단독(이주헌 판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카카오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카카오톡 등 서비스 중단이 사회 통념상 수인 한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 측이 카카오톡 등 서비스 이용자임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카카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무형 자산의 가치 측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으며 카카오가 SK C&C에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브랜드 가치 하락 등에 대한 산출 기준 소명이 어려울 거라고 전망했다.
가늠조차 힘든 브랜드 가치 하락, 어떻게 보상받나
산업계는 카카오에 대한 SK C&C의 손해배상이 IDC 업체의 관리 의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도 지난한 공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민사사건의 손해배상과 달리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은 그 막대한 규모 탓에 양측이 인정하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발생한 과천 IDC 화재 사고 이후 삼성SDS가 삼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상대로 683억6,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간 후에야 올해 3월 결말이 났다. 사고 발생 후 9년 만의 최종 판결에서 법원은 “배관 조립 또는 용접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피고 측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2심을 확정하며 피고들이 283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카카오와 SK C&C의 법정 공방은 삼성 SDS의 사례보다 훨씬 대규모가 될 공산이 크다. 서비스 먹통 사고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해 10월 17일 주식시장에서는 카카오 계열사들 주식이 일제히 급락했고, 이날 하루에만 2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또 사고를 기점으로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등에서 라인,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 검색이 급증했다는 점은 이용자의 대거 이탈을 암시하기도 했다. IDC에서 발생한 화재가 서버는 물론 카카오 경영진의 속도 새까맣게 태워버린 셈이다. IDC 관리 업체의 업무 태만을 꾸짖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