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로봇·UAM 예타 통과, 국가전략기술 선제 확보에 드라이브
6G 연구개발 투자 확대해 네트워크 하드웨어 수준 제고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서비스 로봇 신시장 창출 및 사업화 촉진 UAM 개발사업, ‘하늘을 나는 자동차’ 국내 조기 상용화에 박차
차세대 네트워크(6G), 로봇테스트필드, 도심항공교통(UAM) 개발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3개 총사업비 7,411억8,400만원 규모다. 23일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제10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고 예타 면제사업을 이같이 확정했다.
위원회는 지난 2022년 제4차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2개 사업의 조사 결과와 2023년 제1차 신속조사 연구개발 예타 대상으로 선정된 1개 사업의 조사 결과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아울러 2023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 면제사업으로 3개 사업을 선정했다.
3개 분야 총사업비 7,412억원 규모
먼저 과기부가 제안한 ‘차세대 네트워크 산업 기술개발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4,407억3,000만원을 투입해 6G 상용화 기술과 핵심부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국제표준에 반영해 2026년 프리-6G 기술 시연, 6G 국제표준특허 확보 등을 목표로 한다. 최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해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6G 기술개발 투자가 확대됐을 뿐 아니라 신규 6G 후보주파수대역 발굴 및 가속화·개방화로의 네트워크 패러다임 전환 등 6G 기술 추세도 급변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해 △Upper-mid 대역(7~24GHz) 기술 △커버리지 확대 기술 △소프트웨어(SW) 중심 네트워크 △에너지 절감, △공급망 안보 강화 등 5대 분야에 대해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구축 사업’은 세계 로봇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로봇 실증평가 기술개발, 실증인프라 구축·운영 등 가상 및 실제 환경에 기반한 기술개발·실증·인증을 로봇 분야 기업에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부터 5년간 총 1,997억5,000만원이 투입되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업은 수요처의 요구에 부합하는 실증, 인증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토교통부·기상청이 제안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사업’은 도심항공교통의 안전 운용체계 확보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해 항행·교통관리 기술, 수직 이착륙장(버티포트) 운용·지원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기술 선도국과 격차를 줄이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국내 조기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4월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로 선정된 바 있는 UAM 개발사업에는 내년부터 3년간 총 1,007억400만원이 투입된다.
‘선도적 6G 기술’ 확보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참여
이번 3개 예타 통과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는 6G 개발사업이다. 앞서 지난 2월 과기부는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상정하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6G 기술력 확보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 혁신 △네트워크 공급망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과기부는 오픈랜(Open-RAN, 개방형 무선접속망) 기술개발을 병행 추진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도 참여한다.
네트워크 장비는 과거 하드웨어(HW) 중심에서 클라우드·소프트웨어(SW) 기술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동통신 솔루션을 출시하는 등 네트워크 장비 기업과 경쟁·협력하는 새로운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기부는 국내 중소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취약한 네트워크 SW 역량을 강화하고,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오픈랜 장비 산업의 성장 생태계도 본격 조성할 계획이다.
오픈랜은 개방화·가상화·지능화가 핵심 특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6G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픈랜 기술 및 활용처 부족으로 시장 진입에 한계가 있었다. 오픈랜 기지국무선장비(O-RU) 확보가 어려운 데다 오픈랜 데이터처리장비(O-DU) 개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부는 오픈랜 국제표준화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민·관 연합체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를 운영하고 회원사를 모집한다. 정부와 통신 3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장비간 상호운용성 실증행사(플러그페스트)도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 ‘국제인증 체계(K-OTIC)’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내의 중·소 네트워크 장비 업체 중 5개에 불과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2030년까지 20개로 늘릴 방침이다.
이어 과기부는 6G와 자동차, 의료, 스마트시티 등 이종 산업간 융합 촉진을 위해 ‘6G 그랜드 컨소시엄’도 구성한다. 선도적인 6G 기술 확보로 6G 표준특허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6G 시대에 통신서비스가 지상을 벗어나 공중 및 해상 등으로 확장되는 것에 대비해 저궤도 위성통신 시범망 구축 및 핵심기술 자립화도 추진한다.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은 강대국 간 우주 패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지금, 우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 중 하나로, 초공간 작전통신 상황에서의 국방 강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같이 기지국 설치 비용, 속도 측면에서 유리한 위성인터넷 서비스 제공에도 이용되며 UAM, 자율운항 선박 등 신산업 제공에도 활용될 수 있다.
로봇산업의 혁신거점, 국가로봇테스트필드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은 미래 로봇산업 육성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이번 예타 통과는 지난 2021년 8월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광주, 충남, 경남 등 여러 지자체의 치열한 경합 끝에 대구광역시 달성군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지 2년 만에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타 통과 배경을 두고 대구가 가진 로봇산업의 강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는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등 제조산업 기반이 뛰어나고, 국내 유일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해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경북대 등 풍부한 산학협력 자원을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용 로봇 1위 기업인 현대로보틱스와 일본 산업용 기기 대기업인 야스카와전기 등 233개 로봇 기업이 입주해 전국 최고 수준의 로봇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은 서비스 로봇 규제혁신을 위한 인증 체계 구축 및 실환경 기반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서비스 로봇 신시장 창출 및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된다. 향후 테스트필드에는 생활 서비스, 공공편의 서비스, 물류로봇, 비정형주행, 주차/충전로봇, 감시·순찰로봇, 장거리주행, 등판능력, 악조건 시험 및 실내환경 테스트필드 등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아울러 로봇 스타트업을 지원 및 육성하는 기업성장지원센터도 설립될 예정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의 기대 효과는 크게 기술적·산업적·사회적 측면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 측면에선 서비스 로봇 표준화 기술 및 인증 체계 확보를 통한 국제표준 주도권 확보 및 서비스 로봇-테스트 인프라 사이의 데이터 연동 기술 확보는 물론, 서비스 로봇 실증을 통한 지능형 서비스 로봇 기술 격차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선 세계 시장 진출 촉진과 서비스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트랙 레코드 확보, 로봇 기반의 언택트 서비스 효과성 검증을 통한 디지털 전환 생태계 환경 조성, 실환경 기반 테스트 지원을 통한 로봇 상용화 촉진과 메타데이터 활용, 신사업 및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사회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의 보급 가속화 및 서비스 로봇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 확대, 파생 시장의 성장 촉진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완료되는 2028년에는 현재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도 마무리되는 만큼, 로봇 인프라가 굳건해야만 세계 3대 로봇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의 성패는 앵커 기업 유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스트필드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로봇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