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2분기 경제실적 ‘심각’, 고꾸라지는 영업손실 규모에 벤처투자도 움츠러들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실적 반토막 반도체·석유화학·철강 줄고, 자동차·배터리·조선업 늘고 하반기 개선 여지 낮아, 벤처투자 ‘자금경색’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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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회사들의 실적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부진했다. 특히 IT·전기전자 업종의 부진이 심각했으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은 장기 침체까지 점쳐졌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벤처투자의 ‘자금경색’이 올 하반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에 석유화학까지, 2분기 산업 불황

15일 기업 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14일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05개 기업의 2023년 2·4분기 영업이익이 23조3,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약 52조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데다 직전 분기 대비 6.7% 감소한 수치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IT·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IT·전기전자 업종은 올해 2·4분기에 6,9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에 20조6,535억원 영업이익을 봤지만 올해 21조3,489억원이 급감한 탓이다. 석유화학 역시 10조3,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0.0% 감소했다. 국내 대표 화학 업체인 롯데케미칼은 77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LG화학 석화 부문은 127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운송-3조2,239억원(67.4% 감소) ▲철강 -8,978억원(51.5% 감소) ▲건설·건자재 -5,560억원(25.2% 감소) 등 업종 순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자동차, 배터리, 조선 관련 산업만 영업이익↑

그나마 자동차·부품 및 조선·기계·설비, 배터리 업종의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미국·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늘린 현대차·기아의 사상 최대 실적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3,623억원 증가한 9조7,415억원으로 마무리했다. 조선·기계·설비는 212.7% 증가한 1조3,011억원,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해 투자한 배터리 분야도 2,007억원으로 성장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현대차·기아가 2조4,371억원 ▲삼성중공업 3,147억원 ▲LG에너지솔루션 2,650억원 ▲현대모비스 2,604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도 자동차와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이 넘는다는 점에 주목하며, 다음 분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맞물린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도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49.9% 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실적 회복 이끌 뚜렷한 변수 없어, 벤처투자 혹한기 지속 전망

문제는 자동차나 배터리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전체 산업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철강 상장사 전반적으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 빙하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기업 67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과 비슷할 것’은 32.7%, ‘작년보다 증가할 것’은 27.7%로 집계됐다.

증권가 역시 반도체 3분기 회복설을 ‘4분기 회복설’, 나아가 ‘내년 1분기 회복설’로 유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석유화학 업종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차이나 쇼크’ 우려가 커진 탓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기침체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미·중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경기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7일 ‘동북아판 나토’라고 불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바,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올해 하반기는커녕 내년 상반기에도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탓에 벤처투자도 혹한기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줄어든 수치라고 발표했다.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와 IPO도 감소했으며, 10억원 미만의 시드 투자에만 돈이 몰렸다. 한 VC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도 있지만 이를 해결할 뚜렷한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금리 인상, 경제 불확실성, 환율 등 외부적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최소 올해까진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