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씨컬게임즈로 보는 Web 3.0 게임 시장 전망

미씨컬게임즈, 설립 3년 만에 유니콘 기업 등극 유동성 악화 후 Web 3.0 게임 업계 투자 얼어붙어 Web 3.0 기대감은 여전, 뉴노멀로 성장할 수 있을까

160X600_GIAI_AIDSNote

2021년 게임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Web 3.0 게임이었다. Web 3.0, 일명 P2E(Play To Earn)의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은 사용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유니티(Unity) 게임 엔진의 기능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게임 내 탈중앙화 경제를 완성 시켜 게임 내 아이템, 가상 공간 등에 대한 디지털 소유권을 사용자에게 공유한다는 계획이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동성은 충분했고 비즈니스를 위한 소스도 있었다. NFT와 메타버스가 바로 그것이었다.

Web 3.0 게임으로 야심 차게 출발한 게임회사 ‘미씨컬게임즈(Mythical Games)’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Web 3.0 게임 시장의 전망을 살펴본다.

사진=미씨컬게임즈

2021년 상반기 : 게임 시장의 화두, Web 3.0

2021년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블록체인과 결합한 Web 3.0 게임이 게임 시장을 흔들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했던 투자 업계는 막대한 양의 가상화폐와 실물화폐를 투자받아 그라운드를 누빌 ‘선수’를 물색했고, 미씨컬게임즈를 주요 투자 대상 기업으로 낙점했다.

미씨컬게임즈는 투자 대상으로 충분한 자격을 가진 회사였다. 포브스는 2019년 주목해야 할 디스럽티브 테크놀로지 기업(Disruptive Technology Companies To Watch in 2019)으로 미씨컬게임즈를 지명한 바 있었다. 2018년 설립된 미씨컬게임즈는 블록체인과 결합한 Web 3.0 게임을 이미 개발 중이었고, 2019년엔 국내 VC 해시드의 주관으로 1,900만 달러(251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인재풀 역시 적합했다.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전 세계적 흥행을 이끈 게임 개발자들이 설립한, 비교적 신생 회사라는 점도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로 작용했다. 미씨컬게임즈는 뉴노멀을 이끌 신생기업으로서 완벽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2021년 하반기 : VC 투자 순풍

시장의 훈풍은 계속됐다. 또 다른 Web 3.0 게임 스타트업 대퍼 랩스(Dapper Labs)는 2021년 3월 3억5,000만 달러(약 665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한 데 이어 2021년 9월엔 2억5,000만 달러(약 3,301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

미씨컬게임즈 역시 국내 게임 기업 컴투스로부터 금액 미공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씨컬게임즈는 아시아 지역 거점 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하며 컴투스에 화답했다.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컴투스의 주가는 6%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투자는 계속 이어졌다. 미씨컬게임즈는 2021년 미국 VC 안드리센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의 주관으로 1억5천만 달러(약 1,980억원)의 시리즈 C 라운드를 마감하며, 설립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에 포브스는 2021년 ‘세계를 바꾸는 기업’ 중 하나로 미씨컬게임즈를 지명했다. 당시 그들이 개발 중인 새로운 게임은 아직 출시 전이었다.

2022년 상반기 : Web 3.0 게임의 구체화

2022년 상반기에 들어서면서 미씨컬게임즈는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인프라 강화에 나섰다. ‘스타크래프트’, ‘기타 히어로’, ‘DJ 히어로’, ‘마블 스트라이크 포스’ 등 대작 게임을 개발한 베테랑들이 미씨컬게임즈로 이직했다.

Web 3.0 게임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됐다. 개발 중이던 Web 3.0 게임 ‘블랑코스 블록 파티’ 플레이 영상을 선공개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프로모션에도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 및 전자음악 아티스트 데드마우5(Deadmau5)와 파트너쉽을 체결하는가 하면, 6월엔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와 파트너쉽 계약을 통해 NFL 최초의 블록체인 연동 게임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 : 신작 공개, 그리고 시장의 반응

지난해 9월 16일, 미씨컬게임즈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블록체인과 NFT를 적용한 Web 3.0 게임 ‘블랑코스 블록 파티’를 공개했다.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 시스템에 즉각 호응했다. 버버리 디자인의 한정 판매 캐릭터 750개가 출시 30초 만에 매진되는 등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약 300달러(약 40만원)의 캐릭터는 곧 1,100달러(약 145만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개발에도 나섰다. 지난해 10월 미씨컬게임즈는 ‘미토스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및 재단을 출범하고 미토스토큰(MYTH)을 발행했다. 해당 재단엔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컴투스, 위메이드 등 국내 게임사가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간의 개발 과정에 비해 폭발적인 반응은 이어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첫 번째 게임인 블랑코스 블록 파티는 플레이어 기반을 찾는 데 리스크가 있다고 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동 창업자 루디 코흐(Rudy Koch), 전 COO 매튜 너트(Matthew Nutt), 전 기업 전략 및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 크리스 코(Chris Ko) 등 주요 경영진이 돌연 회사를 떠나 새로운 스타트업 피닉스 게임즈(Fenix Games)를 창업했다. 주요 경영진 퇴사 직후 미씨컬 게임즈는 블랑코스 블록 파티의 기대 수익률 감소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직원 대상 현금 보너스 지급도 돌연 취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톡옵션 및 급여 지급분에서 가상화폐 지급 비율을 높이기도 했다. 다만 지급된 미토스토큰(MYTH)의 가치는 80% 하락했다.

이는 미씨컬게임즈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Web 3.0 게임사 대상 VC 투자 붐이 정점을 달하던 2022년 상반기, 불과 몇 달 만에 시장 흐름이 하락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인재 채용 전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일례로 2021년에 미씨컬게임즈와 더불어 가장 성공적인 투자 라운드를 마친 대퍼 랩스는 지난해 7월, 투자 라운드 마감 9개월 만에 세 번째 정리해고를 단행하여 51명을 해고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 컬렉션 기술 보유 기술 리커(Recur), 니프티(Nifty’s)의 경우 아예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2023년 상반기 : VC 투자 감소

올해 들어 Web 3.0 게임사에 대한 VC 투자 흐름은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의 벤처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Web 3.0 게임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22년 상반기에 비해 78% 이상 감소했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총 투자 금액 2억6,100만 달러(약 3,446억원), 투자 건수는 43건에 불과했다.

올 6월 미씨컬게임즈는 시리즈 C1에서 기업가치를 20% 낮추고,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9억6,500만 달러(약 1조2,738억원) 조절하는 등 하향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 미씨컬게임즈는 해당 라운드를 통해 3,700만 달러(약 48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유니콘의 입지는 유지했지만 라운드 마감액은 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 번째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는 미씨컬게임즈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15%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회사 측은 정리해고에 대해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 전략이 아니라 사업 규모를 적정화하고 사업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씨컬게임즈는 지난 4월, 신작 ‘NFL 라이벌즈’를 출시했다. 신작 게임은 누적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미씨컬게임즈의 체면을 세워줬다.

현재 : Web 3.0 그 전망은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 콘보이 벤처스(Konvoy Ventures)의 매니징 파트너 조쉬 채프먼(Josh Chapman)은 Web 3.0 게임 시장에 대해 “과대광고 사이클 이후 거시 경제의 다운사이클을 맞이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현재의 Web 3.0 게임은 유저를 위한 매력적인 콘텐츠 요소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b 3.0 게임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다. 실제로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행사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3(GDC)’에선 Web 3.0 게임사 참여가 크게 증가 했다. 게임 개발사 비트크래프트(Bitkraft)의 책임자 카를로스 페레이라(Carlos Pereira)는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게임 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모두 발전 과정의 일부분”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다만 Web 3.0 게임 시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기 침체와 투자 감소는 미씨컬게임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동성 악화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같은 경제 혼란 속에서도 미씨컬게임즈는 지속적인 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사업은 성장 중이다.

골드러쉬는 멈췄지만 채굴은 여전하다. 가상화폐 변동성만큼 Web 3.0 게임 시장 역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미씨컬게임즈로 대표되는 Web 3.0 게임 시장이 ‘신화’적인 반등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