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관심주 ‘인스타카트’, ‘클라비요’ 터닝포인트 되나
인스타카트, 클라비요 하반기 IPO 기대주 낮아진 기술주밸류에이션, 장단점은 무엇 IPO 흥행 실패시, 시장 경색 우려 높아
지난달 25일 식료품 배달 기업 인스타카트와 마케팅 자동화 기업 클라비요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두 회사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상장 서류 제출에 이은 하반기 IPO 최대어로 손꼽힌다. 유동성 악화로 IPO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두 회사의 IPO가 시장의 흥행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스타카트·클라비요 전세 역전 선봉대 되나
투자 전문가들이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의 IPO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부진한 IPO 시장에 물꼬를 터뜨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만약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가 긍정적인 IPO 성적을 내게 되면 경기 불황으로 IPO를 미룬 기업들의 IPO가 속속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IPO 성적 부진으로 활기를 잃었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과 주식 시장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이 뽑은 2023년 하반기 IPO 최대어는 ARM이지만,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가 주목받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ARM은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AI 수혜주로서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글로벌 기업인 반면,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는 매출과 점유율 보다는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는 전형적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그런 만큼 그들이 받는 ‘몸값’이 후발 스타트업의 몸값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테크 스타트업의 연이은 주가 부진으로 인해 비상장 스타트업의 IPO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기술주 IPO의 전성기였던 2020년부터 2021년, 테크 스타트업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무기로 연이어 기업공개에 나섰다. 미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평가받는 배달대행업체 도어대시(DOORDASH)는 IPO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9일 시초가 182달러(약 24만원)에 상장해 같은 해 11월엔 주당 거래가격이 245.97달러(약 33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기술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축소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엔 주당 거래가격이 43.06달러(약 6만원) 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후 테크 스타트업의 IPO는 사실상 중단됐다.
기술주 IPO, 현재는 하락 시기
2020년~2021년 IPO 시장은 유독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후했던 시기였다. 2020년 하반기 IPO에 나섰던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기업 공개 당시 주가매출비율(PSR·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을 50배 가까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 스노우플레이크의 PSR는 17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2022년 초반부터 기술주를 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투자 전문가들은 여러 단계의 투자 라운드를 거치며 우상향했던 기존 밸류에이션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최근 유사 IPO의 숫자와 IPO 이후 시장에서 책정하는 밸류에이션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낮아진 기술주 밸류에이션
세컨더리 벤처 캐피탈인 인더스트리 벤처스(Industry Ventures)의 설립자 겸 CEO 한스 스윌든스(Hans Svildens)는 “10년 전 상장한 회사가 지금 IPO를 하게 되면 전혀 다른 가치 평가를 받을 것이며, 현재의 IPO는 더 큰 시장에 새로운 가격 발견 메커니즘을 제공하고 있다”며 현 시장 흐름에 긍정을 표했다.
스윌든스는 IPO 시장이 제대로 작동해야 모든 주식 시장 관계자들이 더 편하게 기업을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IPO 흐름이 벤처 펀드와 기업의 개별 주주, 매도자, 매수자들이 각각 생각하는 주당 가격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스윌든스는 오히려 이런 현상이 IPO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용이함을 제공할 것이라 평했다. IPO 시장에서 단 몇 주간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이 해당 기업의 현재 가치로 확정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몇 년 간 폐쇄된 투자 라운드 속에서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이라는 풍선이 냉혹한 시장 평가로 인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상장된 벤처 캐피탈 지원 기업의 기업가치는 매출 대비 약 5배에 달했다. 2021년 중반까지 PSR는 약 22배 이상 치솟았다가 최근 몇 분기 동안 약 5배로 하락한 것이다. 기술주에 대한 현실적인 밸류에이션은 저점 대량 매수가 가능한 기관 투자자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색된 프리 IPO 시장, 세컨더리 펀드 및 투자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스윌든스의 설명이다. 더불어 시장 경쟁력이 있는 우수 기업의 IPO가 우선시 되는 시장 자정 능력의 상향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IPO가 지분을 소유한 기업 임직원이나 투자자들의 EXIT(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 다음 단계의 자금 조달 방법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IPO 흥행 실패의 후폭풍은?
IPO 전문가들은 인스타카트나 클라비요의 IPO가 나쁜 성적으로 끝날 경우 올해 벤처 캐피탈의 지원을 받는 기업의 상장도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IPO 전문 로펌 펜윅(Fenwick)의 파트너 란 벤투르(Lan Ventur)는 “꽤 좋은 파이브라인을 가진 기업들이 IPO를 대기하고 있지만 윌 스트리트가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후발 기업의 IPO 규모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벤투르는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는 IPO 성공 여부는 단순히 주식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라운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인스타카트 역시 이 같은 시장 환경에 따라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 다섯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IPO에 대비했다. 인스타카트의 지난 2분기 순이익은 1억1,400만 달러(약 1,503억원)로 전년 동기 800만 달러(약 105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