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로보택시 부작용 ‘속출’, “활용성 높이려면 한계점 명확히 살펴야”

24시간 로보택시 허용한 美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 “부작용 너무 많아” 이용자 수칙 정비 안 된 로보택시, “승객 행위 제지 못해” ‘장밋빛’ 사라진 자율주행 업계, 한계점 보다 명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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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 무인택시 크루즈/사진=GM

세계 최초로 로보택시(완전 자율주행 택시)의 유료 운영을 24시간 허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사실상 자율주행의 한계는 이미 명확해졌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로보택시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잡음이 이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로보택시가 지닌 한계점이 어디까지인가를 정책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거쳐나가야 할 과제다.

구급차 통행 막은 로보택시, 각종 부작용↑

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 사건 보고서를 인용해 “두 대의 크루즈 로보택시가 교통사고 피해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기려는 구급차의 통행을 막았다”며 “피해자는 병원 도착 20~30분 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소방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이 로보택시를 전면 허용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14일에 일어났다.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역 인근 편도 4차선 도로 중 오른쪽 2개 차선에 정차하고 있던 크루즈 로보택시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구조가 지연된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상황이었다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겠지만, 시스템이 통제하는 로보택시의 특성상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크루즈 로보택시의 운영사 GM은 곧바로 반박했다. GM은 당시 현장 영상을 공개하며 “로보택시 중 한 대는 빠르게 자리를 이동했고, 구급차는 피해자를 태운 지 90초 만에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며 “방해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이 같은 교통사고에는 1분 1초가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구급요원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시간이 지연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보택시가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 구조 차량의 운행을 방해한 사례는 올해에만 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시간 영업이 전면 허가된 이후 관련 사례가 급증했다. 실제 올해 발생 건수의 약 18%인 13건은 지난달 9일 이후 약 20일 동안 발생했다. 지난달 17일엔 샌프란시스코 시내 텐더로인 지역 한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크루즈가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때 사고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다쳤고, 소방차에 받힌 크루즈는 멈춰 섰다. 지난 11일에는 크루즈 택시 10대가 해변의 한 거리에서 멈추는 바람에 15분 이상 도로 정체가 발생했으며, 한 공사장 주변에서 크루즈 택시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은 로보택시의 24시간 개방에 꾸준히 반대 입장을 드러내 왔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로보택시가 오작동을 하며 도로에 멈춰 서는 바람에 경찰·소방대원의 출동이 늦어지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재니 니컬슨 샌프란시스코 소방서장은 “크루즈는 지금까지 그 어떤 책임도 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보택시서 ‘애정행각’ 벌이기도

로보택시의 24시간 운행에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꾸준히 나온 바 있다. 당국에 따르면 통신 연결에 실패한 로보택시가 교차로에서 갑자기 멈춰서면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가 하면, 승객이 제대로 문을 닫지 않고 내릴 경우 시스템 먹통으로 멈춰버리는 사고도 적지 않았다. 이에 한 로보택시 승객은 “복잡한 교차로에서 중간에 로보택시가 갑자기 멈춰 섰다”며 “뒤따라 차량들이 오고 있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멈춰서 버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로보택시 멈춤으로 긴급 회수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웨이모는 올해 6월까지 58건, 크루즈는 7월 중순까지 170건 로보택시를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보택시 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비상식적인 일도 벌어졌다. 이용자 수칙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차량 내 음주·쓰레기 투척부터 성행위까지 다양한 일탈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로보택시 안에는 마이크와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긴급 상황 외엔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상 승객이 차량 안에서 무엇을 하든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한 중국 여성이 바이두의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Apollo)에 탑승하려는 모습/사진=바이두

한계 명확해진 자율주행, 정책적 과제 ‘산적’

이처럼 다양한 부작용들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로보택시 산업이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산업이 확장할 때 사회적 부작용은 필연적으로 나타나지만, 혁신이 부작용 때문에 멈추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향후 로보택시가 복잡한 도심 도로 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은 물론, 승객들의 비행을 막을 수 있는 운영 정책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케츠앤마케츠는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이 올해 4억 달러(약 5,330억원) 규모에서 2030년 457억 달러(약 61조원)로 11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로보택시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보택시는 기사 월급을 줄 필요가 없어 일반 택시·공유차량보다 운행 요금이 저렴하다. 초기의 오류들이 잘 해결된다면 향후 이동 시장에서 존재감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 현지 테크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각국 기술 경쟁의 핵심 주제로 꼽히는 만큼, 로보택시는 계속해서 확장할 것”이라며 “로보택시를 막는 것보다 이동 산업의 변화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택시·승차 공유 운전자들에 대한 안전망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회의론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업계가 눈앞의 미래인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제 기술 구현까진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도 레벨 2.5∼3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도 고속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레벨 3단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구글이 2009년 자율주행차 개발에 처음 뛰어든 뒤 여러 업체와 학계, 정부가 투자에 나섰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여태 중간 단계까지도 가지 못한 셈이다. 이는 기술적 수준이 아직 로보택시 상용화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맥킨지앤컴퍼니는 레벨 4 자율주행 및 관련 시스템(승용차용)의 글로벌 시장이 2030년 이후 빠르게 확대되리라 전망했으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시장조사회사나 컨설팅 회사의 전망은 신뢰성이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한계는 이미 명확해졌다. 앞으로 우리는 자율주행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활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로보택시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지만, 각종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어디까지가 자율주행의 한계인가를 정책적으로 보다 명확히 규정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