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 줄줄이 가격 인상하는데, ‘적자’ 토종 OTT가 스트림플레이션 외면하는 이유는?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OTT, 수익성 확보 위해 줄줄이 요금 인상 결정 국내 토종 OTT는 ‘조용’, 가격 인상했다간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될 위험 크다? ‘0원 OTT’까지 등장한 현실, “토종 OTT,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죽는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수익성 악화 문제에 부딪힌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줄줄이 구독료를 인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가성비 OTT’로 불리던 디즈니+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적자의 늪’에 빠진 국산 OTT는 이렇다 할 가격 인상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양상이다. 구독료를 인상했다가 자칫 ‘물가 부담’의 주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OTT 시장 휩쓴 ‘스트림플레이션’
글로벌 OTT 시장에서 스트림플레이션은 이미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 이후 OTT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OTT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면서다. 최근 1년 사이 미국 OTT 기업들의 광고 없는 요금제 가격은 평균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디즈니+는 다음 달부터 광고 없는 요금제의 가격을 현재 10.99달러(약 1만4,600원)에서 13.99달러(약 1만8,600원)로 인상한다. 지난해 10월 요금(7.99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가격이 뛴 셈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월 9.99달러(약 1만3,300원)의 베이직 요금제 신규 가입을 제한했다.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가 사라진 이상, 광고 없이 콘텐츠 시청을 원하는 신규 가입자는 월 15.49달러(약2만600원)의 스탠다드 요금제 또는 월 19.99달러(2만6,5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구독자들의 계정 공유도 단속하고 있다.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7.99달러(약 10,600원)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디즈니+도 미국 내 계정 공유 금지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 및 시기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년 내로 계정 공유 단속을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토종 OTT는 ‘잠잠’
글로벌 OTT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는 한국 요금 체계를 오는 11월부터 변경할 예정이다. 기존 멤버십 가격(월 9,900원)을 4,000원 인상하는 한편, 기존 멤버십 대비 영상 화질, 음질 등이 낮고 동시 스트리밍 가능 기기 수가 적은 하위 등급 멤버십을 새로 추가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작 토종 OTT는 이 같은 스트림플레이션 흐름에 좀처럼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토종 OTT 서비스는 이동통신사나 플랫폼 서비스의 ‘덤’ 성격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OTT 구독료는 일종의 ‘가계통신비’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산 OTT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이라는 질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무리한 콘텐츠 투자로 적자가 커지고,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하는 와중에도 선뜻 가격 인상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에는 광고 없는 ‘0원 OTT’마저 등장했다. 지난 3일 KBS는 자사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OTT 앱 케이비에스플러스(KBS+)를 공개했다. KBS 1TV·2TV와 계열사 케이블 채널 5개, 라디오 채널 8개 실시간 방송은 물론, 각종 인기 프로그램 정주행 채널과 5만여 건의 드라마·예능·시사교양 콘텐츠 다시보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대로 가다간 토종 OTT 무너진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토종 OTT의 수익 확보 역시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티빙의 양자을 전 대표는 지난해 “미국의 플랫폼 회사들이 적자를 탈출하는 데 얼마 정도 소요됐는지 조사해 봤다”며 “이들 모두 적자 기간 동안 가입자와 거래 이용 건수가 지속 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고 발언한 바 있다. 차후 서비스 성장을 위해서는 적자를 감내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도 전에 한국 OTT 업계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TT 플랫폼의 적자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191억원, 1,21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국내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재정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점차 토종 OTT 플랫폼의 상황이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OTT 시장마저 침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구책을 찾아 나선 글로벌 OTT와 다르게 토종 OTT는 수익성 확보 방안마저 여의찮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토종 OTT 업체들이 그나마 거부감이 적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