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제치고 토종 MAU 1위 등극한 쿠팡, 사실상 ‘반쪽짜리 승리’?
MAU 1위 달성하며 티빙 꺾은 쿠팡플레이, DAU 지표는 티빙에 밀렸다 ‘충성 이용자’ 지표 DAU, 오리지널 콘텐츠로 고객 사로잡은 티빙이 1위 콘텐츠 쌓으며 고객 유치해도 ‘만년 적자’인 티빙, 장기적인 시각 필요
최근 국내에서 OTT 업계의 ‘후발 주자’들이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디즈니+는 웹툰 원작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흥행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해외 축구 리그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를 독점 중계하며 스포츠 팬을 끌어모은 쿠팡플레이는 티빙과 ‘토종 OTT 1위’ 자리를 두고 살벌한 경쟁을 이어가는 추세다.
특히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토종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기록, 기존 강자였던 티빙을 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용자 충성도를 드러내는 일간활성이용자수(DAU) 측면에서는 여전히 티빙에 한참 밀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스포츠와 예능 콘텐츠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충성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쿠팡플레이가 티빙 꺾었다고? 사실상 갈 길 멀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8월 MAU는 562만5,295명이었다. 호각을 다투던 티빙(539만8,255명)을 제치고 토종 OTT 1위 자리를 쟁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성장의 비결로는 저렴한 요금, 스포츠·예능 콘텐츠의 흥행 등이 꼽힌다. 특히 최근 쿠팡플레이의 주요 콘텐츠인 해외 축구의 새 시즌이 개막하고, 주요 예능 콘텐츠인 SNL의 새 시즌이 본궤도에 오르며 이용자 수 증가세에 한층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AU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달 토종 OTT 플랫폼 중 DAU 1위 플랫폼은 티빙(126만 명)이었다. 반면 MAU 지표에서 티빙을 앞질렀던 쿠팡플레이의 DAU는 쿠팡플레이는 71만 명에 그쳤다. DAU는 하루에 실제 앱에 접속한 사용자를 나타내는 통계로, 기존 이용자가 얼마나 자주 앱을 이용하는지 알 수 있어 고객의 충성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OTT 업계에서는 MAU보다 DAU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용자가 서비스에 자주 방문할수록 꾸준히 구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인기 스포츠 중계 및 예능 콘텐츠에 중점을 실으며 이용자를 끌어모은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물량이 풍부하지 않고, 이로 인해 고객 이탈률 역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대로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OTT의 고정 시청자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콘텐츠 확보해 ‘충성 고객’ 잡아라
사용자의 체류 시간 및 충성도는 구독 요금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OTT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시청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독을 유지하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용이해진다.
토종 OTT 가운데 평균 DAU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은 티빙과 쿠팡플레이뿐이다. 쿠팡플레이가 수요층이 한정된 스포츠 콘텐츠 중심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면, 티빙은 예능, 드라마 등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며 충성 고객을 늘려왔다. 티빙은 지난해 예능 <환승연애>,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등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에 성공했으며, 올해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매달 평균 2개 이상 공개하며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풍성한 다시보기 라인업 역시 충성 고객 유치의 비결로 꼽힌다. 티빙은 tvN 등 CJ ENM 계열 채널뿐만 아니라 JTBC, ENA 방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흥행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청할 수 있는 곳은 토종 OTT 중 티빙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라! 데보라>, <마당이 있는 집> 등 ENA 흥행 드라마 역시 티빙의 ‘콘텐츠 물량전’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차후 콘텐츠 물량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꾸준한 성장세에도 이어지는 적자, ‘장기전’ 각오해야
다만 다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티빙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티빙의 지난해 적자는 자그마치 1,191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티빙의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티빙의 양자을 전 대표는 지난해 “미국의 플랫폼 회사들이 적자를 탈출하는 데 얼마 정도 소요됐는지 조사해 봤다”며 “이들 모두 적자 기간 동안 가입자와 거래 이용 건수가 지속 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고 발언한 바 있다. 차후 성장을 위해서는 적자를 감내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OTT 사업의 수익 구조가 출판 업계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서적은 신규 발매 직후 순식간에 대규모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 발매 후 서점에서 긴 시간 동안 판매되며 천천히 수익을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OTT 역시 각 플랫폼이 서점에 놓인 책처럼 콘텐츠들을 확보 및 비축하고, 방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손님의 발길을 붙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