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풀·신한은행, KBS ‘고려거란전쟁’ 국내 최초 투자 공모, K-콘텐츠 마케팅 신기원
투자 금액 최소 1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6개월 만기 기준 표면금리 4%, 시청률에 따라 최대 6% 펀더풀 공모 투자 성공률은 약 81%, 수익 실현율은 약 72%
K-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이 제휴사인 신한은행과 함께 오는 11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50주년 특별기획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투자 공모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공영방송 KBS 드라마에 대한 개인 투자 공모는 역대 최초다.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KBS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준 배우가 연기하는 고려 황제 현종이 거란에 맞서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귀주대첩에서 거란군을 격파한 것으로 유명한 총사령관 강감찬 역할은 최수종 배우가 분한다. 드라마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의 김형준 대표는 “<고려거란전쟁>은 역대급 스케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라며 “KBS 대하사극의 본격적인 중흥을 알리는 시그니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금액은 최소 1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해당 투자 상품은 6개월 만기 기준 표면금리 4%에 평균 시청률에 따라 최대 금리 6%(연환산 12%)까지 지급하는 구조다. 투자자들에게는 특별 혜택도 있다. 확정(배정) 투자자 중 100명을 추첨해 배우 친필사인이 담긴 1회 대본집, 포스터, 포토카드로 구성된 굿즈 패키지를 증정한다. 신한 쏠(SOL)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드라마 대본 전집(1명), 제작발표회 초대권 및 친필사인 굿즈 패키지(5명)를 추첨 제공한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이제 일반 개인도 공영방송 드라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엔터테인먼트와 잠재적 수익을 결합한 새로운 투자 방식”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한은행의 마케팅 지원으로 소액 투자에 도전하는 KBS의 시도가 K-콘텐츠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소액 공모 제도와 문화 콘텐츠의 결합
영화 분야에서는 이와 비슷한 성격의 크라우드 펀딩이 꽤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소규모 제작사의 예산 부족분을 충당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홍보와 자본 조달을 모두 수행하며, 투자자는 후원한 프로젝트의 결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펀더풀은 시장 트렌드에 맞춰 단발적 이벤트로 활용되던 펀딩 방식을 보다 전문화·체계화했다. 제작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가 아닌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팀과 콘텐츠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를 통해서다. 이는 전문투자기관에 국한됐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의 기회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열어줬다는 점에서 콘텐츠 산업의 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제작비부터 마케팅까지, 일석이조
펀더풀의 투자 대상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부터 라이프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K-콘텐츠 전반에 걸쳐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펀더풀은 61개의 공모 투자 상품을 통해 15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금했다. 성공률은 약 81%, 수익 실현률은 약 72%에 달하며 영화, 뮤지컬, 관광, 한우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로는 ‘요시고 사진전’과 <범죄도시3>가 꼽힌다. 두 투자 상품 모두 상당한 투자를 받았으며 결국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범죄도시3>의 경우 투자 라운드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1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모금했다. 이는 투자 플랫폼의 잠재력과 비주얼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로의 전환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개 펀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텀블벅 등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펀딩이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온라인 소액 자본 조달은 앞으로 콘텐츠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그 입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그러나 다양한 이점이 있는 반면 현재 온라인 소액 공모의 한도는 30억원으로, 이를 통해서만 전체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성욱 대표는 “낮은 비용으로 독립적인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제작 초기부터 발생되는 마케팅 효과를 고려하면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공모 진행 시 방송영상 콘텐츠 일부 투자 정보와 절차 등을 적정 수준 내에서 공개하는 게 필수라서 일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최소한의 투명성에 기반해 진행하면 오히려 마케팅이나 사모 투자자 모집 등에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