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걸음마 단계인 ‘제조 공정에서의 AI 활용’ 솔루션 보유한 세이지리서치, 시리즈 B 투자 성공

AI 품질관리 솔루션 기업 세이지리서치, 155억원 실탄 장전 제조업 자동화 위해 머신러닝·딥러닝 기반 솔루션 제공 제조 공정서 AI 활용 시 장점 많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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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21일 인공지능(AI) 품질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이지리서치가 15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레전드캐피탈, SV인베스트먼트, TKG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누적 투자유치금은 198억원이다. 투자금은 제품 고도화를 위한 AI 원천 기술 연구 및 신규 고객사 확보 등에 쓰일 전망이다.

AI 전문가로 구성된 세이지리서치, 기술 경쟁력↑

지난 2017년 설립된 세이지리서치는 제조업에 특화된 딥러닝 기반 외관 품질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세이지비전(SaigeVision), 세이지바드(SaigeVAD), 세이지오씨알(SaigeOCR) 등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결함 등을 자동으로 검출하거나 제조 과정에서의 실시간 이상 징후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세이지리서치는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 받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200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이지리서치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은 ‘AI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팀’이다. 서울대학교 로봇 자동화 연구실 박종우 교수와 해당 연구실 박사과정생 3명이 공동창업했으며, 다른 연구 인력들도 서울대학교에서 AI 관련 연구를 5년 이상 꾸준히 진행해 온 AI 전문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박종우 세이지리서치 대표는 “이번 투자는 제조업에 특화된 독보적인 AI 기술에 대한 우수성과 시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모든 산업군에서 공정 자동화를 꿈꾸는 글로벌 기업들의 계획을 함께 실현하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이지리서치의 솔루션이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현장에서 검증된 셈”이라며 “국내외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고객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전했다.

제조 공정에서의 제품 외관 결함 검사 내역/사진=세이지리서치

제조 지능화를 위한 세이지리서치 솔루션

모든 제조업 현장에서는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 생산된 제품의 하자 여부를 검사하는 ‘QC(Quality Control)’ 공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QC 공정은 대부분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효율성 증대를 목적으로 QC 공정의 자동화를 위해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제품의 외관에서 발생하는 결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결함이라도 발생하는 형태가 달라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세이지리서치는 바로 이 QC 공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머신러닝, 딥러닝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제조 지능화를 목표로 AI 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세이지리서치가 보유하고 있는 AI 솔루션 중 세이지비전은 딥러닝 기반의 머신 비전 소프트웨어다. 머신 비전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은 ‘검사 정확도’인데, 회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세이지비전은 경쟁사 대비 평균 10% 정도의 우수한 검사 정확도를 보여준다. 특히 부족한 데이터 문제를 해결해 빠른 딥러닝 검사를 적용할 수 있는 ‘가상 결함 이미지 생성 기능’은 머신 비전 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또 세이지바드는 제조 공정의 QC 작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제조 공정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동작을 감지하는 솔루션이다. 공정의 정상 동작 영상을 학습해 실제 제조 공정에서 정상과 다른 임의의 이상 동작을 검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끝으로 세이지오씨알은 왜곡된 촬영본 속에서도 제품 고유의 일련번호를 인식해 각 제품의 제조 공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제조 분야 AI 활용 “아직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

최근 제조업 내에서의 AI 활용은 전 세계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델타브라보 설립자 겸 CEO인 릭 오페디사노와 사우스캐롤라이나 MEP 내셔널네트워크의 앤디 카는 ‘제조 분야의 인공지능: 실제 성공 사례 및 교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중소규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공정 상 AI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장비 가동 시간이 개선되고 품질이 향상됐으며, 처리량이 많아짐과 동시에 폐기물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카는 “제조 공정에서 AI를 사용할 경우 변수를 사전에 차단해 제품 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일례로 제조 공정상 같은 기계에서 같은 입력을 했음에도 때때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 AI가 진가를 발휘한다”고 전했다. 보고서 발표 뒤 케이티 랩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제조 공정에서 AI를 사용할 경우 다양한 재정적 장점이 있다”며 “기계 고장을 대비하거나 노후화를 미리 예측해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고, 플랜트 운영 및 생산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제조업체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AI 솔루션을 활용한 첨단 제조 기술 분야의 역량 강화가 선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제조업에서 AI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만한 분야가 발굴되지 않은 탓에 AI 솔루션 자체가 황금기를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용 AI 전문업체 마키나락스의 윤성호 CEO는 제조업에서 AI 프로젝트가 사업검증(POC)을 통과하는 비율은 9%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세이지리서치의 솔루션이 대기업과의 협업을 넘어 중소규모 제조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리즈 B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제품 고도화 및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선 세이지리서치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