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꿈 ‘뉴럴링크’, 인간 뇌에 칩 이식하는 임상시험 승인 받았다

마침내 받은 FDA 승인, 뇌에 칩 심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시작 ‘작고 가볍고 안전하다’, 뉴럴링크의 무선 BCI 칩 뉴럴링크의 상업화는 가능할까? 전문가들 “최소 10년 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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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럴링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최근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기 위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후 4개월 만에 시험이 본격 진행되는 셈이다. 다만 뇌 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뉴럴링크가 기술 안전성을 확보해 상업화하는 데까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단 예측을 내놓고 있어 제품 상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각만으로 컴퓨터 제어하는 뉴럴링크 기술, 인간 임상시험 본격화

1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이 뉴럴링크가 경추 척수 손상이나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등으로 사지마비가 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임상시험 대상자 인원이나 시험 진행 병원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임상시험 완료까지 약 6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전신 마비 환자가 전기 신호를 통해 신체 능력 일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뇌의 특정 부분에 칩 형태의 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외과적으로 이식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BCI 장치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뉴럴링크 관계자는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할 경우 비만·자폐증·우울증·조현병 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신마비 환자들에게 ‘희망’될 수 있는 뉴럴링크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비전으로 둔 벤처 기업으로, 컴퓨터와 인간의 뇌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원숭이 뇌에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이력이 있어 관련 기술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뉴럴링크에 따르면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될 BCI 칩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1,024개의 작은 전극에 연결돼 외부 컴퓨터와 인터페이스를 형성하고, 신호를 주고받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무선 충전할 수 있는 초소형 배터리가 내장돼 편의성과 실용성을 더했다.

사실 이같은 기술은 뉴럴링크 외에 다른 기업들도 이미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미국 블랙록 뉴로테크는 뉴럴링크와 비슷한 BCI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 4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고 신체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생각만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보다 앞서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은 강도의 칼에 목을 찔려 목 아래 전체가 마비된 풋볼 선수 출신 매튜 네이글의 뇌에 ‘브레인 게이트’로 불리는 뇌 임플란트를 이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네이글은 생각만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브레인 게이트와 관련해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기술은 브레인 게이트와 달리 작고 가볍고 무선통신이 가능해 상용화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또 “뉴럴링크의 목표는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 치매, 파킨슨병, 척추손상 등의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전신마비 질환을 치료할 것이며, 중독이나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일부 기능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뉴럴링크에서 개발한 BCI 칩/사진=뉴럴링크

늦게 내려진 FDA 승인, 기술 안전성 확보가 핵심일 듯

한편 머스크는 그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생의 업이라고 천명해 왔다. 실제로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교통수단에서의 혁신을 이뤘고, 태양광 전지를 개발해 천연에너지의 이용을 활성화했으며, 기후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간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민간 우주선도 제작했다.

뉴럴링크는 이같은 머스크의 포부와 맥을 같이 한다. 뉴럴링크 자체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시점, 전문용어로 ‘특이점(singularity)’이 가져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머스크의 시도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인공지능보다 뒤처지지 않게 하겠단 의도”라고 설명한다.

다만 FDA 승인이 예상보다 늦게 내려지면서 기술 개발 및 상업화에 변수가 생겼다. 본래 머스크는 지난 2021년 말까지 FDA 승인을 받아 인간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5월이 돼서야 최종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뇌 과학 전문가들 사이에서 BCI 장치를 사람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입증되더라도, 뉴럴링크가 BCI의 상업적 허가를 확보하는 데에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울러 데이비드 터플리 호주 그리피스대학 교수 역시 “FDA가 수술 안전성, 뇌 기능 부작용 여부, 배터리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승인을 늦게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뉴럴링크의 잠재적인 안전성과 기술 수준은 인정하지만, 안정성이 충분히 공인될 때까지 성급하게 상업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