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은 우하향·인건비는 우상향, 신작 부담에 힘 못 쓰는 게임 업계
코로나19 특수 끝났는데, "개발 인건비는 '그대로'" 신작 흥행에 희비 엇갈린 게임 업계, "개발력 중요도 높아져" 생성형 AI로 작업 효율성 늘린다?, "새로운 시도로 비용 효율화 진행"
국내 게임 업계에 실적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 개발자의 몸값은 하늘을 찌르는 모양새를 유지했다.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개발자 모시기’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다. 이에 업계는 인건비를 점차 줄여나가는 동시에 생성형 AI 활용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여러 시도 끝에 업계가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업이익 떨어지는데, “인건비 부담 심화”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비용 중 인건비로만 총 1,983억원을 지급했다. 2분기 2,085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전체 매출액(4,231억원)의 50%에 가까운 수치인 만큼 결코 적은 건 아니다. 엔씨는 지난해 17개 부문에서 진행했던 공개 채용을 올해 8개 부문까지 축소했다. 넷마블은 3분기 인건비로 1,806억원을 지급했다. 인력 감소로 2분기 1,932억원보다 줄었고 전년 동기(2,030억원)와 비교해도 11% 감소했지만 여전히 마케팅비(1,458억원)보다 많다. 매출(6,306억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다. 넷마블은 인력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매년 진행하던 신입 공개채용의 경우 최근에는 겨울 인턴십으로 전환해 사업 직군만 모집했다. 2011년 설립 이래 공채 모집 직무에 개발자를 포함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떨어진 카카오게임즈도 인력 효율화로 3분기 인건비(511억원)를 전 분기(537억원) 대비 5% 줄였다. 하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5.7% 늘었고 비게임 부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인건비는 매출(2,647억원)의 약 20%다. 6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데브시스터즈는 경영 안정화를 위해 대표 무보수 근무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복지 예산 감축 등으로 3분기 인건비(195억원)를 2분기(205억원)보다 줄였지만 매출도 감소해 실적이 악화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인건비는 매출(347억원)의 50%를 넘는다.
게임 업계 양극화 가시화, 신작 부담 ‘up’
이런 가운데 국내 게임 업계의 양극화는 점차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88.6% 감소한 수치다. 주력 IP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2,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나 줄었다. 넷마블도 3분기 매출 6,306억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신의 탑: 새로운 세계> 등을 통해 손실 폭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흑자 전환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배틀그라운드>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크래프톤도 전망이 좋지 못하다.
반면 신작 흥행에 성공한 게임사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넥슨은 3분기 매출 1,203억 엔(약 1조913억원), 영업이익 463억 엔(약 4,202억원)을 거뒀다. 각각 1년 전보다 23%, 47% 늘어난 수치다. <FC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스테디셀러의 안정적인 성과와 <프라시아 전기>, <블루 아카이브> 등 신작 성장세가 맞물렸다. 네오위즈 역시 지난 9월 출시한 <P의 거짓>이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늘었다. 네오위즈의 3분기 매출은 1,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신작의 흥행 여부에 따라 영업이익 폭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음이 재확인되면서 업계의 개발비 부담은 더 늘었다. 이익 축소에 따라 구조조정 및 인력 효율화 등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지만 구조조정만 이어갈 경우 오히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만한 신작을 개발할 인력을 잃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게임 업계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IT 업계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30% 이상인 곳이 전체(251개사)의 42.6%를 차지한다.
하늘 찌르는 개발 인건비, “개발자 유치 경쟁 영향”
국내 IT·게임 업계의 개발 인력 연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1억3,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1억7,200만원과 비교하면 19,.2% 감소한 수치지만, 타 업계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네이버도 지난해 직원 1인 평균 급여가 1억3,449만원을 기록하며 전년(1억2,915만원) 대비 4%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게임 업계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작년 직원 1인 평균 금여액 1억3,800만원으로 주요 게임사 중 가장 높았다. 이외 엔씨소프트는 1억1,400만원, 크래프톤은 1억900만원, 넷마블 7,400만원, 컴투스 7,800만원, 네오위즈 7,1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IT·게임 업계 직원의 평균 연봉이 높아진 건 개발자 유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특수로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2021년 초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컴투스 등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연봉을 1,000만원 안팎씩 인상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부턴 연봉 상승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고정비용인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사들의 경우 신작 부재 및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이 주춤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소폭 역성장했다. 이에 다수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 ‘보수적 인력 운용’을 올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사보수한도 축소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렸으며 장기성과급 위주로 보수체계를 바꿨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기업들도 늘었다. 생성형 AI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발 과정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늘었다”며 “개발 과정에 생성형 AI를 도입할 경우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고 비숙련자도 숙련자처럼 작업이 가능해 장비와 시설이 부족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일러스트, 녹음 등 게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툴킷을 준비 중이다. 내부 검증을 마친 뒤 B2B(기업 간 거래) 상품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도 생성형 AI를 음성합성 기술에 활용한다. 외국어, 사투리 등 사람의 음성을 만들어 성우가 녹음한 음성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생성형 AI 도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작업 능률 향상 및 퀄리티 상승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기업마다 나름의 혁신을 꿈꾸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