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돌파’ 마이데이터, 어디까지 왔나
핀테크 마이데이터 영업 손실 지난해 5분의 1 수준
'서비스 과금 체계 재검토' 목소리 높아져
정보 유출·서비스 먹통에 대한 개선 논의는 언제?
올해 상반기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자 매출액이 1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핀테크 및 IT 기업이 영업 손실액을 큰 폭으로 줄인 데 따른 결과다. 최근 발생한 블랙아웃 사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마이데이터가 국민들의 금융 생활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부수 사업 매출 늘 때 주 업무 ‘신용관리’는 제자리걸음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국정감사 서면요구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자 매출은 총 1조1,8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핀테크 및 IT 회사의 매출이 1억1,797억원, 금융회사의 매출은 32억원을 기록했다. 두 분야 모두 지난해 전체 수익의 55% 이상을 올해 상반기에 넘어서며 영업수익 성장세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지난해 핀테크·IT 회사 영업수익은 2조1,224억원을 기록했으며, 금융회사는 56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핀테크 및 IT 회사는 고유 업무인 신용정보통신관리 부문에서는 26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겸영업무에서 1조1,771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체 매출 상향으로 이어졌다. 겸영업무는 대출중개, 데이터분석, 광고홍보, 전자금융 등 고유 업무 외의 부수 업무를 의미한다. 적자 폭도 크게 줄었다. 이들 기업은 인건비, 마케팅, 수수료 등 영업비용 명목으로 1조2,047억원을 지출했다. 이로써 영업 손실액은 24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해 영업 손실액이 1,411억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5분의 1수준으로 크게 줄어 연말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32억원으로, 영업비용은 552억원을 고려하면 52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핀테크 및 IT 회사와 마찬가지로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비슷한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지난해 영업 손실 1,286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관련 신규 서비스의 등장이 사업자들의 매출 향상으로 이어져 적자폭 개선 효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68개로, 지난해 12월 64개사와 비교해 4개사가 증가했다. 이들 마이데이터사는 올해 신용점수 올리기 같은 신용정보통신관리 외에도 맞춤형 금융상품 비교 및 추천, 신용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앞다퉈 선보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고, 사용자 증가를 이용한 광고 수익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대규모 실적 개선은 고유 업무가 아닌 부수업무로 이룬 성과인 셈이다.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시장 안착을 위해 관련 서비스 과금 체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마이데이터 전송 과정에 수수료를 부과할 것으로 예정돼 있어 기업의 추가적인 수수료 지출이 실적 성장세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핀테크 및 IT 기업의 마이데이터 사업 영업비용 중 수수료 지출은 4,444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 1조2,046억원의 37%에 해당한다.
이에 영업 손실을 줄이지 못한 중소 마이데이터업체와 스타트업 등은 사업 현황을 고려해 금융위에 과금 유예 및 금액 하향을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고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며 전체 사용자 증가로 이어졌다”면서도 “마이데이터 과금 방안이 추진될 경우 사업자들에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업체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사다난’ 마이데이터, 실적보다 신뢰도 향상에 힘쓸 때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해당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 마이데이터는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돼 있는 특정인의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하고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는 등의 방식으로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 도입 2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한 금융그룹이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부 고객의 금융정보가 불특정 다수의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됐고, 이후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이용자 100여 명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등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일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가용량 증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로 인한 시스템 비정상 종료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에서 통신서비스 계약정보, 청구정보, 납부정보, 소액결제정보 등 4가지 정보를 중계하는 KAIT는 시스템 복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이달 내 서비스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KAIT는 서비스 장애 이전에 발급된 접근토큰을 폐기하고 재발행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이는 서비스 장애로 인한 최종 피해자인 소비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마이데이터를 보건의료, 복지, 통신, 에너지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까지도 서비스 안정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업자들과 국민들의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안정화를 마치고 확산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인데 KAIT의 이번 사태 수습을 지켜봤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