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으로 이어진 쿠팡의 성장세, 목전에 다가온 2위 요기요 추월
373만 명이던 요기요·쿠팡이츠 격차 140만 명으로 좁혀져 위기의 요기요, 할인→협업 '고객과 접점 늘리기'에 총력 ‘어차피 1위는 배민’? 쿠팡이츠의 화살은 어디로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의 3강 체제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지금껏 3위를 지켜 오던 쿠팡이츠가 2위 요기요를 빠르게 추격하면서 순위 변동의 조짐이 보이면서다. 쿠팡이츠가 지난 4월부터 실시한 와우 멤버십 회원 10% 할인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요기요는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과 손잡고 시장 점유율 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팡이츠 이용자 45% 급증, 요기요는 15% 감소
1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297만7,237명이던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월 433만496명으로 7개월 사이 약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기요는 670만4,766명에서 573만2,281명으로 약 15% 감소한 MAU를 기록했다. 배민 10월 MAU는 1,943만3,527명으로, 7개월 전과 비교하면 1%가량 증가에 그쳤지만 1위 자리 수성에는 무리가 없는 모습이다.
쿠팡이츠의 분전은 쿠팡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에게 주문 금액의 최대 10%를 할인해 주면서 생긴 변화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4월 해당 정책을 시행한 후 쿠팡이츠는 매달 사용자 증가세를 거듭하며 요기요와의 MAU 격차를 373만 명에서 140만 명까지 좁혔다. 할인 외에도 쿠팡이츠는 자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단건 배달을 넘어 근거리 주문 시 최대 2건을 함께 배달하는 세이브배달을 5월 도입했다. 주문자가 세이브배달을 이용하면 최대 1천원을 추가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쿠팡이츠는 서울에서 시작한 세이브배달 대상 지역을 용인, 성남 등 경기 전역으로 확대 중이다.
카톡과 손잡은 요기요, 2위 지킬까
쿠팡이츠의 매서운 성장세에 요기요도 구독 서비스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며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함이라는 요기요 측의 설명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독료 인하 상품인 ‘요기패스X’는 요기요 앱을 이용해 요기패스X 대상 가게에서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를 무료로 적용받는 서비스다. 당초 9,900원이었던 요기패스X의 구독료는 내달 20일부터 4,900원으로 인하된다.
요기요는 구독 서비스 가격 인하에 그치지 않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손을 잡으며 잠재 고객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 21일부터 카카오톡 내 ‘주문하기by요기요’를 통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요기요가 제휴사들과 함께 제공하는 할인 등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과 협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쿠팡이츠가 노리는 건 요기요가 아니다?
업계는 쿠팡이츠의 대규모 할인 공세가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상대는 배민이라고 분석한다. 오랜 기간 적자까지 불사하며 로켓배송을 강행한 결과 유통시장 내 입지를 다진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방식을 배달앱에서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이츠 측도 이같은 시장의 해석을 부인하지 않으며 “1,100만 명의 쿠팡와우 회원을 기반으로 배달앱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3사의 치열한 경쟁이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팽배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민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와 쿠팡이츠의 운영사 쿠팡이 모두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만큼 출혈경쟁임을 알고도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배민이 가장 의식하는 상대가 쿠팡이츠였는데, 이제야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민이 쿠팡이츠가 10% 할인을 도입할 때부터 ‘1위 굳히기’에 돌입한 만큼 왕좌는 단기간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배민은 현재 앱 이용자가 음식 주문 시 쿠폰 등을 통해 결제 금액의 최대 10%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의 경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쿠팡이츠와 비슷한 할인으로 고객 이탈을 막는 데 무리가 없다”며 “결국 쿠팡이츠와 배민의 10% 할인 출혈경쟁 속에 요기요 고객만 쿠팡이츠로 옮겨간 모양새”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