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글로벌 OTT 따라 달리는 티빙, 요금 인상·광고 요금제 도입
스트림플레이션 흐름 올라탄 티빙, 토종 OTT '구독 요금 인상' 첫 출발 끊었다 "티빙, 올해 개발자 많이 뽑더라니" 글로벌 OTT 따라 광고 요금제 도입 누적 적자에 신음하는 토종 OTT들, 티빙 따라 요금제 개편 나설까
국내 OTT 업체인 티빙이 12월부터 구독료를 인상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가 촉발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흐름에 토종 OTT가 최초로 동참한 것이다. 내년 1분기 중으로는 토종 OTT 최초로 ‘광고 요금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티빙이 본격적인 ‘글로벌 OTT 따라잡기’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여타 토종 OTT 플랫폼 역시 조만간 티빙을 따라 요금제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차후 토종 OTT가 수익성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티빙, 구독료 인상·광고 요금제 도입
티빙의 요금 인상폭은 △베이직 요금제 월 7,900원에서 9,500원 △스탠더드 요금제 월 1만9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 요금제 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 등 약 20% 수준이다. 요금 인상 정책은 신규 이용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기존 가입자의 구독 요금은 현재 인앱결제(앱 마켓을 통한 결제) 가격과 동일한 △베이직 9,000원 △스탠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 수준에서 유지된다.
지금껏 토종 OTT들은 이용자 감소를 우려, 섣불리 요금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콘텐츠 수급과 투자 비용이 눈에 띄게 불어났고, 설상가상으로 성장세마저 둔화하며 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실제 티빙은 토종 OTT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하며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보여준 ‘위기 극복’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티빙 광고형 요금제의 월 구독료는 베이직 요금제 대비 30% 저렴한 5,500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이외에도 티빙은 12월 1일부터 실시간 LIVE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며 이용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티빙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은 가입자도 tvN과 JTBC 등 29개 라이브 채널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콘텐츠 다운로드 허용, 베이직 이용자 프로필 수 확대 등 서비스 전반의 편의성 개선 작업에도 착수한다.
티빙, 개발자 뽑으며 요금제 개편 기반 다져
업계에서는 티빙의 광고 요금제 도입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티빙이 지난 4월에 갑작스러운 개발자 채용 소식을 발표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티빙은 △미디어 엔지니어 △클라우드 엔지니어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 △iOS △안드로이드 △프론트엔드(웹) △프론트엔드(TV) △백엔드(회원, 빌링) △백엔드(API)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머신러닝 엔지니어 △검색 엔지니어 등 1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모집했다.
당시 티빙은 개발자 채용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 기술 역량을 확장하고,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개발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티빙이 일련의 신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티빙의 신규 서비스가 고질적인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광고 요금제’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티빙의 영업손실은 별도 법인이 설립된 2020년 이후 매년 증가해 왔다. 2020년 61억원 규모였던 적자는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눈에 띄게 불어났다. 2021년 707억원이었던 콘텐츠 원가가 OTT 플랫폼 사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 1,167억원까지 증가하면서다. 요금 인상, 광고 요금제 등 글로벌 OTT의 성공적인 ‘위기 탈출’ 사례는 티빙에 내려온 일종의 동아줄이었던 셈이다.
웨이브·왓챠도 글로벌 OTT 따라갈까
한편 대다수 글로벌 OTT는 이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요금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디즈니는 기본 요금제를 월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으며, 넷플릭스는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기본 요금제(월 10.99달러)의 신규 가입을 제한해 광고 없는 요금제의 최저가를 월 15.49달러로 조정했다. 이외에도 맥스는 지난 7월 요금을 14.99달러에서 15.99달러, 피콕은 같은 달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인상한 바 있다.
티빙이 도입하는 광고 요금제 역시 이미 글로벌 OTT 업체를 통해 증명된 성장 정체 해결 방안이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는 저렴한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흡수, 출시 후 6개월 만에 월간활성사용자(MAU) 약 500만 명을 끌어모았다. 광고 요금제의 수익성 개선 효과도 실적을 통해 드러났다. 넷플릭스의 2023년 1분기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월 6.99달러(약 9,221원)을 납부하는 ‘광고 시청 베이직’ 가입자는 월 15.49달러(약 2만원)를 납부하는 ‘스탠더드’ 요금제 가입자보다 수익성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난항을 겪고 있는 티빙 외 토종 OTT들도 요금제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생사의 기로에 선 토종 OTT 플랫폼들이 글로벌 OTT의 ‘선례’를 벤치마킹, 위기 해소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웨이브는 2020년 169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555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한 왓챠의 경우 2019년부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 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