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로 골프에 ‘풀스윙’ 날린 넷플릭스, 이번엔 실시간 중계 나선다
스포츠 중계 시장 뛰어든 넷플릭스, 15일 골프 행사 '더 넷플릭스 컵' 생중계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풀스윙'으로 PGA 발칵 뒤집어, 차후 스포츠 행보에 주목 이용자 유인·락인 효과 큰 스포츠 중계로 OTT 시장 '포화 위기' 넘어설까
넷플릭스가 1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윈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이벤트성 골프 행사 ‘더 넷플릭스 컵’ 중계에 나선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 실시간 중계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풀스윙> 등으로 넷플릭스의 ‘스포츠 영향력’이 입증된 가운데, 아직 정복하지 못한 실시간 스포츠 중계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양상이다.
넷플릭스, ‘광고 금광’ 스포츠 중계 나선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셀 수 없이 많은 장르의 영상물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포츠 경기 생중계는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업체 입장에서는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료가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사란도스는 2022년 12월 UBS 글로벌 콘퍼런스 현장에서 “넷플릭스는 스포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에 찬성한다”고 발언, 스포츠 중계 예정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Basic with ads)’가 출시된 이후 급변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스트리밍 도중 광고를 송출하는 요금제로 대규모의 가입자를 유치, ‘광고 수익’의 매력에 눈을 뜬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 중계할 경우 하프타임(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주어지는 중간 휴식 시간) 광고를 따낼 수 있다. 시청자가 광고를 건너뛸 수 없는 하프타임 광고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광고처로 꼽힌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 중계할 경우, 구독자가 증가하며 광고 수익이 함께 느는 ‘선순환’도 노려볼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기업이 차후 스포츠 리그 자체를 사들여 중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리그를 인수할 경우 리그 운영 주체에게 중계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중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넷플릭스가 월드 서프 리그(SWL)의 인수를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넷플릭스가 전미프로농구리그(NBA) 중계권을 사들여 스포츠 실시간 중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풀스윙’이 증명한 넷플릭스의 스포츠 영향력
넷플릭스가 스포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스윙>을 통해 입증됐다. <풀스윙>은 골프 대회 시즌에 맹활약을 펼치는 프로 골퍼들의 모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2018~2019년 대흥행한 레이싱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제작진이 참여해 치열한 프로 골퍼의 삶을 그려냈다.
프로 골퍼들의 노력을 생생하게 담은 해당 작품은 ‘OTT 열풍’을 타고 대흥행했다. 여러 출연자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연출, 회차별로 달라지는 다양한 주제 등이 이용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비인기 장르’ 장벽도 넷플릭스의 영향력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190개국에서 32개 언어로 제공된 <풀스윙>은 미국과 영국에서 2위, 아일랜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풀스윙>을 시청한 이용자들은 ‘프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넷플릭스의 <풀스윙>이 PGA투어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풀스윙> 시청을 계기로 PGA 투어 중계방송에 유입된 이용자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의 통합 정보분석 기업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풀스윙> 시청자의 63%가 PGA 투어 중계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엑셀런트 옴니버스는 <풀스윙> 시청자의 36%가 SNS상에서 프로 골프 관련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풀스윙> 시청 이후 골프 관련 프로그램, 뉴스 등을 찾아 읽는 시청자는 27% 수준이었다. 완성도 높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가 미국 프로 골프 시장 전반에 ‘폭풍’을 불러온 것이다.
스포츠 중계, 넷플릭스의 ‘새 먹거리’ 될까
넷플릭스는 그간 주문형비디오(VOD·Video on demand) 서비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앞세워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기존 VOD 서비스만으로는 성장하기가 어려운 포화 상태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촉발한 막대한 콘텐츠 투자 지출 역시 OTT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는 ‘공룡 OTT’ 넷플릭스가 지금껏 정복하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다.
스포츠 생중계는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서비스 체류 시간이 길고, 해당 종목에 관심이 있는 팬을 한 번에 끌어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수개월간 진행되는 프로리그, 약 1년 가까이 진행되는 시즌제 스포츠 경기의 경우 드라마·영화 대비 ‘락인 효과(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기존 서비스에 머무르는 현상)’ 역시 훨씬 크다. 성장 정체 타파를 위해 움직이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딱 좋은 먹잇감인 셈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지난 3월 크리스 록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선택적 분노’(Selective Outrage)를 생중계하며 관련 인프라의 테스트를 마친 바 있다. 과연 이번 ‘더 넷플릭스 컵’ 생중계는 PGA 시장 흐름을 바꿔놓은 <풀스윙>의 골프 흥행을 계승하고, 넷플릭스만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 조성에 일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