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웹툰으로 日 영화를? 아마존프라임이 보여주는 토종 IP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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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기 웹툰 '너클걸' 영상화, 일본 배우 내세워 아마존프라임서 240개국에 공개
'K-콘텐츠'에 외국인 배우가? 국내산 원천 IP, 글로벌 시장서 활용 범위 확장
국내 '스타 캐스팅' 출연료에 시달리는 국내 제작사, '국내 IP-해외 배우'로 길 찾나

국내 웹툰 IP(지식재산권)가 해외에서 영상화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오는 2일에는 카카오페이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 <너클걸>이 2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 약 240개국에서 동시 공개된다. <너클걸>은 K-웹툰 IP를 활용한 작품에 일본인 배우가 출연하는 글로벌 제작 사례로, 국내 원천 IP 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IP로 일본 영화 제작, 아마존의 과감한 도전

영화 <너클걸>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크로스픽쳐스와 아마존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하고, 한국인 감독·작가와 일본 배우가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영화 <표적>의 창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각본은 영화 <비상선언>의 유갑열 작가가 담당했다. 각색은 <악녀>의 정병식 작가가, 주인공 란 역은 일본 배우 미요시 이야카가 맡았다. 국내 제작사가 아마존 오리지널 일본 영화를 제작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동명의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이 원작인 <너클걸>은 복싱선수 ‘란’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법 격투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지난 201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원작 웹툰은 현재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등 여러 웹툰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저 웹툰 플랫폼인 픽코마에서 독점 연재 중이며, 일본 외에도 중국, 대만, 프랑스, 독일 등 해외 5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의 웹툰 IP가 또다시 ‘대박’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웹툰 IP는 영상화 과정을 거치며 줄줄이 흥행 가도를 달려왔다. 디즈니+의 국내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tvN 드라마 <경이로문 소문> 시리즈, 지니TV 오리지널 <남남>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적이지 않은’ K-콘텐츠?

주목할 만한 점은 <너클걸>이 한국의 원천 IP를 활용하면서 외국인 배우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지금껏 ‘한국적임’은 우리나라 콘텐츠의 중점적인 매력으로 작용해 왔다. 글로벌 흥행의 ‘걸림돌’이었던 한국 고유의 문화와 언어가 오히려 개성으로 수용되기 시작하면서다. 전 세계적 대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게임, 한국적인 인간 군상 등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한국 콘텐츠의 매력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한국의 색을 담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킹덤’/사진=넷플릭스

OTT 열풍이 불어 들고 도전적인 영상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자, ‘한국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던 장르에마저 한국적인 색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서구권에서 인기를 끌던 좀비물이 넷플릭스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국내 드라마 작품을 통해 재탄생한 것이다. 소위 ‘K-콘텐츠’라고 불리는 이들 작품은 주연으로 한국 배우를 내세우며 한국 문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 정서에 익숙한 인물들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K-콘텐츠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번 <너클걸>은 K-원천 IP를 영상화하며 일본인 배우를 섭외, ‘일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택했다. 사실상 한국 배우들의 기존 인기와 작품의 ‘한국적인’ 매력을 내려놓고, K-콘텐츠의 창의성과 작품성 등을 온전히 평가받게 되는 셈이다. 국내 웹툰 IP를 활용해 도전장을 던진 만큼, 차후 국내 원천 IP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몸값 비싼 국내 배우들 ‘안 쓰는’ 시대 올까

업계에서는 토종 IP의 글로벌 수출이 제작비 부담에 시달리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너클걸>처럼 국내 IP를 활용한 글로벌 제작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국내 원천 IP는 어디서든 흥행할 수 있는 ‘흥행 보증수표’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다. 제작사가 몸값이 높은 국내 스타 캐스팅을 고집하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 ‘모험’을 걸어볼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실제 국내 콘텐츠 제작업계는 국내 스타 배우들의 높은 몸값을 충당하는 데 제작비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SBS 드라마 <법쩐>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선균은 회당 2억원의 출연료를 수령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 출연한 배우 남궁민은 회당 1억6,000만원을, JTBC <설강화>의 주연 배우는 1억1,000만원을 받았다.

OTT 시장으로 넘어오면 배우의 몸값은 한층 더 불어난다. 영화·TV 드라마와는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한 매체는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2>의 투자사 넷플릭스에 회당 출연료로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배우 김수현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에 출연하며 회당 5억원을 받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배우 출연료로 인해 제작사 부담이 가중되면 자연히 콘텐츠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반면 토종 IP의 탄탄한 이야기와 비교적 몸값이 저렴한 해외 배우가 만날 경우, 오히려 도전적이고 완성도 높은 ‘K-콘텐츠’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 토종 IP가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 활용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국내 콘텐츠 시장은 과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