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가 341만 개 일자리 대체할 것”, 의사·회계사·변호사 가장 위험
AI 대체 가능성 높은 상위 20% 국내 일자리 약 341만 개로 추정 ‘AI 노출지수’, 일반의사·한의사 가장 높고 기자·성직자·교수는 낮게 나타나 AI에 많이 노출된 일자리가 고용 비중 감소 및 임금 상승률 낮을 것
20년 안에 일자리 약 400만 개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지적이고 분석적인 업무를 하는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AI 대체 위험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사회적 기술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성직자·대학교수·기자 등은 AI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
2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AI 노출지수 상위 20%에 달해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 개로 추산됐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약 398만 개(전체의 14%)로 늘어난다.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먼저 임금과 학력 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는 저학력(고졸 이하) 및 중간 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기술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AI 대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일자리의 AI 노출 지수가 여성 일자리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기술과 마찬가지로 남성 일자리가 AI 기술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데, 이는 AI 노출 지수가 낮은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령별로는 AI 노출 지수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정보통신업의 무선 네트워크, 제조업의 장비·모니터링 솔루션 등에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직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의사와 한의사가 상위 1% 이내로 최상위권에 들었다.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한은은 최근 AI 관련 특허 중 의학산업 분야가 많아져 단순 진단 등의 일부 의사 업무는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국표준직업 분류상의 소분류 기준,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에는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금속 재료공학 기술자 등이 미래에 AI로 대체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면 및 관계 형성 중요한 일자리는 대체 위험 낮아
반면 대면 접촉 및 관계 형성이 중요한 일자리는 AI 노출 지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노출 지수가 낮은 직업으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기자(86%), 서비스 종사원(87%), 성직자(98%) 등이 상위권에 꼽혔으며, 대학교수(99%), 가수나 경호원(하위 1% 이내) 등은 최상위권에 들었다. 특히 기자의 경우 AI가 주어진 정보로 기사 작성은 할 수 있으나, 대면 취재 업무 및 분석 업무까지는 대체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AI 대체 지수가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종합해 보면,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년간 산업용 로봇 및 소프트웨어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의 고용 비중과 임금 상승률이 낮아진 결과에 기반한다. 구체적으로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percentile) 높을 경우, 향후 20년간 해당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은 2%p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만 한은은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존 일자리 내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및 직업훈련을 통해 필요한 숙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I가 도입과 동시에 근로자들에게는 기존과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와 더불어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반복적 업무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