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실사의 원칙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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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부족 및 불확실성 탓에 VC 펀드에 대한 실사에 어려움 많아
미국에서는 VC팀 평가, 투자 전략 평가, 투자처 관리 역량 평가를 통해 실사
단순한 트랙 레코드 및 수익률보다 종합적인 역량 평가 필수 지적도

글로벌 투자 분석 전문 기관 피치북(Pitchbook)은 29일(현지시간) 벤처투자사(VC) 실사의 3단계 원칙을 발표했다. 최근들어 부실화된 스타트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미국에서도 VC들의 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VC펀드의 주요 유동성 공급자(LP)들이 주로 중소 기술 기업 투자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업계에서는 VC 실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재무 데이터 부족, 장기 투자, 투자 회수(엑시트, Exit) 전략 불확실성 등은 그간 VC의 잠재력 평가하기 쉽지 않은 주요 요인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벤처 투자가 LP들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으면서 적절한 실사 전략에 대한 고민도 함께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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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실사의 첫 단계: 팀을 판단해라

몰튼 벤처스(Molten Ventures)의 조나단 시빌리아(Jonathan Sibilia) 파트너는 “LP들의 VC펀드 투자 시장은 지난 몇 년 사이 신규 진입자가 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치가 부족한 LP들이 VC에 대한 적절한 실사 역량 없이 단순히 엑시트를 잘 해 왔다는 이유로 신뢰하는 것에 놀란 적이 많다”고 답했다. 시빌리아 파트너는 VC 실사를 기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각 LP들의 사정과 VC들의 사정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는 연기금과 고성장 투자처를 찾는 LP들은 같은 전략을 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유럽 투자 펀드(European Investment Fund)의 데이비드 다나(David Dana) 벤처 투자 부분 대표는 “(투자 기록 및 전략보다) 팀의 구성이 더 중요하다”면서 “투자 전략이 뛰어나더라도 팀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하면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고, 투자한 곳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뛰어난 팀일수록 전략 실패를 빠르게 수정해서 시장 상황에 맞게 펀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투자 전략보다 VC 구성원들의 역량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게 되면서 과거 투자 기록들을 실사 중 가장 중요하게 보게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5번째 펀드를 만든 VC의 경우 이미 확립된 체계와 투자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심사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빌리아 파트너는 “장부상으로만 화려한 VC”들을 걸러내기 위해 과거 투자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속된 투자로 장부 가치는 커진 상태이지만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거나, 사실상 폐업 위기에 처한 스타트업들도 최근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VC 팀 실사에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는 ‘투자금 대비 현금 지급 비율(Distributed to Paid-In Capital, DPI 비율)’이다. VC 혹은 사모펀드(PEF)가 투자받은 금액 대비 현금으로 수익을 돌려준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따지는 수치로, PEF 쪽에서는 펀드 평가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수치 중 하나다.

그러나 신규 펀드들의 경우에는 과거 투자 기록(Track record, 트랙 레코드)를 판단할 근거 자료를 찾기 어렵다. 결국 펀드 구성원들의 업계 내 경력, 투자 분야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역량을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신규 펀드들은 트랙 레코드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대형 기관 투자를 유치하기 전에 작은 펀드들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아이소메르 캐피탈(Isomer Capital)의 조 스코지(Joe Schorge) 벤처 펀드 투자 파트너는 해당 VC 팀에 투자 경험이 있는 LP들의 조언을 따르라고 충고한다. 과거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LP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잇다는 것이다.

VC 실사의 2 단계: 투자 전략을 평가해라

스코지 파트너는 LP 입장에서 VC에 투자를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VC의 주력 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투자 다각화를 꼽았다.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진행해야하는만큼, LP들은 5년 후에 투자금이 어디에 있을지를 고민해야한다”면서 “VC들에게 어떤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고, 그 업체들은 어디에 있고, 성장률은 어떤 상태고, 엑시트 계획은 어떤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고 요구한다”고 답했다.

특히 VC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업체들 목록, 시장 규모, 투자 비율 등을 투자 전략의 일부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LP들은 VC 팀의 평균 투자 규모, 투자 기간, 추가 투자 필요 여부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산업 분야일수록 시장 이해가 어려울 수는 있어도 VC들이 투자할 산업 분야에 대해 LP들도 스스로 충분한 이해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VC 실사의 3단계: 이익 공유 시스템 구축

유럽 투자 펀드의 다나 벤처 투자 부문 대표는 VC의 수익과 LP의 수익이 합치되도록 투자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VC 팀이 위험 노출도를 최소화하려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LP들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투자처라고 판단한다”면서 “VC들이 투자 전략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위험을 감당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LP들이 투자처를 결정할 때 VC들이 투자금 운용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익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예를 들어, VC들이 자기 자금을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VC 펀드의 수익성 증대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시빌리아 파트너는 최근들어 VC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데, LP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LP의 기대치만큼 VC들이 투자처 관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형 VC펀드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소극적인 투자만 반복하는 VC들에서 자주 보이는 경우인만큼, 투자처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