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음악 앱 ‘스포티파이’ 올해만 세 번째 인원 감축, 유튜브 뮤직 급성장 여파?
“경영상 어려움, 군살 빼기는 필수”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복병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감원 계획 발표 직후 주가 급등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비용 절감을 위해 1,500명의 직원 감축에 나선다. 이는 전체 직원의 약 17%에 해당하는 수치로,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과 6월에 이어 올해에만 2,000명이 넘는 직원을 떠나보내게 됐다.
사업이 꾸준한 성장세에 있음에도 감원을 거듭하는 스포티파이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IT 업계에 불어 닥친 금융경색의 여파로 보는 시각과 유튜브 뮤직 등 경쟁 업체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1만 명 목전에 뒀던 직원 수, 올해만 20% 넘게 감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 시각)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번 감원 계획을 전달했다. 그는 해당 서한에서 스포티파이가 각종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의 상승 등 다양한 경영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에크 CEO는 “미래의 스포티파이는 운영과 혁신, 문제 해결 방식에 있어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업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군살 빼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원 대상이 되는 직원에게는 약 5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의료보험, 휴가 수당 등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2006년 스웨덴을 기반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와 같은 독점 콘텐츠를 보유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해 왔다. 덕분에 2017년 약 3,000명이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약 9,800명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주력 사업인 스트리밍 플랫폼도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구독료 인상을 단행한 올 3분기에도 스포티파이의 유료 가입자 수는 2억2,600만 명에 달해 직전 분기보다 16.0%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4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약 6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이처럼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의 실적은 ‘처참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사업을 전개한 이후 종종 분기별 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연간 순이익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실적은 9월까지 5억3,000만 달러(약 6,95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다가 3분기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동영상-음악 시너지 극대화한 유튜브
스포티파이가 지난 1월 600명 해고와 6월 팟캐스트 부문 200명 감원에 이어 또 한 번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들의 선전이 스포티파이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유튜브 뮤직의 급성장은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대다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론칭한 후발주자인 만큼 유튜브 뮤직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기준 스포티파이(30.5%), 애플 뮤직(13.7%), 텐센트 뮤직(13.4%), 아마존 뮤직(13.3%)보다 낮은 8.9%에 머물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유튜브 뮤직이 2020년 이후 매년 5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뮤직 가파른 성장의 배경으로는 유튜브 프리미엄과의 연동을 꼽을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동영상 시청 전 광고를 제거해 주는 유료 구독 서비스로, 유튜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동영상 플랫폼이 되면서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뮤직의 이용자도 급증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튜브를 대체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 없는 만큼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기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고 유튜브 뮤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 실적 개선 이룰 것” 자신감, 감원 통해서였나
경제 전문가들은 가파른 성장성을 보여 온 스포티파이가 뚜렷한 수익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종 업계 내 최초로 유료 가입자 2억 명을 넘긴 스포티파이를 두고 많은 투자가가 수익성 개선에 막대한 자금을 베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1월 30일 진행된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또 한 번의 순손실이 밝혀진 직후에도 스포티파이의 주가는 급등했다.
당시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스티브 카홀 애널리스트는 “이전까지 스포티파이는 성장 우선 전략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다소 방어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했지만, 가격 인상을 앞둔 만큼 총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포티파이 경영진 역시 “2022년은 투자의 정점을 찍으면서 손실이 극대화된 해”라고 되짚으며 “올해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포티파이의 실적 개선은 이번 감원 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4일 뉴욕증시에서 스포티파이가 전 거래일 대비 7.5% 상승한 194.17달러로 장을 마감하면서다.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는 주가로 고스란히 드러난 가운데 스포티파이가 감원과 경쟁 업체의 급성장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흑자 성적표를 받아 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