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55조원 돌파 중국 게임 시장, ‘반쪽짜리 규제 완화’로 내수 회복에 그쳐

160X600_GIAI_AIDSNote
스테디 게임 부활-신작 히트 맞물려
‘46조원 매출’ 모바일 게임이 성장 견인
中 정부 산업 활성화 선언 성과 거둘까
라이엇게임즈
슈팅게임 ‘발로란트’ 내 e스포츠 대회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안내 화면/사진=라이엇게임즈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던 중국 게임 시장이 올해 회복세를 되찾았다. 관련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부의 게임 산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3,000억 위안(약 55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다만 중국산 게임의 해외 매출은 여전히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모바일 게임 시장 점유율 75% 육박

중국음상디지털협회(음상협회)가 발표한 ‘2023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게임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3,029억6,400만 위안(약 55조1,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연간 이용자 수는 6억6,8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음상협회는 중국 게임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각종 부정적 요인 해소와 게임 이용자들의 소비 능력 및 의지 반등을 꼽았다. ‘스테디’라 불리는 장기 흥행작들이 안정적 운영을 되찾은 가운데 ‘데블M’, ‘붕괴: 스타레일’, ‘전민강호’ 등 대작 게임들의 출시가 집중되며 신규 이용자의 유입이 늘어 게임 업체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 게임 시장 내 자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게임의 매출액은 2,563억7,500만 위안(약 46조6,57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5.3% 증가했으며, 이들 게임의 해외 수출액은 163억6,600만 달러(약 21조2,496억원)를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은 74.9%의 압도적 점유율(매출액 기준)로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모바일 게임의 올해 매출액은 2,268억6,000만 위안(약 41조2,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이어 PC 및 클라이언트 게임(662억8,300만 위안-약 12조662억원), 웹 게임(47억5,000만 위안-약 8,648억원), 콘솔 게임(28억9,300만 위안-약 5,268억원) 등 순을 보였다.

e스포츠 시장은 1,329억4,500만 위안(약 24조2,1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2.8% 성장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출시한 슈팅 게임 발로란트가 큰 인기를 모은 것을 비롯해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종목이 정식 채택되며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시장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음상협회는 2·30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빠른 확산세를 보인 2차원(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에도 주목했다. 올해 중국 2차원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317억7,000만 위안(약 5조 7,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1.0%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높게 형성된 만큼 꾸준한 수익성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다만 해외 매출은 아직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은 163억6,600만 달러(약 21조 2,823억원)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장이쥔 음상협회 제1부회장 겸 게임실무위원장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변화로 해외 수출 난이도 및 운영비가 증가한 데 다른 결과”라고 풀이했다.

게임 업체 14,000곳 문 닫은 후에야 “산업 활성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게임 소비가 주춤했다’는 음상협회의 분석과는 달리, 글로벌 게임 시장은 최근 3년간 전례 없는 급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일본 가도카와 아스키종합연구소에 다르면 일본 게임 시장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조 엔(약 18조70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했고, 이듬해 역시 2조 엔대의 매출액을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도 2021년과 2022년 각각 16.7%와 9.2% 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자연스럽게 게임 이용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 게임 시장이 활황인 가운데 유독 중국만 역성장을 기록한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게임 통제 정책이 꼽힌다. 2018년부터 중국 정부는 새로운 게임의 출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을 비롯해 미성년 이용자들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시장 통제 정책을 강행했다. 특히 미성년 이용자 게임 시간 제안은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휴일은 하루 3시간, 평일은 하루 1.5시간까지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자국 내에서도 큰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중국 게임 시장은 2021년에만 14,000개에 달하는 게임 업체가 문을 닫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온라인 게임 감독을 완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의지는 꺾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 게임 허가 업무를 진행하는 주무 부처인 국가신문출판서를 통해 ‘고품질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프로젝트 시행에 관한 고시’를 발표, 자국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해당 고시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 전파, 전통문화 계승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중국에서 개발되는 게임들의 중화적 색채는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