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9,000억원 내고 ‘인앱결제 분쟁’ 마무리 짓는다, 국내 업계 변화는?
구글, 미 주정부와 소비자에 7억 달러 물어주고 인앱결제 시스템 바꾼다 앱 제작사에 자사 결제 시스템 강제했던 구글, 최대 30%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 연간 1조원 규모 수수료 납부하던 국내 게임 업계도 숨통 트일 전망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독점 운영과 관련해 미국 30여개 주에 약 9,000억원에 육박하는 합의금을 지불하고 안드로이드 기기의 결제 시스템을 바꿀 전망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자사 결제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는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과징금 부과 처분이 예고되는 등 현재진행형인 사안인 만큼 이번 결정이 국내에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결국 항복한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 바뀐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미 주 정부에 7억 달러(약 9,100억원)를 지불하고 앱 스토어를 일부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7억 달러 중 6억3,000만 달러(약 8,200억원)는 미 법원이 승인한 계획에 따라 소비자 혜택을 위한 공동 기금으로 조성된다. 이에 지난 7년간 구글플레이에서 결제 이력이 있는 미국 소비자들은 지출한 금액에 따라 최소 2달러(약 2,590원)를 받게 된다. 나머지 7,000만 달러(약 900억원)는 주 정부의 벌금, 배상, 징수 및 수수료 청구에 대한 해결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21년 7월 미국 36개 주와 워싱턴DC가 약 2,100만 명의 미국 소비자들을 대신해 구글의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고, 미 법원에 소송한 데 따른 결과다. 소송은 지난 9월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구체적인 사항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구글은 소비자들에게 구글 결제 시스템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 주 정부와 대다수 앱 개발자는 구글이 앱 제작사의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시장에서 강제로 배제하고, 구글 전용 결제 시스템을 강요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은 인앱결제를 통해 앱 제작사들로부터 최대 30%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를 기점으로 구글은 기존 구글플레이 정책을 변경해 앱 배포 시장 내 경쟁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앞으로 개발자들은 구글 자체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의 결제 옵션 대신 다른 외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알파벳은 구글플레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개발자의 웹 사이트에서 직접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드로딩’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알파벳 관계자는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플레이는 경쟁사보다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서도 수수료율 떨어질까, 업계 관심 고조
이번 합의를 두고 국내 앱 제작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구글이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 시장 내 독점적인 권한을 남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게임 업계는 환호하는 분위기다. 구글플레이에 지불해야 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이 큰 탓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국내 모바일 사업자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에 납부한 수수료는 9,529억원으로 약 1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만일 구글이 이번에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낮춘다면 모바일 게임업계의 원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발표가 국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에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던 구글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21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 강제금지법) 개정안에 대응해 인앱결제 외에 수수료 26%가 부과되는 제3자 결제를 추가했지만, 카드사 수수료 4% 등이 추가된 탓에 사실상 수수료율에는 변화가 없어 ‘조삼모사’격 정책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1년여 간의 조사 끝에 지난 10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475억원을 부과했으나 구글코리아는 아직까지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