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높이고 지속가능성 챙긴 조각투자, 널뛰는 주가에도 ‘이목 집중’
조각투자 시장 성장성 '최대', 주가도 '상승가도' 제도화 공언됐지만, 불법성 논란 '여전' 증권신고서 의무화와 동전의 '뒷면', "균형 맞춰야"
미술품 조각투자 1호 청약이 흥행하면서 관련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쏠리고 있다. 조각투자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 주가가 상승가도를 달리는 모양새다. 다만 조각투자에 대한 불법논란이 아직 현재 진행형인 만큼 투자에 대한 불안 요소가 적지 않은 게 문제다. 아직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못해 주가가 널뛰고 있다는 점도 유의 사항 중 하나다.
조각투자에 투자자들 관심 ‘쏠림 현상’
20일 증시에서 조각투자 관련주로 분류되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갤럭시아머니트리는 각각 3.7%, 6.1%, 5.2% 하락했다. 앞서 이들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급등한 바 있다. 케이옥션은 50.4%, 갤럭시아머니트리는 44% 상승했고,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서울옥션도 13.2%나 올랐다. 세 종목 모두 상한가 직후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커졌는데, 이는 주가 상승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술품 조각투자 1호인 열매컴퍼니의 투자계약증권 청약이 성공적으로 개시되면서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하늘을 뚫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지난 18일부터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펌킨(2001년)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진행 중인데, 이날 오후 3시 기준 신청 금액이 41억8,480만원으로 총 발행금액 12억3,200만원보다 3배가 넘는 청약이 이뤄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열매컴퍼니의 청약 흥행으로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인됐다. 다만 공모 규모가 매우 작았던 데다 실질적인 수익모델이 입증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업체 간 발행 건수 경쟁이 격화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인해 한국거래소 주도로 조각투자 신종 증권 거래가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이나, 금융당국 또한 조각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에 남았다.
금융감독원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투자 기간이 3~5년가량으로 길고 환금성이 낮으며 다수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해 이를 직접 보관하거나 처분하기 곤란한 위험이 있다”며 “미술품 이외 향후 다양한 기초자산의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비해 관련 업계·전문가와 적극 소통하고 조각 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제도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면밀한 심사를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개화기 들어선 조각투자 시장
최근 조각투자는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금융위가 토큰증권(STO) 시장에 대한 제도화 방침을 밝히면서다. 그간 조각투자는 불법성 논란에 시달려 왔다. 조각투자는 상품 구조상 자본시장법 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행법상 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에 투자계약증권이 처음 도입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투자계약증권 관련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적은 없다. 모두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발행된 불법증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의 제도화 방침 발표 이후 조각투자 신종 증권 거래를 위한 한국거래소 시범 시장 개설 등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관련 논란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추세다.
조각투자의 가장 큰 이점으로는 접근성이 꼽힌다. 흔히 투자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마련인데 주식은 상장기업에 한정돼 있고 부동산은 거래 금액이 너무 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조각투자는 그 빈틈을 뚫고 들어왔다. 조각투자는 이름 그대로 홀로 투자하기 어려운 고액 상품에 투자할 소액투자자들을 모아 상품을 함께 구매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각투자가 지금까지의 투자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소액으로도 부동산은 물론 명품이나 미술품,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각투자가 활성화되면 기존에 투자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던 소액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고, 투자의 대상이 되지 못했거나 소수 인원만 독점했단 상품의 투자시장도 열릴 수 있게 된다.
규제책 마련 나선 금융당국, ‘균형점 찾기’ 중요할 듯
이제 남은 건 금융당국 차원에서 타진 중인 관련 규제책이 얼마나 잘 먹혀들어가느냐다. 앞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4월 20일 뮤직카우가 제공하던 서비스인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이라 판단하고 자본시장법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 다만 당시 금융위는 뮤직카우를 바로 제재하지 않았고 자본시장법 준수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주고 제재를 유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뮤직카우는 저작권을 신탁사에 맡겨 신탁 수익증권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투자자보호장치를 마련한 끝에 같은 해 11월 29일 별도의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았다. 추가적인 개선을 한다면 새로운 증권 발행도 가능하다. 사실상 조각투자를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여온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는 미술품 조각투자, 한우 조각투자 등 조각투자 업체 5곳의 사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고, 이후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투게더아트는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금융당국이 내건 테두리에 몸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이 자본시장법 내에서만 존재했던 투자계약증권을 실무적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한 산물이다. 그렇기에 반려 후 재제출 과정을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으로 조각투자업체에 대한 신고서가 지속적으로 통과된다면 조각투자의 불법논란 리스크는 해소되고 시장이 더욱 활발히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증권신고서의 작성 의무를 지금처럼 강하게 요구할 경우 기업들이 증권신고서 제출에 드는 비용 증가로 인해 소액 투자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상품의 정보와 투자의 위험성, 회사의 재무와 임원의 보수 등의 세세한 정보를 수백 페이지의 증권신고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소요된 비용보다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며 조각투자를 모집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정책의 ‘균형점 찾기’가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