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없는 제4이통사 선정 사업에 손 내민 화웨이, “28㎓ 통신 장비 공급 가능”
한국화웨이, "국내 친환경 ICT 산업 적극 도울 것" 갈피 잃은 5G 이동통신 28㎓ 주파수 할당 사업, 효율성 떨어져 신청 저조한 상태 자본력 서포트 없이 성공 어려운 통신 사업, 화웨이 참여로 판 바뀔까
한국화웨이가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 사업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 정부의 승인만 떨어지면 곧 선정될 제4이동통신사에 경제성 높은 최신 장비와 단말을 적극 공급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이다.
한국화웨이 “국내 디지털화 위해 지원 아끼지 않을 것”
20일 한국화웨이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3년 사업 성과와 2024년 전략 방향을 발표했다. 발리안 왕(Balian Wang) 한국화웨이 최고 경영자(CEO)는 “한국화웨이는 지난 21년간 국내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여러 산업 분야의 효율성 강화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했다”며 “한국 대학에 14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한국 ICT 인재 양성에도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왕 CEO는 앞으로 친환경 ICT 기술과 인재 양성으로 국내 관련 산업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공지능(AI), 5G,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웨이가 보유한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성과를 국내 ICT 산업에 도입해 안전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또 한국의 디지털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한편 한국의 차세대 ICT 인재 1,000명 양성을 목표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왕 CEO는 국내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28㎓ 통신 장비를 요청할 경우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웨이는 28㎓ 대역에서 기지국과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만일 한국 정부에서 화웨이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28㎓ 주파수 할당 신규 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를 공급해 동반 성장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및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28㎓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고 제4이통사 출범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19일 마감한 28㎓ 주파수 대역 할당 접수에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등 3개 법인이 신청서를 낸 상태다.
정체된 제4이통사 선정 사업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8㎓ 주파수를 활용한 제4이통사의 출범은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국내 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사업자를 기대했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대형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4이통사 후보로서 기업의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통신 산업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8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사 3사가 28㎓ 주파수를 할당받아 기지국 구축에 나섰지만, 경제적 효율성이 지나치게 떨어져 포기한 바 있다. 통신 사업에 도가 튼 기존 통신사들조차 28㎓ 대역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한 마당이니, 웬만한 투자 의지와 자본 규모 없이는 사업 성공이 어려운 게 현실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할당에 참여한 회사 중 세종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알뜰폰 업체지만, 지난 2015년 제4이통사 도전 당시에도 자금 조달 능력이 문제가 돼 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스테이지파이브도 컨소시엄으로 신한투자증권 등의 금융권 투자자를 확보한 덕에 재무적으로 유리하지만, 컨소시엄의 특성상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 컨소시엄인 마이모바일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화웨이가 28㎓ 통신 장비에 대한 강한 투자 의욕을 드러낸 것이 정체된 5G 주파수 28㎓ 대역 신규 사업자 선정 사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선뜻 화웨이의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9년부터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포함한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