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자기부상 열차 ‘하이퍼루프원’ 운영 중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 전망도 불투명”
이미 로스엔젤레스 사무실 폐쇄, 직원들에게도 고용 종료 통보 사업비 충당 위해 투자 유치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하며 자금난 빠져 보링컴퍼니 포함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하이퍼루프 건설 시도는 계속될 전망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운영하는 버진 하이퍼루프원이 이달 내에 폐업할 예정이다. 이로써 도로의 지하를 수많은 튜브로 연결해 사람과 화물을 초고속으로 운송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무산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13년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진공 상태의 지하 튜브를 초음속으로 통과할 수 있는 자기부상 열차로,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하이퍼튜브를 미래 핵심 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한 상태다.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하이퍼루프원’ 운영 중단
21일(현지 시간) 미국 IT 매체 더 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진 하이퍼루프원은 2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테스트 트랙과 장비 등 회사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본사 사무실도 폐쇄한 상태며, 남은 직원들에게도 오는 31일 고용을 종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이 완료되면 모든 지적 재산은 대주주인 두바이 항만 운영사 DP월드로 이전될 예정이다.
버진 하이퍼루프원은 일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 기술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백서 ‘알파 페이퍼’를 공개한 다음해인 2014년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2016년 브랜슨 회장이 인수한 뒤 미국 네바다주에 테스트 시설을 짓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2020년에는 실제 승객을 태워 운송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17년 공동 창업자 브로건 밤브로건의 방해 행위로 인한 소송 합의를 비롯해,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인 셰르빈 피셰바의 성폭행 및 부정행위 등의 내부적인 부침을 겪으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막대한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자 유치 나섰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현금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 올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더 버지는 “도로의 지하를 수많은 튜브로 연결하며 사람과 화물을 초고속으로 운송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은 종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서도 하이퍼루프 기술 개발에 한창
하이퍼루프원은 운영 중단을 결정했지만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머스크가 설립한 터널굴착기업 보링컴퍼니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지하 고속터널을 만들어 하이퍼루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보링컴퍼니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에 4,860만 달러(약 631억원)의 예산을 들여 컨벤션 센터 아래 2.2마일(약 3.5km)의 루프를 구축할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승객 3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거장이 클락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각각 60개, 21개 생겨나게 된다. 이미 라스베이거스 시의회가 해당 프로젝트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만큼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민간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주도하에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다르면 2020년 하이퍼루프를 17분의 1로 축소한 모형 시험을 통해 시속 1,019㎞ 주행에 성공했다. 정부는 모형 주행에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하이퍼루프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시장의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내년 과기정통부의 예비타탕성조사 통과 후 2025년 전북 새만금 등 테스트베드에서 1차로 시험 주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2차 단계에선 12㎞의 본 시험선로를 건설하는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 관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뿐이고, 이미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하이퍼루프 기술을 바탕으로 추후 수출 활성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