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VC 시장 활성화론’, 상존하는 위험 요소 탓에 더딘 회복 예상
2024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 리포트
응답자 52.3% "투자재원 규모 확대 등 긍정적 전망"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되며 신중론도
국내 VC(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 중 절반 이상이 2024년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증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50%에 가까웠다. 각종 정책자금 규모가 확대되고, 회수시장 규제가 완화되며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자금 비롯 투자재원 규모 확대 가능성 대두
2일 한국벤처투자(KVIC)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국내 VC 종사자 654명 중 52.3%의 응답자가 긍정적(약간 긍정 49.7%·매우 긍정 2.6%)이라고 답했고, 25%는 부정적(약간 부정 21.3%·매우 부정 3.7%)이라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VC 종사자가 올해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근거로는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확대(39.6%, 최대 3개 복수응답 가능)가 꼽혔고, 이어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 활성화(38.7%), 경기활황에 따른 펀딩 및 투자 확대(32.3%), 기업들의 질적 성장(3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운용규모(AUM) 가 1조원 이상인 대형 VC의 경우 올해 회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UM 1조원 이상 VC로 범위를 좁히면, 응답자의 57.4%가 IPO 및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근거로 올해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이들은 기관투자자(LP)를 비롯한 펀드 출자자 모집 난항(4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한 펀딩 및 투자 축소(35.2%), 투자재원 규모 감소(23.1%), 투자를 고려할 만한 기업 수 감소(19.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시드 단계의 투자를 선호하는 응답자들은 펀드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과 회수시장 악화를 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시드 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LP 등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경우는 51.4%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국내 VC 종사자 6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VIC는 먼저 654명을 정량 조사한 후, 3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8명을 선정해 2차 정성 조사를 전개했다. 해당 정성 조사에 참여한 한 심사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 부문의 대규모 자금이 준비되고 있으며, 이같은 예산이 반영되는 올해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며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VC 출범 LP, 외부 출자 줄여 시장 경색 불러왔다는 지적도
하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금리 이외에도 국내 자본시장 내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VC와 CVC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 LP 및 은행권 LP들이 연이어 자체 VC를 출범하며 외부 출자를 줄인 탓에 펀딩 시장 회복에도 먹구름이 꼈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연구 기관이 내놓은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내수 증가세 둔화의 영향을 받아 2.2%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또한 2.1%의 소폭 성장을 예측했다. 나아가 LG경영연구원을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2%를 제시했다.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말한 VC 종사자 대부분이 ‘약간 긍정’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KVIC의 벤처투자 시장 전망 조사에 참여한 경력 7년 차의 한 심사역은 “2022년까지 앞이 보이지 않던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태를 지나왔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간에 시장 활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시장에 심각한 악재는 보이지 않지만, 세계 경제에 크고 작은 위험 요소가 산적한 만큼 시장의 회복도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