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美 의회서 혼쭐, 온라인 아동 성착취 피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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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의원 "의도 없었어도 결과적으로 당신 손에 피 묻혀"
페북 아동 성착취 콘텐츠 논란, 저커버그 "피해 가족에 사과"
청문회 단골 손님 '빅테크 CEO'들, 표심 잡기 목적이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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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019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C-SPAN 생중계 캡처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온라인상 아동 폭력 피해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는 SNS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며 플랫폼 CEO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청문회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스냅챗 에번 스피겔, 틱톡 추쇼우즈, 엑스(X·옛 트위터) 린다 야카리노, 디스코드 제이슨 시트론 CEO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도 자녀 사진을 들고 자리를 함께 했다.

“SNS가 사람 죽인다”, 고개 숙인 저커버그

이날 의원들은 CEO들을 향해 어린이들이 온라인에서 성학대 등 다양한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며 각 플랫폼은 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 및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도 상영됐다. 이 가운데는 성폭행범에게 돈을 갈취당하고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이야기도 담겼다. 특히 청문회에서는 전 세계 약 20억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저커버그 CEO에 대한 질타가 집중됐다.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상 아동 성학대물 신고는 지난해 사상 최고(약 3,600만 건)를 기록했는데 이 중 페이스북에서만 2,000만 건이 넘는 성학대물이 신고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저커버그를 향해 “당신들이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알지만, 결과적으로 당신들은 손에 피를 묻혔다”며 “당신들이 가진 것은 사람들을 죽이는 플랫폼”이라고 강력 비판해 청중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공화당 조쉬 하울리(미주리주) 의원은 저커버그 CEO를 일어서게 한 뒤 자녀 사진을 들고 있는 가족들을 향해 “당신의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나”라고 캐물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제품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피해 가족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가족들을 향해 돌아선 뒤 “당신들이 겪었던 모든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또 “아동 보호를 위해 한 부분의 서비스를 개선하면, 범죄자들은 다른 곳을 파고든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충을 호소하면서도 “그러한 일은 그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추가 대응을 약속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스냅챗의 스피겔 CEO는 미성년자가 스냅챗에서 마약을 산 뒤 사망한 사례가 언급되자 “이런 비극을 막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틱톡 추쇼우즈 CEO는 올해 어린이의 안전과 보호에 전 세계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X의 야카리노 CEO는 최근 초당적으로 입법이 추진 중인 ‘아동 성 학대 방지법안'(STOP CSAM Act)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피해자 가족들은 상원 의원들이 청문회 말미에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자 박수를 보냈다.

빅테크 대상 청문회, 순기능 있지만 ‘정치쇼’ 목적도

저커버그 CEO가 미국 청문회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데이터 유출 사태로 인해 페이스북 설립 이후 처음으로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진땀을 흘린 바 있다. 역대급 데이터 스캔들로 불리는 CA 사태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성향을 분석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제공한 사건이다. 이용자 몰래 페이스북 친구 목록, 좋아요를 누른 항목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유권자 성향 분석에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파장이 인 바 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리브라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시 한번 집중 포화를 맞았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 사업 계획을 듣기 위해 마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다. 당시 하원 의원들은 리브라의 위험성을 추궁함과 동시에 독점적 시장 지위로 인한 페이스북의 폐단, 정치 광고 허용 등을 꼬집으며 저커버그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이에 저커버그는 “미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는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며 사업에 반대하는 하원 의원을 설득했지만 끝내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불려가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는 기업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의 CEO들이 미 의회 청문회에 소환돼 혹독한 질타를 당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국의 이득을 위한, 또는 빅테크와 정치 간 전쟁에 새로운 화젯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목적이 성공한 CEO들의 평판을 깎아내리거나 선거에서 대중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