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74조원 토해내라” 판결에 불만 “텍사스로 법인 이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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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SNS 통해 스페이스X 법인 소재지 텍사스로 이전 발표
"테슬라도 법인 등록지 텍사스로 이전할 것" 주주 투표 실시
'제2의 실리콘밸리' 텍사스에 삼성전자, 애플 등 다수 기업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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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론 머스크 소셜미디어 X 계정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주에서 텍사스주로 옮겼다. 테슬라에서 받기로 한 560억 달러(약 74조원) 스톡옵션 보상 약정이 델라웨어 주 법원에서 무효화되자 회사 이전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도 텍사스로 법인 등록지를 변경하기 위해 즉시 주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소액주주에게 패배, 스톡옵션 전액 뱉어낼 위기

머스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가 법인 설립 주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겼다!”며 “만일 당신의 회사가 아직 델라웨어에 설립돼 있다면,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주로 옮길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에 제인 넬슨 텍사스 국무장관 직인이 찍힌 스페이스X의 법인 등기 서류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앞서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법인 소재지도 델라웨어주에서 네바다주로 이전한 바 있다. 머스크가 델라웨어주에 반감을 품고 자신이 세운 법인 등기를 속속 이전하는 것은 지난달 말 델라웨어주 법원이 내린 판결 때문이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테슬라 이사회와 머스크를 상대로 낸 560억 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 승인 무효 소송에서 토네타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사회와 머스크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받은 56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뱉어낼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테슬라 이사회가 이 보상안을 승인할 당시 머스크가 사실상 테슬라를 지배했으며, 이사회의 결정 과정에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후 머스크 CEO는 엑스를 통해 “테슬라는 법인등록지 변경을 위한 주주 투표를 즉시 실시할 것”이라며 “서류상 본사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했다. 뉴럴링크와 스페이스X는 비상장기업이어서 법인 소재지를 옮기기가 수월하지만, 테슬라는 상장기업이어서 주주 투표 등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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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행을 택한 이유

텍사스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으로 ‘제2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NXP 등 글로벌 기업들이 텍사스에 몰리고 있으며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주요 시설을 텍사스에 세우거나 확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텍사스를 선호하는 요인으로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조세 정책과 풍부한 전문 인력이 꼽힌다.

미국은 주별 개인 소득세율이 상이한데, 캘리포니아는 13.3%로 가장 높은 반면 텍사스를 비롯해 알래스카, 플로리다 등은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기업 친화적 정책 기반이 마련돼 있다. 또 텍사스는 주 차원의 법인세가 없다. 최고 1% 영업세(franchise tax)만 물릴 뿐이다. 단, 모든 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연방정부 법인세(21%)는 별도다.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 시장의 공급과 수준 모두 탄탄하다.

다만 현지 법조계는 머스크의 테슬라 법인등록지 이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앤 립튼 툴레인대학 로스쿨 교수는 “주주 투표를 즉시 실시하겠다는 머스크 CEO 발언과 달리 투표를 준비하는 데만 40~60일이 걸리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개입할 경우 절차가 더 늘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브라이언 체핀스 회사법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텍사스 판사들이 델라웨어 판사들보다 기업 친화적이며 더 온화한 접근 방식을 택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텍사스 판사들이 정말 그럴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회사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의 절차에서 회사 이전 때문에 주주 이익이 침해당했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머스크는 상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토네타 측은 머스크와 항소 공채 금액 협의를 마치는 대로 법원에 스톡옵션 보상 무효화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항소 공채는 패소 판결을 받은 소송 당사자가 항소를 진행하는 동안 판결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기 위해 내는 돈이다. 액수는 판결 금액과 비례하며, 그에 상응하는 담보도 제시해야 한다. 만일 항소인이 패소했음에도 판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시 상대방은 담보물을 압류할 수 있다.